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레바단 1
토가와 미토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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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이계진입물이 많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해 이계진입은 아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외딴 섬이지만 파도(성자의 결계)로 둘러싸여 있을 뿐이니 말이다. 즉 우리의 현실과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레바단으로 주인공 공학박사 사호는 끌려들어가는 것이다. 그럼 그는 왜 끌려들어갈까? 그는 과거에 에드워드왕의 성자였고 레바단의 성자였으며 언젠가 다시 부활하겠다고 약속한 자였다. 그렇기에 그는 다시 레바단으로 돌아온 것이다.

주인공 사호와 레바단의 왕 에드워드가 의기투합해 레바단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다가올 결계해제 시에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비한다. 물론 에드워드와 사호의 러브러브도 빼놓을 순 없다. 과거에 못 이루어졌던 그들의 사랑이 수백년을 뛰어넘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매력적인 깔끔한 그림체와 사랑스러운 주인공, 개성 만점의 주변인물들이 <순백의 피오렌티나>에서와 같이 잘 살아나고 있다. 시간상 이 작품이 앞이지만.^^; 그리고 이 작품은 장르를 따진다면 소프트 야오이다. 그러니 야오이가 싫다는 분은 보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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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마탄 1
이상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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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판타지가 서양, 특히 중세 유럽의 이미지를 따오는 것과 달리 하르마탄은 이슬람 세계 즉 아랍적 요소를 도입한 판타지다. 사막의 유목민족이야기라든가, 낙타, 시미터 같은 칼들이 그러하고 하루 세 번 동쪽을 향해 절을 하는 것이 그러하다. 이런 참신하다면 참신한 설정 속에서 아샤트 노인의 회고식으로 전개되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 구성이 읽는 사람을 빨아들인다. 아샤트 노인의 비참한 현모습과 달리 그의 과거는 너무도 용맹하고 찬란하다. 그래서 그의 과거에 푹 빠져들어 잔뜩 신이 났다가도 미래를 생각하면 풀이 죽기도 하고, 그런가하면 현재의 비참함 속에서도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며 명랑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마치 인생의 허무함이나 무상함 그럼에도 의미는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달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마치 감옥에서 아샤트 노인이 도둑에게 들려주듯 며칠 간의 이야깃거리는 아닐런지. 아무튼 박진감 넘치는 전투와 유목민족 통합, 나라만들기 그리고 사랑이 무척 재밌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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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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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성지여행은 하루키씨의 여행기다. 애주가인 하루키씨답게 그는 단지 '술-위스키'을 위한 여행을 떠났다. 그래서 여행간 장소도 만난 사람들도 죄다 위스키에 관련된 것들이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전통 술만드는 통이나 바, 그리고 바텐더들은 하루키 특유의 재치넘치는 묘사글과 함께 생생한 사진으로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역사가 살아숨쉬는 각 위스키 가게, 그리고 술을 만들고 파는 현지인들, 위스키 자체에 대해선 술애호가가 아닌 탓에 별 관심이 가지 않지만, 그것들에 대해선 무척이나 끌린다. 나도 언젠가 그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아. 하루키씨처럼 술을 좋아하게 된다면 이렇게 멋진 위스키 성지여행을 할 수 있을텐데. 하루키씨의 사진이 실린 것도 무척 기분 좋았다. 하루키씨의 얼굴은 그 자신의 글만큼이나 나를 기분좋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저러나 그 사람은 어째 늙지도 않는 건지. 예나 지금이나 얼굴이 똑같아~^^ 위스키 성지여행을 읽으며 하루키와 함께 위스키와 위스키 성지를 한껏 즐긴 기분이 되어 무척이나 즐거웠다. 정녕 돈안들고 멋지게 해외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런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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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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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때 외숙모가 선물로 준 이쁘고 얇은 책이 있어.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이국적이고 발음이 무진장 어려운 작가의 책이었지. 좀머씨 이야기라곤 하지만 사실 좀머씨 이야기는 얼마 안 됐어. 주인공 '나'라는 소년이 마을과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겪는 일이 대부분이고, 우연히 간간이 마주치는 '좀머씨'에 대한 이야기는 그 반의 반 정도밖에 안 되니까. 그런데도 다 읽고 나면 소년보단 좀머씨가 더 기억에 남으니 신기한 노릇이지. 역시 제목의 힘인 것인가? 제목부터 세뇌당한 걸지도 몰라.

'이 책 속의 조연 '좀머씨'에게 초점을 맞춰 읽어라'라고 말이야. 아무튼 좀머씨는 등장한 거에 비해 무척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사람이야. 하도 하는 행동이 이상하고 기이해서 그럴거야, 아마. 그 사람은 늘상 걸어다녀. 굵은 나무 지팡이 하나를 짚고 배낭을 메고 목적없이 계속 계속 걷기만 하는 거야. 잠깐 쉬어서 밥을 먹을 때도 우걱우걱 대강 빵을 우겨넣고 주변을 힐끔힐끔거리면서 그야말로 '에너지 충전'을 위해 먹는 것에 다름 아니지. 그는 처음에는 어떤 무엇가를 위해 걸었을거야.

