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기사 11
김강원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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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원님은 데뷔를 <바람의 마드리갈>이라는 장대한 서사시로 덜컥 한, 정말 대담한 신인이다. 한편으로 무척 능렸있는 작가님이기도 하다. <여왕의 기사>에서도 데뷔작에서와 같은 큰 스케일이 드러나지만, 아무래도 연재하는 잡지가 아동지인만큼 마드리갈만큼의 깊이나 진중함은 떨어진다. 가문에 얽힌 비화와 출생의 비밀, 세력다툼 등이 숨가쁘게 돌아가던 바람의 마드리갈과는 달리 여왕의 기사는 귀여운 여중생 유나를 중심으로 수호기사들과 판타스마의 봄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는 좀 더 스무스한 판타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판타지 로망이 될 것이다. 여왕이 된 유나와 여왕의 기사인 리이노, 유나의 수호기사 3명 사이의 사랑이 가장 큰 한 축을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판타스마라는 이세계가 독일근처의 이공간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인지, <여왕의 기사>의 무대가 되는 판타스마는 중세 독일적 향취가 물씬 풍겨난다. 소제목들이 독어임은 물론이거니와 사람들의 이름도 독일식이며 생활환경이나 의복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영국에 있어서는 19세기의 근대를, 독일이나 프랑스에 있어서는 중세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독일의 중세를 재현한 듯한 판타스마가 썩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판타스마에 독창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토이어 마을이라든가 호흐마을 등 각 제후국이 '마을'로 명기되어 있다는 점, 마물들이 사는 어둠의 숲이나 요정들이 사는 빛의 숲 등은 이 작품만의 독특한 것이다. 그런 독창성과 기존의 것이 잘 어우러져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매력적인 이세계 판타스마.

독일에 엄마를 만나러 왔다가 얼떨결에 여왕이 되어버린 유나가 그녀 앞에 펼쳐진 난관을 극복하고, 부디 원하는 사랑을 쟁취하길 바란다. 판타스마에 내린 저주와 외부여왕제도와 그 핵심인 리이노. 그와의 사랑은 재상이나 빛의 일족 및 겨울의 저주에 의해서 많은 방해를 받겠지만 부디 그것에 굴하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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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피니아 전기 2 - 황금빛 전쟁의 여신
카야타 스나코 지음, 오키 마미야 그림, 김희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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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잡지에 실린 추천글을 보고, 줄거리라든가 등장인물이 무척 맘에 들어서 덜컷 인터넷상으로 주문해 사버리고 말았다. 생각보다 아담사이즈의 책장정이라든가, 약간 향기나는 종이질같은 것은 흡족했지만 문제는 속알맹이였다. 추천에서 '둔하지만 멋진 왕'이라든가 '이세계로 오면서 여자가 되어버린 최강의 미소녀', '털털한 미남 산적' 등의 소개글로 무척 기대하고 있던 캐릭터들은,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내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매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아니, 설정 자체는 분명 추천글과 동일했지만 그것이 잘 표현되지가 않은 채였다. 그건 작가의 엄청난 문장력 때문이었는데, 접속사가 중첩되는가 하면 꼭 필요할 때엔 접속사가 없다. 또 주어와 수식어가 한 문장에 남발되는가하면 간단한 동사로만 나열되기도 한다. 정말 앞뒤없는 문장인데다, 일본과 우리의 표현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히 우리 식으로 바꿔야할 속담이나 관용어를 번역자가 여과없이 옮긴 통에 더 알 수 없는 문장 투성이다. 작가도 번역자도 문장력에 있어 약간 지탄을 받아마땅한 것이다. 문장이 이렇다보니 쉽사리 내용의 앞뒤연결이 안 될 뿐더러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별다른 사건도 없이 두 캐릭터 왕인 월과 이세계의 소녀 리의 부각에만 초점이 맞춰진 채 제 1권이 거의 다 흘러가니 지루하기까지 했다. 2권까지 1권과 함께 주문한 터라 2권을 안 읽을 수도 없는 처지였지만 정말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1권의 역자 후기에서 역자가 1권은 프롤로그 격이고 자신도 정말 재미가 없었지만 2권부턴 무척 재밌어진다고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었다. 한 번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2권을 집어들었는데, 하! 이것 참 역시 글은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과 리의 만남과 의기투합, 그리고 델피니아 전기를 이루는 온갖 인물들의 대략적인 소개를 다룬 1권은 역동적으로 전개되는 2권을 포석이었다! 국왕군을 결성하고 월과 리를 중심으로 수도탈환에 나서는 소위 우리편과, 그에 대응해 수도에서 음모를 꾸미는 페르젠 후작을 위시한 나쁜편. 번갈아가며 두 곳의 상황을 조명하며 왕위계승전쟁의 큰 맥을 보여주는 한편, 우리 편 내에서 '리'라는 어린 소녀가 참모이자 왕의 측근으로 인정받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1권을 읽을 땐 정말 예상 못 한 바지만, 2권을 읽으면서는 몇 번이나 푸웃-하고 웃음을 터뜨렸는지 모른다. 어눌한 문장은 여전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한번씩 놀랄만큼 재치있는 문장이 튀어나와 사람을 자지러지게 만드는 것이다.
왕인 월의 충신 늙은 도라장군이 리를 꼬마라고 불렀다가 할아버지라는 반격을 당한다든가, 월의 소꿉친구 이븐이 늘상 월을 둔하다고 타박놓다가 리의 일로 월에게 역으로 둔한 녀석이라는 타박을 듣는다든지 하는 소탈한 유머. 갈수록 문장의 미흡함이 주던 껄끄러움은 잊혀지고 그저 내용과 설정의 흥미로움에 한없이 빨려들게 된다. 여전히 문장이 다소 껄끄러운 것은 앞뒤 상황에 맞춰 적당히 머리 속에서 다듬어 읽으니 그닥 문제되지 않았다. 책 제일 앞 페이지에 첨부된 대륙지도가 아주 유용한데, 델피니아를 위시한 대륙삼국 중 2곳이 델피니아 양 옆으로 그려져 있고 국왕군이 진군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수도까지 주요지점이 표시되어 있다.

