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해 안녕 - 암 병동 간호사가 기록한 삶과 죽음 사이의 이야기
문경희 지음 / 파람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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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뉴스로 접하는 '암 병동'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이다.


 적잖게 그런 표현이 나온다. '이런 일이 나에게...'


 그야말로 어제와 오늘을 평범히 살아가던 이들에게 찾아 온 '암'이라는 진단 이후를 담은 이야기다.


 그들을 옆에서 관찰하던 암 병동 간호사로써 굉장히 인간적이고 성찰적인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책의 제목을 보면 '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해', 라고 적혀 있다. 얼핏, 안녕하지 않았던 날들에 대한 회고를 담은 글일까, 싶었지만 도서를 다 읽고 책을 뒤집으면서 살펴보니 오른쪽 끝에 '안녕'이라는 두글자가 적혀 있다.


 책 제목은 '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한 성찰이 아니라, '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해 안녕'이라는 결심이다. 안녕하지 않은 날들에게 작별을 고한다는 의미와 '안녕하지 않은 날들'에게 '안녕'하며 포용적인 두가지 중의적인 표현을 담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생'의 치열함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확장할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가,


다만 비슷한 고민을 했던 누군가가 '암병동'이라는 뜻밖의 장소로 그 목적지가 정해지면서 '저 사람이 느꼈을 법한 허탈감'과 어쩌면 한치 앞도 모르고 달려가고 있는 나의 '무지함'에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27년간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를 했던 '문경희' 작가는 스스로도 뇌종양 진단을 받고 시한부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병동에서 암 환자를 간호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평소 '업무'로써 '사무적'으로 대하던 '환자'들에 대해 마음으로의 공감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어떤 분야든 일을 하다보면 '기계적'으로 혹은 '사무적'으로 변하게 될 때가 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어쨌건 '아픈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 얼마 전, '대상포진'을 앓았던 입장에서 '환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예민해지는지 깨달았다. 사람의 성격은 엄밀히 말해서 '의지'만큼이나 '건강상태'도 중요하다.

 그런 이들과 함께 하다보면 덩달아 저절로 '짜증'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지만 그녀의 기록에서 그들의 그런 반응에 대한 공감과 성찰이 담겨 있다.


 책에서 소개된 많은 투병환자들의 과거는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급하게 일상을 정리하고 '항암'을 준비하는 가정의 이야기나 자기계발에 힘을 쓰고 열심히 운동을 했다는 이들, 어떤 분야에 꽤 재능을 보여 왔던 수재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통장 잔고나 성과, 자존심이 아니라 자신이 없어진 이후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괜히 부끄러워지고 숙연해지기도 한다.


 너무 하루와 일과에 매몰되다 보니, 실제 밖에서 실존하는 이야기에 너무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도 어디선가에서는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유쾌하고 긍정적으로도 다르고 있는데, 어쩌면 그에 비하면 하찮을 대로 하찮은 주제를 다르고 뭘 그렇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나, 싶다.


 어제까지 중요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건강 앞에서 오늘에와서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성과, 체면, 비교, 인정 이런 것들이 얼마나 허영심 많은 마음이 지은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수필 초반에 '배테랑 간호사'임에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인간적인 실수와 두려움, 작가 스스로가 환자가 되고 나서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이 너무 솔직하고 가감없어서 읽는 내내 감정이입이 되었다.


 책은 어쩌면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허상'에 휩쌓여 괜한 불만과 불평이 쌓여 있을 어느때 한번씩 꺼내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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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제다이들에게
이마냥 지음 / 창조와지식(북모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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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나름의 나르시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도 은밀한 비밀이라는 것은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일 것이다. 대부분은 사소하지만 더럽고 지저분하고 너저분한 것들 투성인 내면이 더욱 그렇다.


덜 잘려진 손톱 끝이라던지, 

변소를 나온 뒤에 느껴지는 찝찝한 기분

덜 떨어진 이해력이나 몹쓸 무능력

하찮은 무기력


그런 것들이 내면 어딘가에서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썪고 있겠지만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마저 포장하고 싶어진다.


 냄새나는 포장지를 뜯어내면 그래도 꽤 쓸만한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스스로도 아닌 채 악취나는 그 오물들이 저절로 사라질 것 처럼 하기도 한다.


