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숍 오브 호러즈 1
아키노 마츠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5월
평점 :
품절


펫 숍 오브 호러즈, 즉 공포의 애완동물가게라는 제목에 너무도 걸맞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지는 이 만화. 아름다운 생김으로 늘상 가면같이 웃고 있는 D백작이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파는 애완동물들은 무척 이상한 존재다. 손님과 D백작에게는 마치 사람처럼 보이는데다가 무척이나 잔인한 짓을 저지르기도 하는 위험한 펫인 것이다. 물론 주인과 궁합이 잘 맞아 잔혹한 일이 안 벌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이 펫숍에서 펫을 사간 사람들의 최후는 안 좋았다. 펫숍을 선택할 땐 신중해야 함을 절절히 깨달았달까. 아무튼 펫 숍 오브 호러즈는 손님들과 애완동물들의 에피소드 및 가게 주인 D백작의 비밀, 그리고 D백작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뉴욕시경의 형사와 그 동생 및 각종 신비하고 위엄있는 환수들이 어울려 보면볼수록 끌려들어가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신후보생 5
스기사키 유키루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항상 궁금한 것이 있다. 왜 메카닉물의 주인공들은 깜찍발랄한 내지는 싱싱한(?) 소년소녀들인 걸까? 언뜻 생각하면 건장한 한창 때의 청년처녀(-ㅅ-;)가 되어야 하지 않나 말이다. 십대 중후반의 아이들이 언제나 인류를 구하는 막중한 사명을 그 여린 어깨에 올려놓고 분투한다. 으음, 확실히 그러니까 더 알 수 없는 박력이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신기동전기 건담W도 그렇듯이 <여신후보생>에서도 여신(자아를 가진 로봇)을 타고 알 수 없는 인류위협무리에 맞서는 주인공들은 소년들이다.

다양한 타입의, 동인녀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하는 소년들(!)말이다. 게다가 건담보다 연령대가 더 어려서 무려 반바지가 어울리는 나이대인 것이다. 이 정도면 가히 이 만화가 무수한 동인녀들의 패러디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신기동전기 건담보다 더더욱 말이다. 아무튼, 동인녀적 속성이 강한 나로선 무척 즐겁게 본 만화다. 일반적인 학원물과는 거리가 있지만 [배우는 곳]에서 소년소녀들이 기량을 갈고 닦으며 티격태격도 하고 우정&사랑도 쌓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론 학원물이기도 하다. 멋진 메카닉-여신과 호감가는 캐릭터들을 보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덴으로 오라 4
네코야마 미야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에덴으로 오라의 최대 매력은 무엇일까? 작품 중에 군데군데 삽입되어 있는 영화나 연극같은 또다른 이야기? 아니면 복잡한 과거를 가진 주인공 연극소녀 나나미와 감독이 어울려 펼치는 얘기? 시끌벅적하고 개성적인 조연급 소년소녀들? 앞서 열거한 모든 것들이 내가 에덴으로 오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이유지만,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영화나 그림같은 아름다운 컷들이다. 복잡하고 작게 분할된 컷들이 주류지만, 간혹 나오는 두페이지여에 걸친 광활할 정도의 컷들이 주는 그 정적인 아름다움. 주로 나비나 갈대숲을 이용해 인물 내면의 마음상태를 드러내는 그 기법은 섬뜩할 정도로 마음을 울려서 오랫도록 뇌리에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평소에는 왁자왁자한 분위기의 다소 소란스런 <에덴으로 오라>는 어느 한순간 갑자기 돌변해서 소리도 색채도 움직임도 없는 정지화면의 매력으로 사람을 잡아끈다. 동과 정이 공존하며 다시없이 잘 조화된 만화. 정말 보면 볼수록 멋진 만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키 일상의 여백 - 마라톤, 고양이 그리고 여행과 책 읽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들이 참 좋다. 평범한 듯 전혀 그렇지 않은 듯 보내는 그의 일상이 한껏 녹아있는 페이지들을 넘기다보면 어느샌가 그 속에 흠씬 빠져 저도 모르게 빙글거리고 있다. 정육점에서 산 갓 만든 따끈한 고로케를 빵집에서 산 갓 구운 식빵 사이에 끼워 공원에서 먹는다는 하루키, 심심하면 고양이랑 같이 장난치고 노는 하루키, 레코드와 술을 사모으고 즐기는데 일가견이 있는 하루키, 은행에 가서 자기의 직업을 자영업으로 해야할지 사업으로 분류해야할지 고민하는 하루키. 아주아주 평범한 일들이지만 그 특유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결합되어 읽다보면 무척이나 재밌다.

