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니아 전기 2 - 황금빛 전쟁의 여신
카야타 스나코 지음, 오키 마미야 그림, 김희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한 잡지에 실린 추천글을 보고, 줄거리라든가 등장인물이 무척 맘에 들어서 덜컷 인터넷상으로 주문해 사버리고 말았다. 생각보다 아담사이즈의 책장정이라든가, 약간 향기나는 종이질같은 것은 흡족했지만 문제는 속알맹이였다. 추천에서 '둔하지만 멋진 왕'이라든가 '이세계로 오면서 여자가 되어버린 최강의 미소녀', '털털한 미남 산적' 등의 소개글로 무척 기대하고 있던 캐릭터들은,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내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매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아니, 설정 자체는 분명 추천글과 동일했지만 그것이 잘 표현되지가 않은 채였다. 그건 작가의 엄청난 문장력 때문이었는데, 접속사가 중첩되는가 하면 꼭 필요할 때엔 접속사가 없다. 또 주어와 수식어가 한 문장에 남발되는가하면 간단한 동사로만 나열되기도 한다. 정말 앞뒤없는 문장인데다, 일본과 우리의 표현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히 우리 식으로 바꿔야할 속담이나 관용어를 번역자가 여과없이 옮긴 통에 더 알 수 없는 문장 투성이다. 작가도 번역자도 문장력에 있어 약간 지탄을 받아마땅한 것이다. 문장이 이렇다보니 쉽사리 내용의 앞뒤연결이 안 될 뿐더러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별다른 사건도 없이 두 캐릭터 왕인 월과 이세계의 소녀 리의 부각에만 초점이 맞춰진 채 제 1권이 거의 다 흘러가니 지루하기까지 했다. 2권까지 1권과 함께 주문한 터라 2권을 안 읽을 수도 없는 처지였지만 정말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1권의 역자 후기에서 역자가 1권은 프롤로그 격이고 자신도 정말 재미가 없었지만 2권부턴 무척 재밌어진다고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었다. 한 번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2권을 집어들었는데, 하! 이것 참 역시 글은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과 리의 만남과 의기투합, 그리고 델피니아 전기를 이루는 온갖 인물들의 대략적인 소개를 다룬 1권은 역동적으로 전개되는 2권을 포석이었다! 국왕군을 결성하고 월과 리를 중심으로 수도탈환에 나서는 소위 우리편과, 그에 대응해 수도에서 음모를 꾸미는 페르젠 후작을 위시한 나쁜편. 번갈아가며 두 곳의 상황을 조명하며 왕위계승전쟁의 큰 맥을 보여주는 한편, 우리 편 내에서 '리'라는 어린 소녀가 참모이자 왕의 측근으로 인정받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1권을 읽을 땐 정말 예상 못 한 바지만, 2권을 읽으면서는 몇 번이나 푸웃-하고 웃음을 터뜨렸는지 모른다. 어눌한 문장은 여전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한번씩 놀랄만큼 재치있는 문장이 튀어나와 사람을 자지러지게 만드는 것이다.
왕인 월의 충신 늙은 도라장군이 리를 꼬마라고 불렀다가 할아버지라는 반격을 당한다든가, 월의 소꿉친구 이븐이 늘상 월을 둔하다고 타박놓다가 리의 일로 월에게 역으로 둔한 녀석이라는 타박을 듣는다든지 하는 소탈한 유머. 갈수록 문장의 미흡함이 주던 껄끄러움은 잊혀지고 그저 내용과 설정의 흥미로움에 한없이 빨려들게 된다. 여전히 문장이 다소 껄끄러운 것은 앞뒤 상황에 맞춰 적당히 머리 속에서 다듬어 읽으니 그닥 문제되지 않았다. 책 제일 앞 페이지에 첨부된 대륙지도가 아주 유용한데, 델피니아를 위시한 대륙삼국 중 2곳이 델피니아 양 옆으로 그려져 있고 국왕군이 진군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수도까지 주요지점이 표시되어 있다.

월과 리가 만난 작은 마을에서부터 수도를 향하기까지 늘어선 주요 제후국들이 말이다. 월, 리, 이븐, 도라장군, 라모아 기사단장 등 국왕군 중점인물들의 행보를 지도를 통해 간간히 확인하면서 읽으니 훨씬 이해가 잘 되고 박진감 넘쳤다. 본격적인 무력전쟁과 또 적군의 수뇌 페르젠 후작과의 지력대결, 그리고 무엇보다 중심에 서 있는 '리'라는 신비의 소녀와 다소 둔하지만 명군소질이 넘치는 '월'의 우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두근두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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