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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제다이들에게
이마냥 지음 / 창조와지식(북모아) / 2026년 3월
평점 :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나름의 나르시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도 은밀한 비밀이라는 것은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일 것이다. 대부분은 사소하지만 더럽고 지저분하고 너저분한 것들 투성인 내면이 더욱 그렇다.
덜 잘려진 손톱 끝이라던지,
변소를 나온 뒤에 느껴지는 찝찝한 기분
덜 떨어진 이해력이나 몹쓸 무능력
하찮은 무기력
그런 것들이 내면 어딘가에서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썪고 있겠지만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마저 포장하고 싶어진다.
냄새나는 포장지를 뜯어내면 그래도 꽤 쓸만한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스스로도 아닌 채 악취나는 그 오물들이 저절로 사라질 것 처럼 하기도 한다.
모두가 외면하고 스스로도 외면한 그 지저분한 내면 깊은 곳을 누군가에게는 열어두고 싶다.
내면으로 가는 길, 만나게 되는 어둡고 지저분한 외겹 한 겹 때문에, 버려진 곳이 내면이 다시한 번 버려진 곳이 될까, 겁이 날 때가 있다.
이마냥 시인의 시를 읽는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사람인냥 하더라도 결국은 내면의 그림자에 있는 자기혐오 같은 것들 때문에 상대에게 스스로를 한없이 낮도록 만드는 일.
인정받고 싶지만 누구도 인정할 것 같지 않은 스스로라고 인정을 하며 한없이 초라해 지지만 언젠가는 '그래도 그곳에 자리 한 켠 두면 갈께'라고 하는 아무개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마냥 시인의 시는 휘리릭 넘기다가 눈에 띄는 시구 몇 개에 시선을 잡히게 된다. 시구를 보다가 여러번 묵독하고, 그러다 저절로 몇번은 음독한다.
그러다보면 자물쇠로 잠겨진 시구가 가진 감정과 의미가 '스르륵' 하고 해체 되는데 그 맛이 씁쓸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하고 그렇다.
무언가 엄청난 이야기라기보다 누구나 가질 법한 일상의 이야기와 생각이 짧은 시 속에 녹아져 있는데 어떤 시는 앞에 있는 다른 시와 극을 다르게 하기도 한다.
짧지만 강한 그의 시 중에서 꽤 마음에 드는 시 한 소절을 소개 하고자 한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_이마냥 시인
쉿
저기 수평선 너머 섬이 하나 있어
머나먼 저 바다 한가운데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누구도 알지 못해서 수소문으로도 찾을 수 없는
가시덤불에 새들도 감히 앉지 못하고
갖은 벌레들만 득실거리는
떠밀려 온 것들의 악취로 무성한 곳
눈알 빠진 곰 인형과 구슬과 퍼즐조각과
언젠가 유리병에 담아 던졌던 수많은 편지들
깊은 밤이면 양탄자를 타고 나는 날아가네
마른세수 세찬 고개짓 두어번에
바위 절벽 한가운데가 쩍하고 갈라지지
금은보화처럼 반짝이는 침방울
너저분한 살 껍데기 거미줄이 드리워진 터널을 지나
굴을 파서 마주하게 될 철제금고 가장 구석에
너의 자리를 마련해두었어
너라면 보여줄 수 있어
자 이제 내 손을 잡아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