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읽고 나서는 마음 속으로 작가에가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한다.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꽤 뚜껍다. 총 446쪽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무게감은 묵직하다. 첫 페이지를 넘길 때, 부담감을 갖고 시작할 만큼 묵직하다. 하지만 이 책은 일과 중 틈틈히 3일 정도 읽으니 완독됐다. 너무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조사를 했던 작가 님의 노고가 느껴지는 책이다.
책의 두께 때문에 혹시나 예스24의 북클럽에 등록이 되어 있으면 오디오북으로 운전하면서 들어볼까 생각도 했었다. 운좋게 등록이 되어 있었지만, 내가 읽는 종이 책은 개정판이었다. 요즘과 같이 빠르게 플랫폼 기업들의 역사가 바뀌어가는 중에 요점을 포착하여 정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은 개정 후에 꽤 내용이 많이 수정된 듯 했다. 안타깝지만 한 장, 한 장 종이를 넘기며 읽어 넘어갔다.
저자인 이승훈 님은 2000년대 중반에 싸이월드 사업 본부장그로 근무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서막을 함께 했다고 소개가 되어 있다. 그는 싸이월드가 전성기이던 시기 뱃머리의 선장으로써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 8개월의 시간을 함께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에서 11번가와 멜론의 탄생에 중추적인 역활을 담당하고 모바일 네이트와 인터파크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을 이끌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플랫폼 시장에 관한 굉장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애정과 관심이 이 한 권에 들어가려다 보니 분량이 많아지긴 했지만 오랫만에 빠르게 넘어가는 책을 읽었다.
예전에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 님의 '초격차'라는 책을 읽을 때, 권오현 회장의 자기 반성같은 한 줄을 읽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시원 시원하게 자신이 받은 솔직한 감정을 적었다. 그것은 바로 애플의 아이폰에 관한 기억이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삼성전자의 기술이 아이폰과 같은 형태로 활용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이렇듯 거물들의 이런 자기 반성은 인간미가 보여진다. 이승훈 작가 님은 자신이 싸이월드를 진두지휘 할 시기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면 과연 얼마나 바꿀 수 있었을까 상상하는 대목이 잠시 나온다. 거기서 경험해 본 자들만이 알 수 있는 아쉬움과 한국 플랫폼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이 책은 친절하게도 플랫폼에 관해 잘 정리된 책이다. 이 책에서 플랫폼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사용한 '양면시장구조'를 들었다. 양면 시장 구조란 기존 구매자들만이 고객이던 구조를 설계과정부터 다르게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즉,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고객이 되는 구조를 말한다. 가령 내가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스토어팜 같은 경우도 마찮가지다. 기존 기업에서 짜놓은 형태에서 구매만 가능하던 이용자들이 이제는 자유롭게 자신의 물품을 팔기도 한다. 구매자가 되기도 하고 판매자가 되기도 한다. 이런 형태는 플랫폼 기업들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그 기업의 신뢰가 되고 그것이 곧 그 기업의 생명과 연결된다고 했다.
책에는 싸이월드라는 서비스가 세계적인 서비스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의 모태가 되며, 단지 한국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세계적 기업이 되지 못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싸이월드는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고 공급자 네트워크를 성장시키지 못했다. 운영진이 이용자들의 룰을 직접 짜야했고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알고리즘보다는 운영진의 판단이 많이 개입되어 지는 구조였다. 사람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구조 속에서 문화를 형성해야 했고 거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또한 이전 사회 혹은 인간관계에서 다음 관계로의 전환과정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점도 한 몫 했다. 싸이월드 스타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중보다 운영진의 선택이 더 큰 영향을 미쳤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내는데 폐쇄적이며 기존 관계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얼마 전,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미국의 청문회에서 선거 관련한 내용에 답변하는 기사를 보곤 했다.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저 관련 소식을 들을 때마다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들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 덕분에 페이스북의 주가는 많은 흔들림이 있었다. 멀리 갈 것이 아니라, 최근 유튜브나 네이버에서도 뒷광고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신뢰가 곧 생명인 플랫폼 기업에 공정성에 관한 이슈들이 넘실 거릴 때마다 해당 회사들의 주식은 등락을 반복한다. 이럿듯 플랫폼은 양면 시장의 인정으로 성립되는 것이다.
