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교수의 생활 18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라는 제목에서 내가 처음 연상한 것은, 공학 쪽에서 명성을 날리는 교수님의 발명일지 정도였다. 로봇이라든가 유전공학생물체 등을 만드는 어딘가 사이코틱한 천재박사, 그것이 내가 멋대로 상상했던 '유교수'였다. 그러나, 실제의 유교수님은 점잖고 진지한 경제학 교수로 극히 평범한 일본가정의 가장이었다! 딸만 넷을 둔 유교수는 세 명은 출가시키고 막내딸과 아내, 그리고 딸이 주워온 고양이 한 마리와 이층주택에서 산다. 그리고 아침이면 대학으로 출근해서 경제학강의를 하고, 교수나 학생들과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간혹 타지방으로 세미나에 간다거나 아내와 여행을 간다거나 할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렇다.

즉 유교수님은 정말로 '평범한' 일반인인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작가가 제목에서 '천재 유교수'라고 한 것은 무엇때문일까. 경제학에 있어서 정말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해서?! 그도 아니다. 물론 언제나 공부하고 노력하는 유능한 유교수지만 '천재'라고 칭할 정도는 아닌 성실한 학자에 다름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해 '천재'라는 칭호를 붙인걸까?

나는 인간과 사물에 대한 유교수 특유의 따뜻하고 진지한 태도를 그 이유로 본다. 보통사람이라면 무의식중에라도 꺼리게 되는 게이라거나 성질나쁜 노인네, 전직 야쿠자 오야붕, 현란한 락커차림 청년, 눈매 사나운 도둑고양이 등등 유교수는 그가 마주치는 온갖 존재들을 편견없는 눈으로 보고 한결같이 대한다.

그런 유교수에 의해 작은 구원을 받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어른이라고 불릴 나이지만 돌아보면 아직도 미숙한 어린애처럼 굴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홧김에 개미를 밟거나 사소한 시비가 붙은 사람에게 벌컥 화를 내버린 적도 있다. 나중에 생각하면 얼마나 후회되는지, 스스로가 미워지는지 모른다. 유택교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다.
그는 수면시간이나 식사 등 모든 것을 규칙적으로 해나가 자신의 육체를 잘 관리하는 것 만큼이나 스스로의 정신과 마음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남에게 영향을 끼치는 우리가 그 영향을 컨트롤하고 싶다면 먼저 그 주체인 자신을 제대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유택 교수가 사람사물관계에 있어 실수를 좀체 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성공적이고 따뜻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은 그런 '천재적인 조절능력' 덕이 아닐까. 유교수님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천재시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다양한 사람과 사물이 나오면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일상의 드라마다. 때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때론 약간 씁슬한 웃음을 어쩔 때는 눈물이 뚝 떨어지기도 하는 일일연속극같은 드라마.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것은 썩 적당하지 못한 감상법이다. 마찬가지로 천재 유교수의 생활도 십수권을 몰아서 보기보단 하루에 2~3권씩 보면 딱 좋은 만화다. 동생과 나는 천재 유교수의 생활을 3권씩 보면서 며칠 동안 저녁마다 무척 즐거워했다.

그리고는 입을 모아 '역시 이건 조금씩 깊이 봐야 돼~'라며 말했더랬다. 읽다보면 작가의 시각에 대해서도 감탄하게 되는, 기쁨과 감동 때로는 깨달음마저 주는 엄청난(!) 만화가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다. 진지하고 자신에 대해서 엄격하지만, 열린 정신과 따뜻한 마음, 그칠 줄 모르는 호기심과 관찰탐구에 매진하는 유택교수, 그를 만난 건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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