그런데 걷다보니 걷는 것이 그의 목적이 된 것이지. 너무너무 걷는 데 열중하다 보니 그는 자신이 왜 걸어야 하는지를 잊은거야. 전쟁은 끝났고 그래서 도망칠 필요가 없는데도 그는 그것을 잊어서 계속 걸어야 하는 거야. 그런데 이 사람은 어쩌면 초능력자일지도 몰라! 무슨 소리냐구? 우박이 쏟아져 주인공 소년이 타고 있는 자동차 지붕이 우그러질 지경이었는데도 좀머씨는 얇은 모자만 쓰고 있었으면서도 멀쩔했거든.

설마 머리가 철판보다 단단할 리는 없었을테니 방어막(실드)라도 쳤던 걸까? 아니면 투철한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 앞에선 대자연의 방해물도 한낱 먼지만 못한 것이었을까? 아무튼 신기한 사람이야 정말. 그런데 걷고 걷고 또 걷다가 그가 결국 어디로 갔는지 알아? 그는..호수로 들어갔어!! 그래서 죽었냐구? 몰라. 주인공 소년도 흘낏 봤을 뿐이고 그 후로 그 마을에서 그를 본 사람은 없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지. 그는 장소를 옮겨 어딘가에서 또 그렇게 열심히 걷고 있는지도. 그런데 말야, 계속 땅만 딛던 그가 왜 물을 디뎠을까? 그 물컹하고 차가운 것을.

그는 어쩌면 디뎌지지 않는 액체인 물을 디딤으로써, 걸을 수 없는 곳을 걸음으로써 그의 길고 길었던 걸음을 멈추고 싶었는지도 몰라. 스스로는 도저히 멈출 수 없었던 그 걸음을 차가운 물에 의탁해 끝내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이상해, 왜 이렇게 애잔할 걸까. 그냥 이상한 사람이잖아. 계속 걸어다니던 사람. 그런데 그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는 것에 왜 나는 지금 눈시울이 화끈댈까. 좀머씨, 당신은 지금 어딘가에서 또다시 걷고 있나요, 아니면 물 속에서 비로소 편히 누워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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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초밥왕 2부 1 - 전국대회편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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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이상도 한 일이지. 나는 분명히 식초도 생선회도 딱 질색인 사람이거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있자면 참을 수 없이 초밥이 먹고 싶어지는 거야. 식초를 뿌려 지은 고슬고슬한 밥덩어리 위에 참치니 참돔이니 하는 싱싱한 생선회를 올려 먹고 싶어진단 말이야.

육식은 싫고, 그 중에서도 산 것을 바로 죽여서 먹는 회는 가장 끔찍해라는 것이 내 평소 신조인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 이유는 아마 <미스터 초밥왕>의 요리사 쇼타가 너무도 진지하게 초밥을 만들기 때문일거야. 초밥에 열과 성을 다바쳐 인생에 초밥밖에 없다는 듯 만드는 그 열정에 난 감복해버리고 어느사이 설득당해버리고 만 게지. 또한 쇼타의 훌륭한 칼질과 요리솜씨에 천상의 맛을 향유하는 주변인(주로 심사위원)들의 모습에 동요된 건지도 몰라. 왜, 주변사람들이 맛있다 맛있다 하면 싫던 음식도 한 번 먹어보고 싶어지는 그런 심보 있잖아.

제일 먹어보고 싶은 건 어떤 경쟁자가 나와도 착착 물리치는 신선한 발상과 멋진 솜씨의 소유자 쇼타의 초밥이지만 쇼타가 전국대회에서 맞붙는 유명요리사들의 초밥도 만만찮게 맛있어보여서 고민이야. 아니, 떡 줄 사람은 물론 생각도 않지만 누가 하나만 먹고 싶으면 뭘 먹을래 하면 고민되겠다 이거야. 생각은 자유잖아? 흥.

생선회 뿐 아니라 고사리 같은 신선한 야채와 계란부침이 고명이라면 초밥에 대한 내 갈망은 더욱 커져. 원래도 좋아하던 재료들이 쇼타와 여러 요리사의 손에서 너무도 맛깔나게 초밥으로 태어나는데 내가 군침 안 흘릴 수 있겠어? 이래서 문제라니까. 돈도 없는데 초밥집으로 나도 모르게 발길이 향하게 되잖아. 편의점의 400원짜리 초밥을 어떻냐구? 흥, 너같은 진기명기가 다 선보인 초밥을 보다가 그런 초밥이 눈에 들어오겠니? 아아, 이래서 나는 미스터 초밥왕을 보면 안 되는 건데 말이야.

현실을 잊고 꿈의 초밥 속으로 뛰어들게 되거든. 그러나 원망하는 건 아냐. 내게 초밥의 진가를 가르쳐주었으니까. 어이, 쇼타, 네가 전국대회에서 한걸음 한걸음 나갈 때마다 그걸 보면서 나도 초밥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구, 알겠어? 그러니까 힘내라구, 너로 인해 초밥의 세계를 알게 된 내가 응원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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