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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 인생 절반을 지나며 깨달은 인생 문장 65
오평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어떤 책은 읽기 형편이 없어 '악평'을 달게 되고, 어떤 책은 감명이 깊어 '추천' 꼬리를 다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면 '당췌 무슨 생각으로 그런 평'을 했는지 모르겠다.
고로 책을 평가하는 일은 시간과 시기를 기만한 일이지 않은가 싶다. 모든 것은 그 시기가 있고 그 때가 있는 법이다. 어떤 시기에 읽었느냐에 따라 '해석'은 천지로 달라진다.
'책은 죽어있는 시계'와 같아서 언제고 한 번은 정확하게 맞는다. 고로 '책'의 완성은 '작가'에 있지 않고, '독자'에 있으며 '독자'의 감정 상태와 시기, 그 밖에 잠시 스치고 지났던 모든 기억과 나이가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나름 책을 좋아하다보니 그런 커넥션이 생긴다. 이게 꽤 기분이 괜찮은 편인데 서로 안부를 물은 적은 없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 말이다.
'인스타그램'에 '오평선 작가님'과는 맞팔로우 관계다. 그러다보니 심심찮게 활동 내역을 보게 된다.
이처럼 직접적이지 않은 커넥션이지만 은근히 '혼자만의 유대감'을 가진다. 며칠 전에는 아이와 느낌좋은카페(?)를 방문했는데 '오평선 작가님'의 책이 놓여져 있었다.
작가 님의 책은 대체로 그런 분위기에 함께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화초 옆에 놓여 있는 책을 들고 '아빠, 아시는 분이네?'했다. 그러고 다시 곰곰하게 생각해보니, 일면식도 없고 간단한 인사도 나눠보지 못했다.
이야기가 한참 돌았는데, 어쨌건 그런 작가 님들의 책은 일단 먼저 눈이 간다. 오랫만에 '밀리의서재'의 '베스트 순위'에 익숙한 이름이 있길래, 내려 읽었다.
어쩐지 참 술술하고 읽힌다.
기교없이 담백하게 툭툭 내뱉는 문장마다 공감이 갔다. 몇해 전, 라디오스타에서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라는 노래에 대해 가수 '윤종신' 님이 평가했던 내용이 기억에 난다.
서른이 아니라 '마흔 즈음'에 들으면 훨씬 더 공감이 간단다. 그게 불현듯 기억이 난 시기는 말 그대로 '내일 모레' 마흔이 되기 때문일까.
20대에서 30대로 넘어 갈 때,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30에서 40으로 넘어 갈 때는 뭔가 묘하다.
서른이 될 때만하더라도 '성숙'으로 넘어간다는 생각이었지만, 마흔으로 넘어가니 이제 꺾고 내려가는 기분이랄까..., 물론 훨씬 나이가 많은 분들이 보기에 우습겠지만 80이라는 평균 수명에서 꺾고 넘어가는 기분이라 그런 듯 하다.
마흔이면 사회적으로 '그런 사람'이 되는 편이다.
20대면 아직 뭘하는 사람인지 정해지지 않은 시기고, 서른이면 한창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는 편이겠지만 '마흔'이면 대체로 그사람의 정체성은 '그런사람'처럼 보인다.
그런 씁쓸함 때문에 이 글이 공감이 됐을까... 한참을 읽다가 절반쯤 읽고 난 뒤에 아이를 불렀다.
아이들은 아빠의 책을 대신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목감기가 심하게 와서 눈이 너무 피로하다. 고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요청할 때가 있는데, 아이들이 그 시간을 제법 좋아한다.
소파에 앉아 아이의 무릎에 담요를 깔아주고 아이 하나를 '포옥' 안고, 책읽어주는 아이의 무릎에 목을 베고 누워 눈을 감는다.
'참 낙원이 따로 없다'
읽어주는 아이, 듣는 아이, 그리고 아빠.
아이에게만 좋은 시간은 분명 아니다. 아이가 오평선 작가 님의 책 절반을 번갈아 가며 읽어 주었다. 아이에게도 분명 좋은 글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최근에 이상하게 '오평선 작가님'의 책이 눈에 띈다. 또 일상을 살다가 익숙한 작가 님의 이름이 있으면 이참에 인사나 한 번씩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