월과 리가 만난 작은 마을에서부터 수도를 향하기까지 늘어선 주요 제후국들이 말이다. 월, 리, 이븐, 도라장군, 라모아 기사단장 등 국왕군 중점인물들의 행보를 지도를 통해 간간히 확인하면서 읽으니 훨씬 이해가 잘 되고 박진감 넘쳤다. 본격적인 무력전쟁과 또 적군의 수뇌 페르젠 후작과의 지력대결, 그리고 무엇보다 중심에 서 있는 '리'라는 신비의 소녀와 다소 둔하지만 명군소질이 넘치는 '월'의 우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두근두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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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이유의 장미 7 - 아름다운 사랑의 맹세
이케다 리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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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이유의 장미는, 흔히 순정만화하면 떠올릴만한 모든 것이 결집된 순정만화의 고전이다. 미인이 등장하면 늘 따라붙는 배경의 꽃들과 반짝이들, 남녀를 불문하고 엄청나게 미형인 사람들 등등. 요즘 순정만화 추세로는 지양되고 있는 것들이고, 그렇기에 최근 만화에 길들여진 눈으로 보면 약간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베르사유의 장미>지만 채 몇 장을 넘기기도 전에 몰입하게 되니 참 신기한 노릇이다. 역시,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기법이 아니라 스토리와 흡입력이 아닌가 새삼 생각해 봤다.

남장여자, 게다가 세력가인 자르제 백작가의 여식에 무예도 뛰어난 아름답고 강한 여성인 오스칼이란 가상의 인물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녀가 살아가는 시대는 실제 역사상의 시기인 18세기 프랑스대혁명기이며 역시 실존인물인 마리 앙뜨와네뜨와 루이 16세 및 로베스피에르 등이 등장해 사실감을 부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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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 문예교양선서 38
진 웹스터 지음, 한영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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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는 참 특이하게도 편지글로 이루어진 책이다. 주인공인 주디가 자신의 후원자인 얼굴모를 분께 쓰는 편지들, 그것들을 모아놓은 편지철(서류철?)같은 책이다. 이런 특이한 형식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어떤 서술체보다도 흥미진진했다. 남의 편지를 훔쳐보는 비밀스럽고 약간 고약한 즐거움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고아원시절의 최악인 환경들과 '우울한 수요일'의 얘기는 내가 전혀 모르는 세계이기에 흥미롭기도 했지만 약간 마음 씁쓸해지기도 했다. 부모님이 제공하는 울타리가 얼마나 큰 것인지도 새삼 느껴졌을 뿐더러 옛날 반친구 한 명이 고아원에 살았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살던 고아원이야 주디가 살던 곳만큼 그렇게 엉망은 아니었겠지만, 고아원 특유의 삭막함이 없진 않았을테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환경에서 '우울한 수요일'이라는 블랙코미디기질 가득한 수필을 써서 고아원 이사 저비스씨의 마음에 든 주디의 재능에 박수!(짝짝짝) 나라면 그런 유머정신을 도저히 못 가졌을테니까.

