고스트 바둑왕 16
홋타 유미 글, 오바타 타케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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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바둑왕은 바둑에 관한 만화다. 그러나 나는 바둑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며, 기껏해야 '집'을 만들고 바둑알을 '따먹는다'는 정도밖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바둑대전이 벌어지는 고스트 바둑왕은 전혀 지루하거나 불가해하지 않았다. 실제로 바둑판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바둑을 두는 인물들의 표정이라든가 대사, 행동이 너무도 드라마틱해서 그것만으로도 '바둑'을 한껏 즐긴 기분이 되어버린다. 특히 주인공 히카루와 그 라이벌 도우야 아키라의 경우가 더욱 그러하다. 초등학생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중3이 된 그들! 꼬맹이시절부터 바둑을 두던 그들이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 그리 흐뭇하고 나도 바둑을 배우고 싶어지던지. 신의 한 수라는 바둑의 최고 경지에 유령 사이를 대신해 나아가는 히카루와 그의 강적 아키라의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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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God Child 1 - 백작 카인 시리즈 5
유키 카오리 지음, 주진언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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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 카인 시리즈가 1부였다면, 신의 아이 편은 2부로서 본격적으로 카인에 대한 얘기가 펼쳐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행방불명됐던 카인의 아버지 알렉시스가 전면에 드러나 마수를 뻗쳐오고 있으니 말이다. 영국 동요 마더 구즈와 여러 가지 금기적 연애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1부와 분위기는 유사하지만, 보다 카인 중심적으로 간다는 말이다. 그리고 집사 리프와의 러브모드(?)도 보다 깊어지는 것 같아서 동인녀인 본인으로선 너무나 기쁘달까! 신의 아이라는 말은 아벨을 죽인 죄로 죄의 낙인이 찍힌 카인을 신 외에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성서의 카인을 빗댄 말이다. 신은 알렉시스이고..으으, 알렉시스는 카인에게 애증을 느끼는 새디스트 아버지다. 아버지라는 말이 너무나 안 어울리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맨몸으로 딜라이라의 총수가 되다니..진짜 대단하긴 대단한 사람이다. 전형적인 사악 카리스마 만땅의 캐릭터랄까. 천사금렵구 이후라 그런지 그림도 더 한층 세련되고 화려해진 탓에 눈마저 즐거운 신의 아이! 유키 카오리님은 정말 멋지다. 알게 모르게 세심한 설정하며..그 뒤엎는 발상하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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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5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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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암굴왕이란 제목으로 읽었던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양장본으로 출간되어 무척 기쁘다. 프랑스적 향취가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 몽테 크리스토 백작은, 그러나 인간적인 감정과 관계가 두드러져 그다지 이질적이지 않게 다가온다. 이질적이지 않으면서 은근히 이색적 멋을 풍기는 데다, 처절한 감정과 감정의 격류 및 인간군상들의 각자의 입장과 삶이 맛깔나게 그려진 소설, 그것이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다.

곧 선장이 될 예정에 아름다운 약혼녀와의 결혼까지 앞둔 최고로 행복했던 남자는, 시기하던 항해사 당그라르와 질투하던 페르낭의 두 사람에 의해 단숨에 지옥으로 떨어진다. 전 선장이 부탁했던 나폴레옹에게 전하는 편지, 이 한 통이 빌미를 잡혀서 말이다. (당시는 나폴레옹이 전락하고 유배되었던 시기,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이 살짝 드러난다) 이후 감옥에 박혀 탈출하기 위해 벽에 구멍을 내던 그는 옆방 죄수와 만나고, 그를 통해 복수의 토대를 닦는다. 옆방 노인에게서 박식한 지식과 몽테 크리스토섬의 보물지도를 얻은 그는 결국 탈출에 성공, 부와 지식을 가진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된다. 그리고 그 때부터 자신을 파멸시킨 두 남자를 서서히 조여가는 것이다.

에드몽 단테스. 그가 두 남자를 조여가는 방식은 섬뜩할 정도이다. 갑작스레 파멸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서서히, 가장 비참하게 그 자신이 가장 싫어할 방법으로 거미줄을 조금씩 휘감고 조여나간다. 십 수년을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모든 것을 잃은 남자의 한이 느껴진달까. 그러나 그가 인간성과 따뜻한 마음을 모두 상실한 냉혈한이 된 것은 아니었다.

