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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피어싱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평점 :
'뱀에게 피어싱'은 2023년에 이미 한 차례 읽었던 책이다. 그때도 역시 서평을 꾸준하게 쓰고 있어서 책에 대한 '감상평'이 적혀 있었다.
100쪽도 되지 않는 분량, 강력하고 몰입감 있는 소설을 찾고 있던 어느 날 저녁 이었던 것 같다. 3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불현듯 그런 류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걸 보니, 어쩌면 이게 일종의 성향일 수도 있겠다.
당시에는 감도 잡히지 않는 제목이라 호기심 조차 없이 도서를 구매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읽어가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구경하고 나온 기분이다.
소재라면 '스피릿텅'으로 시작한다.
스필릿텅이란 혀에 하는 피어싱의 일종인데, 혀에 구멍을 뚫고 피어싱을 하다가 점차 피어싱의 크기를 확장시키며 결국은 혀끝까지 갈라지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스필릿텅'에 매력을 가진 '루이'라는 여성의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은 전개 된다. 루이에게 '스필릿텅'의 매력을 갖도록 한 '아마'라는 남자 주인공과 문신전문가 '시바'.
소설은 이렇게 세 명의 젊은 일본인 남녀의 이야기가 빠르고 짧게 전개된다. 소설의 시작은 꽤 자극적인 소재였지만 초중반을 지나갈 때, 그래도 여느 연인들 같은 '사랑'이 소재가 된다. 다만 조금 다른 모습이라면 우리가 넘지 않을 선을 너무 쉽게 넘어 버린다는 점이 다르달까.
'저 사람'들은 인생에 '뒤가 없나'하는 충동적인 선택과 선택들이 마구잡이로, 그것도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면서 그 나름대로의 쾌감도 없지않다.
3년 전에도 그랬다.
'스플릿텅'이 뭔데?, 하면서 유튜브와 사진으로 책을 읽다말고 검색해봤던 것 같다. 몇 번을 검색해보고 '아,...' 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문신'이나 '피어싱'에 대해 큰 거부감은 없다. 여기서 말하는 거부감이란 '남이 했을 때'에 대한 거부감을 말한다.
해외에서 생활할 때, 문신과 피어싱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았다. 이유는 내가 일했던 곳에서 '피어싱'을 판매하기도 했다. 내가 일했던 곳은 '소매물품'을 팔던 곳이 었는데 얼핏 기억하기로 'plug, ring, bar, tunnel, stud' 뭐 이런거 였는데 잘은 기억에 나질 않는다.
카운터에 서 있으면 계산을 하던 손님들이 이런 피어싱을 보여 달라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 서랍 속에서 하나당 3불 짜리 바늘처럼 얇고 큐빅이 박혀 있는 핀을 꺼내주며 고르도록 해 주었다.
그때, 엄마가 딸에게 그 모양을 추천해주고 서로 멋지다고 말해주던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아서 그 부분에 대한 거부감은 있지 않다.
문신이며 피어싱이며 이런 것들이 그 문화권에서는 그닥 거부감이 있는 문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일반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거나 할 때, 과도하게 그런 꾸밈을 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지만 자기 개성에 맞게 표현해야 할 때는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신'이며 '피어싱'이라는 문화가 유독 동양으로 왔을 때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보여지는 것 같다.
유교 문화 영향 때문인가, 싶다가도 일본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시선인 것 같아서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뱀에게 피어싱'은 내 윤리관에 대한 의심들 정도로 '선'이라는 것이 모호하다. '응? 이게 이렇데 당연하게 넘어서도 되는 거야'
그런 일들이 소설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성적인 취향', '살인', '술' 할 것 없이 매우 자극적인 소재들이 '슴슴한 말투'로 여과없이 나온다.
마치 이러한 일들이 '별로 대수로운게 아니야'라는 사고가 그들이 보여주지 않는 무표정 속에 더 깊은 심연을 보게 하는 듯하다.
3년 전 읽었던 소설이지만 다시 한 번 정독 했다. 이미 읽었던 책이라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책을 읽을 때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소설의 마지막 역시 확실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마무리 되는데, 그 불확실함 역시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소설'의 영역이다.
'기승전결'을 정확히 따르며 결말에 와서는 모든 복선이 깔끔하게 이용되고 갈등과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마는 그런 비현실과는 거리가 먼 소설.
그래서 읽고나서도 어쩌면 세상 어딘가에서는 소설의 주인공들이 있을 것만 같은 초현실주의적인 소설인 것 같다.
역시 이런 류의 소설은 어제와 오늘이 같고, 내일이 다르지 않을 것은 일상에 꽤 큰 충격을 주어 일상적 고민 이외에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