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뤼팽 전집 6 - 수정마개 황금가지 아르센 뤼팽 전집 6
모리스 르블랑 지음, 심지원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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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은 '괴도신사'라는 불후의 명칭(?)이 너무도 유명한 도둑이다. 고미술품에 주로 손을 대는, 서민들에겐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는 그는 훔치는 방법조차 너무도 절묘해 비난보다는 오히려 인기를 한 몸에 받는 터다. 변장의 귀재인데다 세련된 화법과 기막힌 언론플레이까지.. 이런 도둑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에 대해 잘 모르던 나는 아르센 뤼팽 전집 출간을 기념해 찬찬히 읽어보다가 정말로 그에게 반해버렸다.

앙숙인 가니마르 형사와의 사이도 어쩐지 정말로 적대적이지는 않은, 진정한 적은 없다는 생각이 드는 [절대무적 마이페이스]라는 느낌의 뤼팽.잡혔다가도 어느샌가 빠져나가버리는 그는 마치 연기거나 모래같기도 하다. 뤼팽의 전기를 쓰는 작중 '나'는 아마도 저자 모리스 르블랑인 듯한데, 르블랑과 뤼팽이 간간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밌다. 르블랑의 위트의 한 면이랄까. 저자는 상당히 은근히 웃긴 사람이다.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의 대결>에서 가장 극명하게 그런 점이 드러나는데, 하하..글쎄 셜록 홈즈를 '헐록 숌즈'라고 교묘히 이름만 바꿔 저작권 침해 범위를 빠져나가지 않았는가 말이다! 게다가 '헐록 숌즈'가 소설가 모씨의 '셜록 홈즈'가 실제로 나타난 듯한 인물이라는 묘사는, 푸하하- 정말 최고다! 웬지 능글능글하게 농담을 던지는 모리스 르블랑의 모습이 그려진달까. 아무튼 뤼팽의 화려한 도둑행보와 르블랑씨의 숨겨진 유머는 읽는 사람을 무한히 즐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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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거지 네버랜드 클래식 10
마크 트웨인 지음, 이희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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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나이의 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운명은 천지차이다. 한 명은 더러운 런던 뒷골목에서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매일 맞으며 구걸해야 하는 거지신세, 또 한 명은 화려한 왕궁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으며 호의호식하는 왕자님팔자. 하다못해 얼굴이라도 다르면 자신 탓으로 돌려보련만 어딜 보나 '똑같은데' 억울한 노릇이 아닌가. 자신도 그런 환경만 주어졌다면 얼마든지 왕자님이 될 수 있는데 말이다. 내가 거지 톰이라면 나는 그런 불합리성에 대해 분개했을 것이다. '운명'은, 인간이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왕자와 거지의 대조적인 입장으로 태어난 그들을 보며 느꼈다.

그러나 또하나, 그렇다면 운명은 완전히 내 손을 벗어나있는가? 그렇지 않음을 거지와 왕자는 서로의 옷을 바꿔입고 서로의 삶을 살아봄으로써 알게 된다. 왕자는 거리로 나가 세상의 잔혹함을 알게되고 마일즈 험프리라는 충직한 사람을 얻게 되고 그리고 거지는 수많은 지식과 교양과 지배층으로서의 경험을 얻게 된다. 그들이 '서로 바꿔보는'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저 세상 모르는 왕자와 비천하고 무식한 거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일단 바꾸는 행동을, 기존의 상태를 타파하는 혁신적인 모험을 행했고, 그 모험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새로운 운명을 쟁취했다. 거지는 유식하고 자애로운 고아원 원장으로서의 삶을, 그리고 왕자는 세간의 사정을 잘 알고 백성들을 위해 힘쓰는 멋진 왕으로서의 삶을 말이다. 그들은 안이하고 나태한 국왕이나 거지두목 따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우연한 기회에 만나 그들의 의지로 모험에 뛰어들었고 그 모험을 힘껏 헤쳐나감으로써 자신을 변화시키고 운명을 변화시켰다. 태어날 때 인간에겐 어찌할 도리 없는 운명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 운명은 변할 수 없는 절대적인 굴레가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유동성을 지닌 것이다. 고무풍선처럼, 숨을 얼마나 불어넣느냐에 따라 그리고 얼마나 조심스럽게 불어넣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고 그 속의 자유로운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다. 유치한 비유일런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는 마냥 재밌게만 봤던 왕자와 거지지만, 커서 읽으니 새삼 운명에 생각이 미친다. 나 또한 그 강인한 소년들처럼 풍선을 터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크게 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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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레시피 1
쿠사가와 나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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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레시피는 제목만큼이나 묘하게 귀엽다! 레시피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요리 만드는 방법을 기록한 종이를 뜻한다. 그런데 '산딸기 파이의 레시피'도 '크림수프의 레시피'도 아닌 '악마의 레시피'라? 하하, 그럼 그 레시피대로 만들면 '악마'라는 맛있는(?) 요리가 탄생한단 뜻이 아닌가. ^^ '악마의 책자'라거나 '악마의 두루말이'같은 제목이 아니라 '악마의 레시피'라서 이 만화는 밝아진다. 실제로 책장을 펴들어보라. 각 악마의 조각들을 모아 만들어진 꼭 프랑켄슈타인 같은 악마 거트루드는 다른 악마들에게서 '누더기'라고 불리워진다. 뭔가 헝겊으로 누덕누덕 기운 인형이 생각나지 않는가?

