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방대수 옮김 / 책만드는집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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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들마다 신간진열대에서 빠지지 않는 이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다양한 출판사에서 너도나도 동시에 출간한 것은, 이 책이 던져주는 인간적인 따뜻함이 삭막한 현 사회에 잘 먹혀들어가리라 판단한 때문일까?

예쁜 양장본과 익숙한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치니, 뜻밖에도 어린 시절 내가 동화처럼 읽었던 바로 그 이야기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저자가 그 유명한 톨스토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무척 의외였다. 톨스토이라는 이름이 가진 육중하고 진지한 무게와 재미난 러시아 동화같은 이 이야기들은 얼핏 동떨어져 보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성장한 어른의 눈으로 다시금 읽어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표제 아래의 여러 글들은 과연 톨스토이의 이름에 걸맞는 무게를 가장 밑단에 깔고 있었다.

독실한 신앙과 믿음을 배경으로 건실한 삶을 찬양하며, 사람 마음 속의 사랑이야말로 인간사회의 등불임을 그는 말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천사가 깨달았듯이, 그리고 구두쟁이 마르틴이 주님을 대신한 세 명의 방문자를 접대한 후에 깨달았듯이 말이다. 여러 상황에 처한 사람들(거진 남자라는 점이 약간 못마땅하지만 시대적 풍토가 남성중심사회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을 통해 결국 올바른 길은 하느님을 믿고 사랑을 가지고 살라고 말하는 톨스토이. 강요하지 않는데도 이 따뜻한 동화같은 한 편 한 편을 읽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그렇게 살아야지라고 다짐하게 된다.

러시아의 지주-마름-농노 제도와 그 척박하고 차가운 풍토, 말젖을 삭힌 술같은 특색있는 음식, 의복, 당시 풍습 등 우리에겐 다소 낯선 전근대 러시아의 여러 면면도 굉장히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서유럽이나, 미국, 중국 등 친숙한 문화가 아닌 지역의 문화를 접하는 즐거움까지 주는 책이 바로 이 톨스토이 단편집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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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역사 - 문명화과정
노버트 엘리아스 지음, 유희수 옮김 / 신서원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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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은 식사를 할 때 포크와 나이프를 쓰며 되도록 맨손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이 식사매너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을까? 이를테면 한 400년전쯤의 과거인 16세기에 말이다. 중세에는 포크가 보편화되지 않아 나이프와 맨손으로 식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발달한 이탈리아에서 시집온 신부가 포크를 사용하는 모습에 '작은 창을 써서 상스럽게 찍어먹는다'며 비난까지 했다고 한다. 무척 재미있지 않은가?

이처럼 <매너의 역사>는 중세 서유럽을 대상으로 오늘날의 서양인의 매너와 그 당시의 각종매너들을 비교해서 서술하고 있다. 식사매너, 침실매너, 대화매너와 코푸는 매너 등 온갖 종류의 매너들과 또 그런 매너들의 중세식 버전은 무척 흥미롭다. 루소 등 저명한 인사들의 책을 인용해 당시대의 매너양상을 보여주는 방법론적 측면도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독어와 불어를 파헤치면서 학문적으로 고찰하는 등 다소 딱딱한 면이 없지 않은 <매너의 역사>지만, 사실에 기반한 소재의 흥미성이 그런 딱딱함을 완화시켜준다. 서양사 수업의 교수님이 읽고 레포트로 제출하라고 한 덕에 접하게 된 매너의 역사지만, 레포트자료가 아닌 재미난 읽을거리로서도 합격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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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지인 1
조진행 지음 / 청어람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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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지인은, 일단 유려한 문체와 무조건적으로 학살하다시피 살검을 펼치지 않는 소위 요즘 신무협식 주인공과는 다른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주인공으로 내 마음을 끌었다. 그리고 고강한 무공을 내재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봉인되어 비실비실한 체격과 광증으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상황이 짜증을 유발하기보단, 앞으로를 다짐하며 오히려 즐기게 만든다는 점이 신선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 장천사(별명)가 그런 악조건을 응용해 최고의 요리사로 발전(?)했기 때문도 있겠거니와 늘상 도가의 넉넉한 마음가짐을 보였기 때문이랄까. 인간으로서의 애증과 신선으로서의 아량을 함께 보이는 그를 보고 있자면, 그 주위에 기분나쁜 무리들이 나와 울화를 치밀게 해도 어느샌가 가라앉고 마는 것이다.