 모두가 외면하고 스스로도 외면한 그 지저분한 내면 깊은 곳을 누군가에게는 열어두고 싶다.


 내면으로 가는 길, 만나게 되는 어둡고 지저분한 외겹 한 겹 때문에, 버려진 곳이 내면이 다시한 번 버려진 곳이 될까, 겁이 날 때가 있다.


 이마냥 시인의 시를 읽는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사람인냥 하더라도 결국은 내면의 그림자에 있는 자기혐오 같은 것들 때문에 상대에게 스스로를 한없이 낮도록 만드는 일.


 인정받고 싶지만 누구도 인정할 것 같지 않은 스스로라고 인정을 하며 한없이 초라해 지지만 언젠가는 '그래도 그곳에 자리 한 켠 두면 갈께'라고 하는 아무개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마냥 시인의 시는 휘리릭 넘기다가 눈에 띄는 시구 몇 개에 시선을 잡히게 된다. 시구를 보다가 여러번 묵독하고, 그러다 저절로 몇번은 음독한다.


 그러다보면 자물쇠로 잠겨진 시구가 가진 감정과 의미가 '스르륵' 하고 해체 되는데 그 맛이 씁쓸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하고 그렇다.


 무언가 엄청난 이야기라기보다 누구나 가질 법한 일상의 이야기와 생각이 짧은 시 속에 녹아져 있는데 어떤 시는 앞에 있는 다른 시와 극을 다르게 하기도 한다.


 짧지만 강한 그의 시 중에서 꽤 마음에 드는 시 한 소절을 소개 하고자 한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_이마냥 시인


 쉿


저기 수평선 너머 섬이 하나 있어

머나먼 저 바다 한가운데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누구도 알지 못해서 수소문으로도 찾을 수 없는

가시덤불에 새들도 감히 앉지 못하고 

갖은 벌레들만 득실거리는

떠밀려 온 것들의 악취로 무성한 곳

눈알 빠진 곰 인형과 구슬과 퍼즐조각과

언젠가 유리병에 담아 던졌던 수많은 편지들


깊은 밤이면 양탄자를 타고 나는 날아가네

마른세수 세찬 고개짓 두어번에

바위 절벽 한가운데가 쩍하고 갈라지지

금은보화처럼 반짝이는 침방울

너저분한 살 껍데기 거미줄이 드리워진 터널을 지나

굴을 파서 마주하게 될 철제금고 가장 구석에


너의 자리를 마련해두었어

너라면 보여줄 수 있어


자 이제 내 손을 잡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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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전쟁으로 다시 읽는 한중일 세계사 - 지리는 어떻게 동아시아 3국의 운명을 뒤흔들었나?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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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보면 단순히 '정치'만으로 해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경제'가 해석의 역할을 돕기도 하고 가끔은 기후가 해석의 역할을 돕는다. 마찬가지로 역사를 해석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지리'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보면 그 도입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뉴기니'를 방문하고 있던 토착민 '얄리'와의 대화다.

"왜 당신들(백인)은 그렇게 많은 문명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지고 왔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가. "

책은 그 질문을 시작으로 시작한다.

'왜 그런가', '왜 세계는 공평하지 못하고 어느쪽은 반드시 가난하고 어느쪽은 폐망하더라도 다시 부유해지는가'

1, 2차세계 대전에서 폐망한 국가들이 다시금 21세기에 강한 경제력을 갖게 되는 일을 맞이하면서 어쩌면 단순히 '민족적 근성'이나 '정치'만으로 해석되지 않는 필연적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반도 지도를 보면 그 외형이 참으로 기묘하다. 서쪽으로는 대륙 세력의 끝자락에 붙어 있으며서 동쪽으로는 열도가 마치 의도라도 한 것 마냥 태평양 길목을 '포옥'하고 감싸고 있다.

이런 지형적 특색은 실제로 동아시아의 근대사에도 영향을 줬다. 서쪽 끝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은 실제로 그들의 필요 따라서 증기선을 만들어냈다.

