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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잘 지내는 법 - 나를 만나는 49일 글쓰기 워크북
조민영 지음 / 스피어인 / 2026년 4월
평점 :
심리학 이론 중에 '자아 확장(self-expansion)이라는 표현이 있다. '나'라고 하는 것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물음에서부터 과정은 시작된다.
가령 우리가 정의하는 '나'는 어디까지인가,
쉽게 말해서 어느 영화의 장면처럼 '순간이동'이나 '시간이동'을 할 경우, '나'라는 것의 시공간을 이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나'라고 정의하고 이동할 수 있겠는가,하는 것이다.
'손톱'의 경우 그 뿌리는 분명 살아 있겠지만 새로운 세포가 계속 만들어지므로 앞으로 밀려나온 세포는 케라틴으로 굳어진다. 이렇게 밖으로 나온 손톱은 이미 죽은 세포 덩어리다. 고로 우리는 손톱을 잘라내더라도 고통이나 상실을 느끼지 않고 그것이 떨어져 나감에 있어서 '나'가 분리되었다는 느낌도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머리카락, 손톱, 피부 각질, 우리몸에 있는 수십조 마리의 미생물은 '나'와 별개의 것들이다.
우리몸의 60%는 물로 이뤄져 있다. 물은 대체로 태평양 증발한 수증기가 따뜻한 공기와 함께 상승하여 구름이 됐다가, 바람을 타고 이동하여 찬공기를 만나 비가 되어 땅에 내린다. 내린 비는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거치고 수도꼭지를 통해 우리 입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들어온 물은 핵액 속에서 최소 수시간 혹은 수일을 머물고 몸 전체에서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 정도 머물다가 소변으로 빠져나가 하수관을 지나고 정화시설을 거쳐, 강으로 흘렀다가 마침내 다시 바다에 이른다.
즉 우리몸의 60%는 한달 전까지 태평양 바다의 일부였다. 이것은 동아시아 어느 호랑이의 방광에 머물었기도 하고, 인도 평원을 걷던 코끼리의 땀이기도 했으며, 수백년 전 이름 모를 사람이 흘렸던 눈물이거나 소변이기도 했다.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나라는 것을 확장하다보면 꽤 경이로운 순간을 만날 수가 있다. 우리가 더 크게 비약하면 '별'에서 왔다는 증거를 알 수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와 산소, 질소와 철은 지구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는 우주 초기에 오래된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것들이 다른 원자와 중력으로 모여 있다가 초신성 폭발을 통해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기를 반복하면 결국 '내'가 된다.
'나'는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우주 생리 속에 잠시 모여 형태를 짓고 있는 찰라의 흔적일 뿐이다.
어떤 감정에 의해 스스로가 괴로워지는 순간이 있다. 남들과의 비교,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 열등감, 외로움, 슬픔.
이런 것들은 '나'의 한계를 좁혔을 때 삶을 괴롭게하는 무엇이겠지만 '나'의 경계를 무너뜨려 확장시키다보면 '우주의 경이로움'의 한 조각일 뿐이다.
'한낱 원자 알갱이'가 모였다가 폭발했다가를 반복하다가 이런 '감정'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신비롭다.
우리는 금빛 물고기나 황금을 낳는 거위, 말하는 고양이에는 무한한 호기심과 관심을 갖는다. 이유는 그것이 '참 희귀하고 신비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신비로운 현상이라는 것.
사실은 저 멀리에서 찾을 것 없다. 별의 죽음에서 태어난 원자가 모여,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이런 감정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더 놀랍지 않은가.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의 비유에 따르면 '고철 더미로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갔더니 우연히 보잉 747 여객기 한대가 조립되어 나올 확률'과 얼마나 다른가.
이 무섭고도 믿기 힘든 우연이 바로 여기 '나'에서 일어나고 있다. 수십억 년 우주를 떠돌던 원자들이 잠시 모여 의식을 만들어 낸다니, 세상은 '나'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주 전체'를 이해하고 관찰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쩐지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우울하고 현실의 번아웃 상태에서 괴로운 상태에 머물고 있을 때, 너무 '나'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어쩌면 너무 갇혀 있어서 작은 세계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라는 것이 '고정'됐다는 그 착각이 워낙 '금강'과 같아, 인도의 한 수행자는 오랜 세월 그것을 깨뜨리고자 노력했다. '금강'이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즉 '다이아몬드'를 의미하다. 깨지지 않는 그 관념을 깨부수자고 불교 경전 '금강경'은 물었다.
'나'라는 것은 정말 고정된 값인가,
여러 글을 읽다보면, 혹은 글을 쓰다보면 '천체물리학'이든, '양자역학'이든, '심리학'이든, 종교나 수필이든, 그 모든 것이 '나'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그런 여러 글들은 내 속에서 섞여 자신만의 대답을 만든다. 다시말해서 오늘의 '나'에 대한 마음을 느끼고 기록하는 것은 150억 광년 우주의 역사상 단 한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에 대한 현상이고 기록이다.
이 경이로운 관찰을 언제든 펜과 조금의 시간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조미영 작가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언제든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관찰하다보면 스스로 뿐만 아니라 '나'의 확장으로 만들어진 주변 세계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가 생기지 않을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