무당거미같은 기다란 그림자만 본 후원자에게 주디는 '키다리아저씨'란 별명을 붙인다. 이게 참 재밌는 것이, 그림자가 빛에 늘어진 거니까 실제론 키가 안 클수도 있었는데 정말로 후원자 저비스씨는 키가 컸다는 것이다. 결국 대강 붙인 별명은 정말 적절한 것이 되는데, 아무튼 참 친근한 별칭인 것 같다. 주디가 편지 첫머리에 '키다리 아저씨께'라고 적어놓은 걸 보고 저비스씨도 늘 큭큭 웃지 않았을까?

저비스씨덕에 대학에 가게 된 주디는 무척 열심히,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낸다. 많이 공부하고 많이 놀고 많은 사람을 사귀고,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늘 감사하며 사는 주디! 이런 주디에게 안 끌릴 사람은 없지 않을까? 역시나 줄리아, 샐리같은 좋은 친구들도 생기고 정체를 감춘 채 줄리아의 삼촌으로서 학교를 방문한 저비스씨도 주디에게 정말로 반하게 된다.

멋진 숙녀로 성장한 주디에게 구애하는 샐리의 오빠와 저비스씨. 물론 저비스씨와 키다리아저씨가 동일인물임을 모르는 주디가 키다리아저씨에게 자신의 연애사에 대해 시시콜콜 쓸 때는 약간 동정! 저비스씨도 참, 그러고보면 나쁘다니까. 남의 속마음을 시침 뚝 떼고 들여다본 것 아니냔 말이지. 그러나, 그런 덕분에 결국 오해로 헤어질 뻔했던 주디와 저비스씨가 '키다리아저씨에게 보낸 편지'로 인해 맺어지게 되었으니 결국은 잘 된 일이랄까.

주디의 늘 씩씩한 태도와 대학에서 친구들과 벌이는 여러 일들, 저비스씨와의 살풋한 사랑얘기 등 초반의 고아원 시절을 비롯해 <키다리 아저씨>는 정말 시종일관 재미나다. 소녀적 감성과 교양있는 아가씨로써의 면모가 돋보이는 재치있는 편지글, 간간이 곁들여진 우스꽝스런 낙서같은 그림이 보는 재미를 더욱 돋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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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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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는 소설만 봐도 대강 어떤 사람인지 머리 속에 윤곽이 그려진다. 그의 생활이 녹아난 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읽으면서 그라는 사람이 정말 소설로 짐작한 것과 비슷한 인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짐작한 움베르토 에코는, 사소한 일상에서도 굉장히 현학적인 사고를 접목시켜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어버릴거란 것! 그리고 뭔가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기에 세인들이 보기엔 굉장히 엉뚱한 일도 잘 벌일 거라는 것!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읽어봐도 그런 경향이 어느 정도 보이지만, 우웃..움베르코 에코의 경우엔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다.

싸고 싱싱한 훈제연어 한 마리를 상하지 않게 하려다, 그보다 훨씬 비싼 호텔 냉장고 비용을 물지 않나..반박에 반박하는 법을 보여준다면서 카이사르의 죽음과 관련된 이상한 편지를 만들어내질 않나..ㅡ_ㅡ; 정말 멋진 특유의 세계를 정립한 사람이다!

아무튼,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진자보다는 바우돌리노적인 향휘가 물씬 풍기는 책이었다. 움베르코 에코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한 권만 읽어봐도 어느 정도는 윤곽이 잡힐 듯도 하고 말이다. 어려운 표현에도 불구하고 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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