산업혁명 이전의 전통 강국이라면 '대륙 농업 기반 국가'였다. 대표적으로 '프랑스'가 그렇다. 프랑스는 강한 농업생산력을 기반으로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국가였다. 이후 산업혁명으로 그 패권이 '해양'으로 이동한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많은 공급을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생산량을 소비할 소비처를 찾아 낼 수 있었다. '증기선'이 발전되면서 영국의 상품 수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들은 증기선으로 만들어진 상선에 막대한 공급품을 싣고 세계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흔히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우리가 '일본'에 비해 개화 시기가 늦어졌다는 해석을 많이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상선의 '한번도'로 들어가기에는 지리적으로 접근 비용이 높았다.

한반도 서해는 수심이 앝고 조수 간만의 차가 큰 편이다. 항해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대형 상선이 안정적으로 접근하기에 어려웠다. 반면 일본은 태평양에 면해 있다.

깊은 수심과 자연 항만을 갖춘 구조는 외부 세력이 들어오기에 훨씬 유리한 편이었다. 앞서말한 '쇄국정책'은 당시 시기적으로 '한반도'만의 정책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 모두의 정책이기도 했다.

즉, 단순히 문을 닫았느냐, 열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세계가 얼마나 수비게 들어 올 수 있는가,의 문제에 가까웠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후 서구 열강은 증기선을 기반으로 해양 네트워크를 확장했고 이때 그들이 우선적으로 접근한 지역은 당연히 접근성 높은 항구였다. 그런 이유에서 일본은 자연스럽게 그 경로 위에 있었다.

대표적으로 '페리 제독의 일본 개항'이다. 미국은 군함을 이끌고 일본에 직접 접근하여 개항을 요구했다. 물리적으로 도달한 지리적 특성 때문이었다. 반면 조선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기에 꽤 까다롭다.


과거 '카미카제'는 몽골군이 일본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대륙 세력으로부터 일본은 고립되기도 했다. 고려는 당시 몽고군에 침입을 받았지만 개화가 늦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지형'이라는 것은 반드시 '특정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양면이 다 존재한다. 고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정치와 경제가 아닐까 싶다. 과거 '스페인'을 비롯한 패권국이 '은'을 기축통화로 사용할 때, 일본의 은 생산량은 엄청나게 많았다. 이또한 일본에게는 엄청난 기회였다. 고로 단순히 한 국가의 역사는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고 지구 반대편의 다른 국가에 영향을 받으며 경제, 기후, 정치 등 모든 부분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 상황과 이로인한 '원유공급' 차질로 '지도'와 '전쟁', '지리'가 얼마나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과거는 '미래'를 볼수 있는 '선견지명'이 될 수는 없지만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요즘과 같이 국제정세가 어지러운 시기에 가볍게 한 번 일독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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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피어싱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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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에게 피어싱'은 2023년에 이미 한 차례 읽었던 책이다. 그때도 역시 서평을 꾸준하게 쓰고 있어서 책에 대한 '감상평'이 적혀 있었다.


 100쪽도 되지 않는 분량, 강력하고 몰입감 있는 소설을 찾고 있던 어느 날 저녁 이었던 것 같다. 3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불현듯 그런 류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걸 보니, 어쩌면 이게 일종의 성향일 수도 있겠다.


 당시에는 감도 잡히지 않는 제목이라 호기심 조차 없이 도서를 구매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읽어가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구경하고 나온 기분이다.


 소재라면 '스피릿텅'으로 시작한다.


 스필릿텅이란 혀에 하는 피어싱의 일종인데, 혀에 구멍을 뚫고 피어싱을 하다가 점차 피어싱의 크기를 확장시키며 결국은 혀끝까지 갈라지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스필릿텅'에 매력을 가진 '루이'라는 여성의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은 전개 된다. 루이에게 '스필릿텅'의 매력을 갖도록 한 '아마'라는 남자 주인공과 문신전문가 '시바'.


 소설은 이렇게 세 명의 젊은 일본인 남녀의 이야기가 빠르고 짧게 전개된다. 소설의 시작은 꽤 자극적인 소재였지만 초중반을 지나갈 때, 그래도 여느 연인들 같은 '사랑'이 소재가 된다. 다만 조금 다른 모습이라면 우리가 넘지 않을 선을 너무 쉽게 넘어 버린다는 점이 다르달까.