내가 중학교 시절, 우리나라에 옥션이라는 페이지에서 아버지가 무선전화기를 하나 구매하신 걸 본 적이 있다. '천리안'이라고 불리는 모뎀 인터넷을 연결하시고 아버지는 '옥션' 페이지를 들어가셨다. 페이지에서 1,000원을 입력하고 상대가 다시 얼마를 입력하면 해당 시간 안에 적정가를 제시하여 입찰 받는 형식이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는 그 때, 무선 전화기 한 대를 1,500원에 입찰 받으셨다. 하지만 판매자가 입찰을 취소하면서 아버지는 무선전화기를 갖지 못했다. 내가 어린 시절이기 때문에 정확한 방법이나 규칙은 기억에 나지 않지만, 아버지는 옥션으로 전화를 걸어 해당 내용을 따지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그 뒤로 아버지는 해당 페이지를 사용하지 않으셨다.
나의 기억이 어디까지가 맞는지, 아버지가 그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했던 행동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번 훼손된 신뢰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이는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를 고객으로 취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이 균형성에 관한 문제이다. 공급자에 편향된 정책은 분명 소비자에게 불리할 것이고 소비자에게 편향적인 정책은 반드시 공급자에 불리할 것이다. 하지만 한쪽이라도 유입이 되지 않는다면, 반대쪽 유입도 당연히 줄어든다. 시장 독점이 거의 당연해지는 플랫폼 시장의 특징상, 신뢰와 균형의 상실은 곧 기업의 존폐를 결정 짓기도 한다.
플랫폼 기업들의 이런 특징 때문에 모두를 얻거나 모두를 잃는다는 리스크는 언제나 들고 있다. 이런 승자 독식의 구조 때문에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쿠팡이라는 기업에 적자를 인지하면서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커머스 산업으로 사업확장하면서 그 중간에서 우리 소비자들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거대 공룡들의 자본 싸움은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플랫폼 사업은 사업 특성상 지적 재산권이 보호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상, 생존이 곧 독점이고 독점 후에는 그 자리를 빼앗기는 일이 쉽지는 않는다.
아마존과 쿠팡이 거의 비슷한 플랫폼의 형식을 가지고 있고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또한 비슷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플랫폼 기업을 너무나도 닮아 있는 중국형 플랫폼 기업들도 많다. 이런 이유로 진입장벽이 낮지만 그것이 곧 상업성을 곧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당 사업으로의 도전은 커다란 리스크이기도 하다. 이런 개방적인 플랫폼 기업들의 특징은 '개방'과 '무료'이다. 개방과 무료는 누구나 쉽게 플랫폼에 접근 가능하게 한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 성공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정 규모에 먼저 도달해야하는 것이다. 즉 잽싸게 성장해서 해당 시장의 일정 부분을 독점하는 것이야 말로 이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개방과 무료라는 장점은 품질 저하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한, 1차 세계 대전을 '전투력'이 아닌 '경제력'의 전쟁으로 바꾸게 했던 참호의 발견처럼 굉장한 소모 전이 되기도 한다.
속전 속결로 수도를 빼앗아야 하는 전투에서 지는 이유는 전투력이 아닌 경제력이다. 임진왜란에서 일본군이 7일만에 수도 한성을 함락하고 6.25전쟁에서 북한군이 남한을 속전속결로 적화통일하려고 했지만 전쟁의 양상이 길어지면서 패하는 것과도 마찮가지다. 이렇게 소모 전으로 치닫게 될 때, 결국은 전투의 성패는 자본력이 결정한다. 이미 형성되어 있는 페이스북이 자신의 독점력을 상실할 일은 없겠지만, 배달플랫폼이나 커머스와 같이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는 엄청난 자본의 싸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와중에서 우리 이용자들은 많은 이득을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책에서 좀 아쉬운 부분이라면, 중국 플랫폼에 관한 내용을 조금 더 심어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다. 물론 개정 전에 비해 많은 비중이 들어간듯 하긴 하지만, 나는 실제로 중국 플랫폼 기업에 관심이 많다. 4차 산업혁명에 가장 많는 정치 구조가 민주주의 보다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일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또한 구매력이 핵심 요소이긴 하겠지만, 당연히 이용자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걸핏하면 수 억명의 이용자가이용하는 중국 플랫폼들은 미국 플랫폼과 양적인 면에서 거의 비슷하거나 넘어서는 경우도 많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중국 플랫폼의 폐쇄성(?) 때문이지만, 이 또한 종국에 가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은 담고 있는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고 방대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를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읽는 내내 너무 만족하면서 읽은 책이지만 독후감에서 모두 표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드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