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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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이 나아간다. 멈출 수 없다. 전철을 운행하는 기관사가 자신이라고 해보자.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다. 앞에는 선로를 정비하는 다섯 명의 인부가 있다. 그 옆 선로에는 한 명의 인부가 있다. 이 상황에 선로를 바꾸지 않는다면 다섯 명을 치어 모두 사망에 이르게 하고 선로를 변경하면 한 명의 인부만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 경우 선로를 바꿔야 하는가.

이 질문에 선로를 바꾸는 것은 여지가 없다고 여긴다. 다만 다른 상황을 생각해보자. 나는 전철 밖에서 전철을 지켜보고 있다. 전철은 브레이크가 고장났고 그대로 직진하면 앞에서 일하는 인부 다섯을 치여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만약 내가 옆에 있는 무고한 이를 전철로 밀어 넣어 전철을 멈추게 한다면 인부 다섯은 살아 남을 수 있다. 이 경우 옆에 있는 무고한 이를 전철로 밀어 넣어야 하는가. 누적 판매수 300만부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일부다.

만약 1000명의 무고한 시민을 사망에 이르게 할 테러범을 잡았다고 해보자. 이 테러범은 1000명을 살해할 계획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해보자. 그를 고문해서라도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정의로운가'. 1000명의 무고한 시민을 살리기 위해 다수는 고문에 동의할지 모른다. 다만, 만약 정보를 얻어내는 유일한 방법이 그의 6살 어린 딸을 고문하는 방법 밖에 없다면 어찌해야 할까. 무고한 6살 딸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것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이처럼 정의란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다. 사회가 정의롭기 위해 어떤 부분에 더 가치를 둬야 하는가.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 그것을 공리주의라고 한다. 전체 행복의 총량이 많은 쪽으로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는 듣기에 따라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꽤 적잖은 오류가 있다. 만약 콜로세움에 관객을 채우고 그 안에 검투사 한 명을 사자와 함께 넣었다고 해보자. 수 많은 관객은 검투사와 사자와의 결투에 쾌락을 느낀다. 여기서 검투사가 느끼는 불행감과 관객이 느끼는 쾌락의 총량을 고려해보면 검투사를 사자 우리에 집어 넣는 행위는 '정의로운' 행위가 된다. 정의란 이처럼 어떤 시기에는 맞고 어떤 시기에는 틀리기도 하며, 어떤 가치관과 철학, 윤리관을 갖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것으로 탈바꿈 된다.

1400년 전, 관직에 종사하던 남편을 둔 한 여인은 갑작스러운 비극을 맞이한다. 남편이 딸을 살해하고 이어 그녀 또한 살해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가정은 그렇게 완전히 파탄난다. 일가족을 모두 살해한 남편의 살해 동기는 이랬다. 전쟁에 참여 전에 돌아갈 곳이 없는 결사 항전의 배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일가족을 자의로 몰살한 그 가장은 계백장군이다. 자신의 혈육마저 살해하고 참전했던 계백장군의 충정은 때로는 의로움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때로 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들의 '기부'를 당연시 생각한다. 평생 사용하지도 못할 돈을 쌓아두고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난민'을 외면하는 부자들을 비난한다. 그렇다면 빌게이츠나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와 같은 부자들의 재산을 세금의 형태로 걷어서 아프리카 난민에게 나눠 주면 그것은 과연 '정의'로운가.

마이클 조던을 예로 들어보자, 마이클 조던은 팀내에서 엄청난 연봉을 받았다. 경기에서는 모든 선수가 다 열심히 뛰는데, 조던만 엄청난 연봉 계약을 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인가. 그것은 공정한 일일까.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특정 선수의 경기력을 보기 위해 더 많은 티켓판매가 일어난다고 해보자. 그럼에도 모든 선수에게 비슷한 연봉이 주어지는 것은 공정한가.

'정의란 무엇인가'는 '공리주의, 공동체주의, 자유주의' 등 윤리학과 정치철학에 대한 여러가지 논쟁을 꽤 흥미로운 예시와 함께 하여 서술한다. 이 책이 대한민국에서 300만 권이나 팔렸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깊은 사색을 하고 있는 사회라는 점에서 놀랍고 뿌듯하다. 이미 10년도 넘은 이 책을 당시에는 보지 않다가, 오늘에서야 완독을 했다. 책은 '정독'과 '재독'을 통해 여러번을 사색하고 곱씹어봐야 할 명저다. 지금에서야 읽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고, 지금이라도 읽었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남는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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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과학 4.0 - 인공지능(AI)에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까지
박재용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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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대형 우주선인 스타십을 발사 했다. 이 스타십은 달과 화성에 화물과 사람을 보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속에는 150t까지 적재할 수 있다. 가히 엄청난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 스타쉽은 발사 4분 뒤 빙글빙글 돌다가 곧 이어 폭발했다. 이때 굉장히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 엄청난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는 순간, 사람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큰소리로 환호했다. 다시 말하자면 로켓은 역대 가장 큰 규모의 로켓이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 프로젝트다. 그러나 로켓이 폭발하자 모두가 환호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프로젝트에 함께한 이들에게 실패는 굉장한 의미였다. 발사 후 공중에 띄웠다는 자체로 굉장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과연 어떤 배경을 가졌던 것일까.

그들의 능력은 어느날 갑자기 태어난 것이 아니다. 화성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신기술 전에는 무수히 작은 실패가 쌓여 있었다. 그들은 초등학교 시절,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에서도 실패를 했을 것이고, 중학교 시절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도 좌절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미적분'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 중 단 한번이라도 실패를 끝으로 여겼다면, 이들은 평범한 '수포자'가 되어 '스타쉽'은 물론 우주공학 회사에 취업 조차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실패가 무딘 이들이 모여 있는 집단에서는 그렇다. 첫시도의 실패는 당연한 것이며 실패로 인한 깨달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즐거운 경험일 것이다. 기술이란 이처럼 수많은 실패위에 쌓여진다.