그런데 <하루키 일상의 여백>은 이전의 수필집들과 달리 하루키상의 일본생활이 아니라 미국생활을 그리고 있어서, 다른 수필집들과는 차별된 매력을 풍긴다. 그가 잘 가는 일본 초밥집이나 출판사관계자들 얘기 등을 더 볼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미국이라는 아주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하루키상의 이야기는 그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 흥미로웠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로 초빙되어 간 하루키는 널따란 정원딸린 집에서 아내랑 거주하며 미국교수들 및 학생들과 교제한다. 버몬트의 농원으로 여행가고, 재즈카페나 영화관에도 자주 들리며 마라톤에 참석하기도 하는 등 실로 미국에서 향유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즐기는 하루키!! 역시 하루키상은 어디다 데려다놔도 자기식대로, 일명 하루키답게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옆집의 미국고양이들과도 여전히 잘 어울리고 말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일화는 어떤 미국인 운전사에게 욕을 먹은 하루키가 한 행동이다. 'You Scumbag'이라는 말을 들은 하루키상은 집에 와서 사전으로 Scumbag의 뜻을 찾아본다. [도덕심 없고 무가치한 인간에게 하는 욕설]이라는 해석을 읽고는 생각하길, '아, 나는 도덕심 없고 무가치한 인간이었구나.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곤 했지만..'
푸하하, 정말 걸작이지 않은가! 욕으로 짐작되는 단어를 굳이 사전으로 찾아본다거나, 그 뜻을 알고서도 기분나빠하기보다 저렇게 담담하게 생각하는 그 하루키적 사고&행동양식!! 난 정말 이래서 하루키상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재 유교수의 생활 18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라는 제목에서 내가 처음 연상한 것은, 공학 쪽에서 명성을 날리는 교수님의 발명일지 정도였다. 로봇이라든가 유전공학생물체 등을 만드는 어딘가 사이코틱한 천재박사, 그것이 내가 멋대로 상상했던 '유교수'였다. 그러나, 실제의 유교수님은 점잖고 진지한 경제학 교수로 극히 평범한 일본가정의 가장이었다! 딸만 넷을 둔 유교수는 세 명은 출가시키고 막내딸과 아내, 그리고 딸이 주워온 고양이 한 마리와 이층주택에서 산다. 그리고 아침이면 대학으로 출근해서 경제학강의를 하고, 교수나 학생들과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간혹 타지방으로 세미나에 간다거나 아내와 여행을 간다거나 할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렇다.

즉 유교수님은 정말로 '평범한' 일반인인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작가가 제목에서 '천재 유교수'라고 한 것은 무엇때문일까. 경제학에 있어서 정말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해서?! 그도 아니다. 물론 언제나 공부하고 노력하는 유능한 유교수지만 '천재'라고 칭할 정도는 아닌 성실한 학자에 다름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해 '천재'라는 칭호를 붙인걸까?

나는 인간과 사물에 대한 유교수 특유의 따뜻하고 진지한 태도를 그 이유로 본다. 보통사람이라면 무의식중에라도 꺼리게 되는 게이라거나 성질나쁜 노인네, 전직 야쿠자 오야붕, 현란한 락커차림 청년, 눈매 사나운 도둑고양이 등등 유교수는 그가 마주치는 온갖 존재들을 편견없는 눈으로 보고 한결같이 대한다.

그런 유교수에 의해 작은 구원을 받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어른이라고 불릴 나이지만 돌아보면 아직도 미숙한 어린애처럼 굴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홧김에 개미를 밟거나 사소한 시비가 붙은 사람에게 벌컥 화를 내버린 적도 있다. 나중에 생각하면 얼마나 후회되는지, 스스로가 미워지는지 모른다. 유택교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다.
그는 수면시간이나 식사 등 모든 것을 규칙적으로 해나가 자신의 육체를 잘 관리하는 것 만큼이나 스스로의 정신과 마음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남에게 영향을 끼치는 우리가 그 영향을 컨트롤하고 싶다면 먼저 그 주체인 자신을 제대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유택 교수가 사람사물관계에 있어 실수를 좀체 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성공적이고 따뜻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은 그런 '천재적인 조절능력' 덕이 아닐까. 유교수님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천재시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다양한 사람과 사물이 나오면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일상의 드라마다. 때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때론 약간 씁슬한 웃음을 어쩔 때는 눈물이 뚝 떨어지기도 하는 일일연속극같은 드라마.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것은 썩 적당하지 못한 감상법이다. 마찬가지로 천재 유교수의 생활도 십수권을 몰아서 보기보단 하루에 2~3권씩 보면 딱 좋은 만화다. 동생과 나는 천재 유교수의 생활을 3권씩 보면서 며칠 동안 저녁마다 무척 즐거워했다.

그리고는 입을 모아 '역시 이건 조금씩 깊이 봐야 돼~'라며 말했더랬다. 읽다보면 작가의 시각에 대해서도 감탄하게 되는, 기쁨과 감동 때로는 깨달음마저 주는 엄청난(!) 만화가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다. 진지하고 자신에 대해서 엄격하지만, 열린 정신과 따뜻한 마음, 그칠 줄 모르는 호기심과 관찰탐구에 매진하는 유택교수, 그를 만난 건 영.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