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 백작 5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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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암굴왕이란 제목으로 읽었던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양장본으로 출간되어 무척 기쁘다. 프랑스적 향취가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 몽테 크리스토 백작은, 그러나 인간적인 감정과 관계가 두드러져 그다지 이질적이지 않게 다가온다. 이질적이지 않으면서 은근히 이색적 멋을 풍기는 데다, 처절한 감정과 감정의 격류 및 인간군상들의 각자의 입장과 삶이 맛깔나게 그려진 소설, 그것이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다.

곧 선장이 될 예정에 아름다운 약혼녀와의 결혼까지 앞둔 최고로 행복했던 남자는, 시기하던 항해사 당그라르와 질투하던 페르낭의 두 사람에 의해 단숨에 지옥으로 떨어진다. 전 선장이 부탁했던 나폴레옹에게 전하는 편지, 이 한 통이 빌미를 잡혀서 말이다. (당시는 나폴레옹이 전락하고 유배되었던 시기,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이 살짝 드러난다) 이후 감옥에 박혀 탈출하기 위해 벽에 구멍을 내던 그는 옆방 죄수와 만나고, 그를 통해 복수의 토대를 닦는다. 옆방 노인에게서 박식한 지식과 몽테 크리스토섬의 보물지도를 얻은 그는 결국 탈출에 성공, 부와 지식을 가진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된다. 그리고 그 때부터 자신을 파멸시킨 두 남자를 서서히 조여가는 것이다.

에드몽 단테스. 그가 두 남자를 조여가는 방식은 섬뜩할 정도이다. 갑작스레 파멸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서서히, 가장 비참하게 그 자신이 가장 싫어할 방법으로 거미줄을 조금씩 휘감고 조여나간다. 십 수년을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모든 것을 잃은 남자의 한이 느껴진달까. 그러나 그가 인간성과 따뜻한 마음을 모두 상실한 냉혈한이 된 것은 아니었다.

자시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겐 몇 배로 되갚았으며, 변심한 애인을 위해 페르낭에겐 차마 마지막 손길을 가하지 못하니 말이다. 게다가 우연히 거두게 된 소녀를 돌봐주고 거진 모든 것을 다주고 표표히 떠나는 모습은, 복수를 마무리지은 그가 더이상의 가면을 쓰기 싫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원래 그는 더없이 마음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보물을 가지고 상류층 인사로 호화롭게 살 수도 있었을 게다. 그러나 그는 모든 은원을 털어버리고 떠났다. 어릴 때는 그런 그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에드몽 단테스가 너무나도 멋지게 느껴진다. 돛단배 한 척과 함께 바다로 떠난 에드몽 단테스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부디 행복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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