 '저 사람'들은 인생에 '뒤가 없나'하는 충동적인 선택과 선택들이 마구잡이로, 그것도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면서 그 나름대로의 쾌감도 없지않다.


 3년 전에도 그랬다.


 '스플릿텅'이 뭔데?, 하면서 유튜브와 사진으로 책을 읽다말고 검색해봤던 것 같다. 몇 번을 검색해보고 '아,...' 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문신'이나 '피어싱'에 대해 큰 거부감은 없다. 여기서 말하는 거부감이란 '남이 했을 때'에 대한 거부감을 말한다.


 해외에서 생활할 때, 문신과 피어싱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았다. 이유는 내가 일했던 곳에서 '피어싱'을 판매하기도 했다. 내가 일했던 곳은 '소매물품'을 팔던 곳이 었는데 얼핏 기억하기로 'plug, ring, bar, tunnel, stud' 뭐 이런거 였는데 잘은 기억에 나질 않는다.


 카운터에 서 있으면 계산을 하던 손님들이 이런 피어싱을 보여 달라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서랍 속에서 하나당 3불 짜리 바늘처럼 얇고 큐빅이 박혀 있는 핀을 꺼내주며 고르도록 해 주었다.


 그때, 엄마가 딸에게 그 모양을 추천해주고 서로 멋지다고 말해주던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아서 그 부분에 대한 거부감은 있지 않다.


 문신이며 피어싱이며 이런 것들이 그 문화권에서는 그닥 거부감이 있는 문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일반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거나 할 때, 과도하게 그런 꾸밈을 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지만 자기 개성에 맞게 표현해야 할 때는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신'이며 '피어싱'이라는 문화가 유독 동양으로 왔을 때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보여지는 것 같다.


 유교 문화 영향 때문인가, 싶다가도 일본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시선인 것 같아서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뱀에게 피어싱'은 내 윤리관에 대한 의심들 정도로 '선'이라는 것이 모호하다. '응? 이게 이렇데 당연하게 넘어서도 되는 거야'

그런 일들이 소설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성적인 취향', '살인', '술' 할 것 없이 매우 자극적인 소재들이 '슴슴한 말투'로 여과없이 나온다.


 마치 이러한 일들이 '별로 대수로운게 아니야'라는 사고가 그들이 보여주지 않는 무표정 속에 더 깊은 심연을 보게 하는 듯하다.


 3년 전 읽었던 소설이지만 다시 한 번 정독 했다. 이미 읽었던 책이라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책을 읽을 때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소설의 마지막 역시 확실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마무리 되는데, 그 불확실함 역시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소설'의 영역이다.


 '기승전결'을 정확히 따르며 결말에 와서는 모든 복선이 깔끔하게 이용되고 갈등과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마는 그런 비현실과는 거리가 먼 소설.


 그래서 읽고나서도 어쩌면 세상 어딘가에서는 소설의 주인공들이 있을 것만 같은 초현실주의적인 소설인 것 같다.


 역시 이런 류의 소설은 어제와 오늘이 같고, 내일이 다르지 않을 것은 일상에 꽤 큰 충격을 주어 일상적 고민 이외에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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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가 깊은 시간을 만든다 - 108개의 짧으나 깊은 이야기와 60개의 가슴에 새겨지는 말들
김정빈 지음 / 새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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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종류는 참 많다.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문',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는 '편지문', 정보를 안내하는 '안내문', 나의 생각을 주장하는 '주장문'.

건축물이 목적에 따라 짓는 방법이 다를 수 있듯이, 글도 목적에 따라 쓰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 건물은 얼마 만큼의 높이가 될 예정인지에 따라 기초공사 방법 역시 달라진다. 글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목적에 따라 도입부분이나 전개 방법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글'이라는 같은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 '글'이라고 부르지만 '길거리'에서 받게 되는 '홍보물'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읽는 방법도 정보를 얻는 방법도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글은 '훑어보고' 어떤 글은 '정독'해야하고, 어떤 글은 짬짬히 읽어야 하고, 어떤 글은 '메모'하여 읽어야 한다.