자시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겐 몇 배로 되갚았으며, 변심한 애인을 위해 페르낭에겐 차마 마지막 손길을 가하지 못하니 말이다. 게다가 우연히 거두게 된 소녀를 돌봐주고 거진 모든 것을 다주고 표표히 떠나는 모습은, 복수를 마무리지은 그가 더이상의 가면을 쓰기 싫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원래 그는 더없이 마음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보물을 가지고 상류층 인사로 호화롭게 살 수도 있었을 게다. 그러나 그는 모든 은원을 털어버리고 떠났다. 어릴 때는 그런 그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에드몽 단테스가 너무나도 멋지게 느껴진다. 돛단배 한 척과 함께 바다로 떠난 에드몽 단테스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부디 행복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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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대일출판사 세계명작 시리즈 121
제인 오스틴 지음, 유한준 옮김 / 대일출판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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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너무도 유명하고 사람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는 소설임에도, 현학적이고 사변적인 냄새를 풍기는 제목 탓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다. 대학에 들어와서 공강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다가, 문득 내가 앉은 큰 책상 위에 누군가가 꽂아두지 앉고 그냥 놓아둔 오만과 편견을 집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건성으로 펼친 첫 페이지 이후 나는 다음 강의들을 모조리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19세기의 영국 사교계의 상황과 결혼시장을 이렇게 잘 동시대 작품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중류층 집안의 여러 딸들 중 한 명인 여주인공 엘리자베스는 그다지 아름답지도 재능있지도 않은 탓에 그녀의 어머니는 애초부터 그녀의 신랑감의 기준은 낮게 잡는다. 아름다운 그녀 동생의 신랑감 기준은 아주 높게 책정하고 말이다. 어찌보면 차별이다, 너무하다 싶기도 하지만 실상 어머니는 현실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했을 따름이다.

엘리자베스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당시의 결혼시장 행태를 드러내던 오만과 편견은, 다시라는 남자 주인공의 등장으로 흥미진진해진다. 엘리자베스보다 훨씬 높은 지위와 재산을 가진, 이른바 '상류층 중의 상류층'인 다시씨는 엘리자베스의 매력에 끌리지만 아주 '오만'하게 그녀를 향한 호감을 표시한다. 그리고 그렇게 오만한 다시씨를 엘리자베스는 '그는 소위 상류층이니까'라는 편견을 가지고 실제보다 심하게 매도하며 싫어한다. 이렇게 각자의 문제-오만과 편견-를 안고 둘의 사랑은 시작된다.

제목의 의미를 다시씨와 엘리자베스의 만남에서 깨닫고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었다. '아아, 오만과 편견이 이런 거였군!'하고 말이다. 무언가 철학적인 의미에서 생각한 오만과 편견이 아니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또 하나 깨들은 것은, 이 소설이 연애소설이다! 라는 거였다. 하도 고상한 척하는 사람들이 오만과 편견을 얘기하길래 나는 당연히 헤르만 헤세적인 오묘하고 복잡한 정신의 문제라도 논하는 줄 알았었다.

이 책이 발표됐을 당시, 엄청난 화제성과 더불어 문란하다느니 하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지금의 시각에서야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확실히 그토록 '노골적으로' 연애와 결혼에 얽힌 사람들의 생각을 파고든 면은 당시 사람들을 뜨끔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오만과 편견에 드러난 사람들의 마음과 시각과 머리굴리는 양상은 적나라하고 지극히 현실감이 있다. 엘리자베스의 어머니는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이다. 결혼에 얽힌 여러 사람들의 입장과 시각이 충돌하며 엮어내는 드라마는 우리 나라 드라마 중 '보고 또 보고'를 연상시킨다. 물론 분위기나 느낌은 굉장히 다르지만 본질은 똑같달까.

이처럼 오만과 편견의 매력은 당시의 생생한 결혼에 얽힌 사교 면면에도 있지만, 엘리자베스와 다시씨의 사랑이 역시 최대의 볼거리이자 흥미요소라 할 수 있다. 거부당한 다시씨가 먼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엘리자베스네 가족을 모르게 도와주는 것이라든지, 그의 그런 겸손한 배려를 깨닫고 그를 사랑하게 되버리지만 한 번 거절했었기에 괴로워하는 엘리자베스는 보는 사람을 너무도 애타게 만드는 한편 끌리게 한다.