'쪼가리'였다면 이런 어딘가 안온한 느낌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 악마들도 수예품 인형을 연상시키는 모습들에 언사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긴박감 넘치는 전투라기보단, 재밌다-라는 생각이 드는 전투도 그렇고 말이다. 귀에 걸린 귀걸이를 빼서 크게 만들어 칼처럼 사용한다든지, 피로 주문을 적어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무엇이어라'라고 하면 그 약한 자를 이용할 수 있다든지 하는 전투가 얼마나 귀여운가! 거트루드와 그와 우연히 알게된 소녀 사하라 스스기의 비누방울같은 연애도 풋풋하기 그지없다. 홍차와 과자와 함께 때로 '오호~'라는 알 수 없는 감탄사를 발하며 보기에 딱인 귀엽기 짝이 없는 느낌의 만화가 <악마의 레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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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금렵구 1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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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금렵구는 유키 카오리님 특유의 엄청나게 화려한 그림과 현란하고 복잡한 구성으로 일단 비쥬얼적으로 사람을 압도시킨다. 정말이지, 인물들의 그 아름답고 독특한 얼굴들만 보고 있어도 이 책을 소장하고 싶어진달까. 게다가 성격들은 얼마나 또 매력적인가 말이다! 바람둥이 의사 라파엘에, 말못하는 근엄맨 우리엘에, 불꽃같은 열혈소년 미카엘, 자기를 봐주지 않는 루시퍼님이기에 사랑한다는 이상한 놈 벨리알, 억압된 알렉쉘을 위해 천계와 신을 상대로 겁없이 칼을 빼든 루시퍼, 여동생이지만 그 모든 걸 뛰어넘어 사랑하는 세츠나와 엄마를 뿌리치며 세츠나를 향하는 사라. 하하..정말이지 다양한 인간과 천사, 악마들. 물론 이 외에도 온갖 인물들이 등장해 다 외우지도 못할 정도다. 그렇게 많은 인물들이 저마다의 특성을 확고히 가지고 생생히 살아움직이니 얼마나 감탄스러운 노릇인가!

물론 천사금렵구에서 가장 인기있는 것은 단연 무도 세츠나와 무도 사라의 사랑일 것이다. 나만 해도 남매 간의 사랑이라는 그 엄청난 설저에 얼마나 경악하면서도 정신없이 빠져들었던가. 알고보면 알렉쉘의 혼인 세츠나나, 또 지브리엘의 혼인 사라나 몸은 피로 이어졌을지언정 정신은 별개라서 묘하게 납득해버리게 된다. 영혼은 제각각인데, 절대로 영혼에는 핏줄이란 게 없는 법인데 어떻게 영혼끼리의 끌림을 막겠느냐하는. 즉 육체를 초월해서 사랑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랑지상론인 것이다.

그리고 난 이 사랑지상론에 찬성한다! 이집트에서도 고대 왕족들은 남매 간 근친혼이 성행했고 여러 나라 왕실들에서도 근친상간은 많았다. 현대에도 그런 일은 꽤 된다고 한다. 도덕을 내세우며 경악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소위 그 '도덕'이라는 것은 애당초 사회를 유지하는 힘있는 자들이 만들어냈으며 그것이 어찌어찌 관슴으로 굳어져 보수파들에 의해 유지되었고 그러나 그것이 '옳다'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게다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도덕'은 제각각이고 변화한다. 그렇기에 이런 도덕을 내세우며 천사금렵구를 비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각종 금기에 도전하는 천사금렵구, 정말로 머리가 쇠망치로 울리는 듯 파격적이고 멋진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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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러그드 보이 2 - 완결
천계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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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러그드 보이는 작가 천계영님의 첫번째 장기연재작이며, 작가님 특유의 현란한 패션센스와 인물들의 귀여운 표정 등이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처음 언플러그드 보이를 보았을 때, 평범한 소녀 지율이와 튀는 소년 현겸이의 너무도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에 얼마나 웃었던가. 특히 놀이터에서 우울해있는 지율이를 위로하기 위해 현겸이가 췄던 춤, '엄마 돈 줘' 춤은 정말 최고였다. 천사같고 사랑을 모르던 현겸이가 나중에 지율이에 대한 사랑을 자각함을써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은 가히 최상의 즐거움이랄까. 뭐, 약간 안타깝기도 하지만 우리는 시간 속에 있으며 멈춰진 것은 본질적으로 부자연스럽고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현겸이의 변화를 축하한다.

언플러그드 보이는 한 때 보세 티셔츠에 무단으로 캐릭터가 도용되기도 하다가, 나중에는 정식 캐릭터 사업으로 출범해 각종 팬시제품으로 만들어졌다. 또 CF에까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나오기도 하는 등 가히 폭발적으로 히트했다고 할 수 있다. 이유를 모르던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저도 모르게 폭소하고 때론 빙그레 웃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것이다. 언플러그드 보이, 자유로운 소년, 그 소년을 위주로 펼쳐지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은 정말로 멋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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