글이 '건축물'과 비슷하다는 생각은 동서양에서 비슷하기 있어왔다. 영어에서 'text'는 현재 문자를 뜻지만 이는 '직물'을 짜거나, '건물'을 짓는데서 먼저 유래 했다. '주장문'을 쓰기 위해서는 '통념'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반박'을 하고, '반박한 주장' 뒤에는 '근거'를 두는 것이 좋다. '설명문'은 상대가 모를 만한 '고유명사'의 의미를 먼저 제시해주고 그것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주면 좋다. '이야기글'을 쓸 때에는 '기승전결'을 따르며 상대의 흥미를 자극해 주되, 항상 교훈으로 마무리해 주는 것이 좋다.

건물이 목적에 따라 짓는 방법이 다르기에 사용되는 재료가 다를 수 있듯, 글 역시 목적에 따라 사용되는 기술과 재료가 다를 수 있다.

'김정빈' 작가의 '짧은 이야기가 깊은 시간을 만든다'는 글에서 자주 사용하는 짧은 일화들이 잔뜩 모여 있는데 이는 앞서말한 글쓰기에서 매우 고효율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글은 나의 생각을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전달 도구다. 나의 생각을 생동감있게 저장하는 저장기구이며, 상대의 생각을 생생하게 전달 받을 수 있는 수신도구이기도 하다.

글은 '분명'하고 '생생'하고 '생동감'있는 메시지를 담을 수록 좋은 글이 된다. 다만 이는 전달자의 능력에 따라 혹은 수신자의 능력에 따라 그 '글의 해상도'가 명확하게 달라진다.

'사과가 있다'라고 표현 할 수 있다. 그러나 표현력이 조금더 풍부하다면 '작고 선명한 빨간색이며 표면이 매끄럽고 윤기가 나는 사과가 있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같은 사진기로 찍어도 어떤 사진기가 표현하지 못하는 색상과 감성이 있듯. 글도 표현자의 능력에 따라서 다양한 감성을 전달할수도 있고 없기도 하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삼성'이냐, '애플'이냐, 그 카메라 성능을 비교하는 영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일반인은 좀처럼 구분하지 못하는 '색감'이 주는 '감성'의 영역과 빛에 따른 색변화, 몇배를 당겨 볼 수 있는 '줌'까지 그 기능을 아주 유심하게 찾아본다.

사람들은 이처럼 스마트폰의 '카메라'의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자신에게 장착될 수 있는 '표현능력'에 대해서는 그만큼 생각치 않는 것 같다. 표현능력의 차이로 인해 같은 정보라도 '저장'과 '전달'과 '수신' 능력에 차이가 생길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이는 반드시 '글'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만 가지고 있어야 하는 능력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사진'을 업으로 하고 있지 않음에도 모두 꽤 괜찮은 성능의 카메라를 필요로 한다. 이유는 모두가 풍요로운 경험 후 흐린 저화질로 추억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상향 평준된 요즘 카메라 기술'에 비해, 글쓰기 능력은 그 편차가 매우 심히다. 꺼내 볼 때, 남에게 전달할 때, 전달 받을 때의 해상도 차이가 매우 심하다.

고로 글의 해상도를 높이면 단순히 '표면 시각 정보' 즉 카메라가 담을 수 있는 정보 이외의 것들을 담아낼 수 있다. 이와같이 정보의 해상도를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사례' 혹은 '예시'를 드는 것이다. 그것은 '과학적 근거'나 누군가의 일화, 가벼운 가정일수도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미 생생하게 남아 있는 누군가의 '자서전', '우화집', '역사서'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짧은 이야기가 깊은 시간을 만든다'는 읽어서 좋고, 글을 쓸 때 두고두고 참고하기 좋은 것 같다. 읽다보면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싶은 일화도 많고 '출처가 뭐였더라', 했던 글을 출처와 만날 수도 있다. 마치 지나가던 라디오에서 '노래만 알고 있던 옛 음악'의 제목을 함께 들었을 때와 같은 기쁨이랄까.

책은 독특한 띠지를 가지고 있어서 북스탠드 처럼 원하는 페이지를 고정하여 세워 둘 수도 있는데 그 아이디어와 섬세한 감성이 담고 있는 정보와 결을 같이 하는 것 같다.

아무튼 글은 짧게 쪼개진 작은 이야기들의 모음집으로 언제고 글을 쓰거나 어떤 상황을 맞이했을때, 유용하게 사용될 것만 같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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