혈마사와 오행혈마경이 무림맹주 경제학에 의해 중원에 퍼져 위기를 초래하고, 오행혈마인의 위기에 장천사가 정면대치한다는 것이 큰 흐름이다. 그런데 처음과 달리 갈수록 황당하디시피 전개가 발전한다는 것이 흠이다. 여느 무협처럼 오직 주인공만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고, 어느 동굴에 있다 나오니 시간이 훌쩍 흘러 있더라는 설정은 같은 시기 출간된 황제의 검과 너무 똑같아 짜증이 치밀었었다.

황검에서도 그 설정이 싫어서 더는 안 보게 되었는데 천사지인마저도..! 게다가 황검이야 첨부터 주인공이 엄청나게 부각되었다지만 천사지인은 그렇지도 않았는데 왜 뒤로 가면갈수록 대결의 막판은 같은 양상이 되는건지. 아무튼 천사지인은 4,5권까진 추천할만한 무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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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전기 세를리오즈 3
한초롱 지음 / 자음과모음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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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처음 이 소설을 쓸 때 나이가 고등학생임을 반영하듯이, 주인공 세를리오즈가 마계의 학교에 가서 기숙사에 머물며 수업듣고 하는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를리오즈는 엄청 미인에 냉소적이고 남에겐 무관심하고 그러면서도 남들로부터는 애정과 호의를 받는, 소위 사춘기 중고고생들이 자신의 이상으로 그릴만한 모습이다.

청소년 독자들이라면 좋아하겠지만, 20대가 넘어선 사회로 한 발 딛은 독자들이라면 별로일 설정이랄까. 아무튼 어쨌거나 이 책은 썩 재밌다. 세를리오즈의 후견인이 마왕이고 마왕이 후견인인 까닭인 세를리오즈의 정체가 실은 고대마족의 피를 가장 진하게 이은 존재였다거나, 그리고 이런 숨겨진 사실과 관련해 벌어지는 마계와 천계의 일들 등이 흥미롭다. 세를리오즈의 팬(?)인 주변 마족친구들과의 만담같은 대화나 그들과 뭉쳐 인계와 천계까지 가는 것도 그렇고. 갈수록 부실해진달까 저자 자신이 의욕을 잃었달까(아무래도 이제 저자도 나이를 먹었으니) 지루해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욕먹을 수준은 아니다. 작가가 분발하길! 그리고 점점 변해가는 세를리오즈도 멋지게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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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34 - 완결
Adachi Mitsuru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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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이 그 얼굴, 그 표정이 그 표정인 것 같은데 상황전개에 따라 무한한 다른 얼굴 다른 표정으로 보이며 온갖 감정이 느껴지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엄청나게 대강 슥슥 그린 듯한 그림체에 무려 4각관계를 설정한 열혈(?) 청소년 야구만화지만, 비웃을수도 없을만큼 진지하고 마력적인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다. 나는 원래 스포츠만화는 별로 안 보는, 기껏해야 슬램덩크 정도나 좋아하는 쪽이지만 H2를 보고는 이 사람의 다른 스포츠만화도 다 찾아서 챙겨볼만큼 팬이 되었다.

뭐, 다른 작품들도 좋았지만 역시 H2가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재미있었다. 왜냐, 감질나는 꼬이고꼬인 사랑이야기가 압권이므로! 운동이야 뭐 다른 작품들처럼 먼저 학교 부내원들끼리의 이야기에서 다른 학교들과의 시합으로 발전하는 동일한 패턴이다.(그렇다고 식상하다거나 재미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흥미와 재미도가 거의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야기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작품들보다 두드러지게 사춘기의 감수성이라는 것이 튄다. 두 H인 히데오와 히이로, 그리고 하루카와 히카루. 남자아이 둘도 H, 여자아이 둘도 H이다.

이들이 4각으로 대각선을 그리며 얽히고 꼬인 한없이 조마조마하게 하는 사랑의 결말은?! 으으..특히 히카루의 선택이 끝까지 종잡을 수가 없었던, 정말이지 보는 사람 애간장을 녹인 H2. 일단 시험삼아 앞의 두 세권만 보더라도 곧이어 다음의 수십권들로 손을 뻗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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