결국 우려곡절 끝에 서로의 오만과 편견을 뛰어넘어 맺어지는 그들의 모습은, 가히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달까! 그네들의 사랑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내 자신을 한 번 슬몃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혹여 내 인연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오만, 혹은 편견, 또는 그 외' 어떤 문제를 가지고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말이다. 오만과 편견을 읽고 나면 꼭 들곤 하는 생각이며 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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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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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계몽사에서 출간된 세계 명작 100선을 어머니가 사주셨다. 유럽, 미국, 인도, 일본, 중국의 유명한 소설 및 민화들을 엮은 그 책들은 호기심 많았던 어린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고, 나는 그 책들을 외울만큼 읽고 또 읽었었다. 낯설고 신기하고 매력적인 그 이야기들 중에서 특히 끌렸던 것은 영국 쪽 소설들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소공자, 소공녀 등 귀족과 하인이 나오고 파티와 티타임이 등장하는 그것들은 묘하게 마음을 흔들어놓았었다. 특이하고 이색적인 풍물이라면 오히려 아라비안 나이트나 인도민화집쪽이 그러했는데도 말이다. 환생론자인 내 생각엔 나의 전생이 영국인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니겠고 아마도 취향의 차원일 게다.

아무튼 그런 영국 소설들 중에서도 유독 빠져든 소설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비밀의 화원>이다. 커서도 가끔씩 읽고 있으며 이번에 네버랜드 클래식에서 출간된 양장본을 구입하기까지 했다. 초록색의 예쁜 책을 들고 기뻐하며, 이 책의 어디가 그렇게 내 마음을 잡아끄는 걸까? 라는 진지한 물음을 던져보았다. 일단은 주인공일 것이다. 프랜시스 버넷의 또다른 소설들인 소공녀나 소공자와는 달리, 비밀의 화원의 주인공 메리는 밉살맞고 못생긴 어린애다. 세라 크루나 세드릭처럼 아름답지도 상냥하지도 사람들의 호감을 받지도 못한다.

그러나 성장배경의 문제로 약간 삐뚤어졌을 뿐 천성이 나쁜 애는 아닌, 그저 외롭고 뭐가 옳고 그른지를 몰라서 심통을 부리는 그런 아이다. 어릴 때는 세라나 세드릭이 더 좋았지만, 커서는 메리 쪽이 좋아져버렸다. 내가 그다지 잘나지 못한 탓이라고 해도 좋지만, 그것보단 안아주고 싶고 애정을 쏟아붓고 싶달까.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 애가 안쓰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무엇보다 울새와 친구가 되면서부터 서서히 자신을 해방한 메리가 디컨과 마사, 콜린 등과 친해지면서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참 보기좋다. 삐쩍 마르고 혈색 나쁜 불퉁한 표정의 외모에서 생글거리는 혈색 좋은 외모로 바뀐 것도 흐뭇하고 말이다.

메리 외에 동물들과 교류하는 쾌활한 아이 디컨이나 병약한 신경질쟁이 도련님 콜린도 내 맘을 끄는 흥미로운 아이들이다. 메리와 콜린, 디컨이라는 너무 다른 세 아이가 비밀의 화원을 가꾸며 우정을 쌓아나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건강해졌으면서도 병약한 체 하고 싶은 콜린을 위해, 디컨네 어머니가 준 감자를 구워먹는 장면은 얼마나 부럽던지! 시골 외갓집에서 사촌들과 어울려 짚불에 고구마를 구워먹던 게 연상되서 더 그랬다. 정원에 여러가지 식물을 심고 그것들을 가꾸는 장면을 읽자면 나 또한 참을 수 없이 정원을 가지고 싶어진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흙냄새를 들이키며 부드러운 흙을 손에 묻히고 싶어지는 것이다. 흙장난을 치면 야단맞는 도시의 아이들, 그리고 흙과 너무도 멀어진 어른들. 태곳적의 향그러운 내음이 비밀의 화원을 읽는 사람들을 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배경인 런던 요크셔주의 무어(황무지)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확 트이는 넓고 넓은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대지다. 울긋불긋 꽃이 핀 무어 속에서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디컨과, 그런 디컨에 교화되는 메리와 콜린. 무어의 끝자락에 위치한 커다란 저택은 늘 무어의 바람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근엄한 집사 피처씨, 딱딱한 가정부, 촌뜨기 하녀들, 정원사 같은 영국 대저택의 일꾼들도 가끔씩 찾아오는 고독한 주인 아치볼드 크레이븐도 그 저택을 채우고 있겠지. 이런 영국적인 이미지는 야릇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제와서는 비밀의 화원 때문에 '무어'가 그리운 것잊지 '무어' 때문에 비밀의 화원에 이끌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좋아하는 영국 소설 중에서 가장 영국적인 낭만이 담긴 비밀의 화원, 나는 아마 수십 년 후에까지도 비밀의 화원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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