'모빌리티', '우주', '로켓', '정보통신', '생명공학', '기후와 재생에너지' 등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과학들은 실패의 결정판이다. 이 결정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실패로 쌓여 있으나 성공을 이뤄낸다. 결국 성공이란 실패라는 블록으로 만들어지는 구조물인 것이다. 실패가 쌓이지 않으면 성공은 없다. 수 년 전, 테슬라의 전기차가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테슬라'를 구매하기 위해 200만원을 예약금으로 걸어 놓은 적 있다. 그러다 '현대 코나ev'가 먼저 출시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가장 먼저 했던 행동은 '예약 취소'다. 하루 빨리 전기자동차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테슬라 예약을 취소하고 '코나ev'를 구매한 뒤 나는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몇 번이나 리콜에 불려다니며 배터리를 교환하는 번거로움을 견뎌야 했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 중요한 약속에 참석하지 못하기도 했다. '에러'로 인해 작동이 되지 않는 당황스러운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기차로 인해 이동에 대한 부담을 줄였고 엔진오일 교환 기간을 신경쓰지 않게 됐다. 충전시간에 대한 고민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이는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었다. 귀가 후 스마트폰 충전하듯 집 충전기에 전원을 꽂아 두면 언제나 다음 날, 언제나 완충 상태였다. 미래의 자동차라고 여기는 '전기자동차'는 이제 일상이 됐으며 오히려 내연기관 자동차의 번거로움이 신경쓰인다. 결국 소비자가 기술을 선택하고 기술이 소비자의 생활습관을 바꾸면 그때서야 조금씩 성장한다.

제주에 살다보면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된다. 가령 '풍력발전소'나 '전기차'와 같은 것들이다. 풍력발전기는 대체로 자연경관을 해친다. 다만 제주 '정석비행장' 근처에서 볼 수 있는 '풍력발전기'는 되려 이국적이다. 또한 꽤 현대적이다. 제주도민 혹은 관관객들 중 일부는 일부러 이 곳을 찾아 사진을 찍어가곤 한다. 이 또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용도 외에 '관광산업'으로 또다른 수익창출을 해내는 것이다. 제주의 사람들이 특별하게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제주 소비자들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전기차'를 구매하고 어떤 이들은 친환경과 관련 없이 '풍력발전기'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기는다. 현재 제주도 내 전기차는 그 누적 판매가 3만대를 넘었다. 비율로 봤을 때 전국에서 거의 압도적이다. 다른 대부분의 지역은 전기차 비율이 1%대에 머무는 반면 제주는 독보적으로 7.52%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니즈이지, 기술이 아니다. 친환경이나 '미래 기술'에 대한 동경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다. 경제학을 공부한 나로써 '미래 기술'에서 핵심은 '사업성'이다. 사업성은 단순히 독보적인 기술 확보로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전기차를 구매한 이유도 전기차가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소음과 떨림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고로 기술은 반드시 사업성을 띄고 있어야 한다. 미래 산업 중 일부는 엄청난 사업성을 가지고 있는 산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산업도 있다. 단순히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그 기술을 사용해야 할 중요한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삼성전자는 접어내는 스마트폰을 출시하고도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왜 접어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삼성은 '디자인'으로 해결했다. 사람들은 '플립'이라는 접는 스마트폰을 '신기술'이라고 구매하지 않는다. 그것이 예쁘기 때문에 구매한다. 결국 기술은 사업에서 '설득력'을 갖춰야 번성할 수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발표된 챗gpt의 경우에는 엄청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한다. 뭐든지 알려준다는 인공지능은 그저 봉사활동을 하고 수익을 만들지 않는다. 수익성이 없는 기술은 아무리 독보적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퇴보한다. 고로 우리 미래 산업에 다양한 기술은 단순히 기술로만 완전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설득력이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사실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체제'의 벽에 걸려 정체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 14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은 사회주의라는 정치 형태를 만나 기술의 진보를 앞당기기도 했다. 고로 분명 기술은 다양한 변수나 상황에 맞게 진화해 나가야 한다. 우리 미래를 결정할 다양한 과학 기술은 역시 '인문학'과 '철학', '마케팅'을 만나 번영한다. 고로 이과와 문과는 양쪽 날개가 되어 미래 기술을 번영시킬 수 있다. 단순히 기술만 발전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기술이 사람들의 니즈를 자극할지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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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인 더 다크
사쿠라 히로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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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내가 지하실로 사라졌다. 사라진 이유는 얼굴에 남은 흉터 때문이다. 튀김 요리를 하다가 작은 화상을 입은 것이다. 남편은 내용을 쪽지로 전달 받는다. 금방 나을 것이라고 생각지만 하루가 지나도, 일주일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아내는 올라오지 않는다. 그간 일중독이었던 남편은 일에 심취한다. 그러다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리 떠올려보려고 해도 도무지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남편은 그때서야 아내를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지하실에서 올라오지 않는다. 남편이 내려가려고 해도 결코 불을 켜지 못하게 한다. 소설은 평범한 공무원 남편과 프로그래머 아내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평범한 부부다. 문과적 남자와 이과적 여자가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함께 살아간다. 이 이야기를 작가 '사쿠라 히로'는 '피아졸라'에 빗대어 말한다.

피아졸라는 '탱고'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탱고보다는 재즈와 클래식을 열망했다. 그는 주로 바흐나 슈만의 음악을 듣고 재즈 음악을 연주하곤 했다. 그러다 그는 스승 블라제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듣는다. 자신이 쓴 작품에 '자신의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후로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탱고, 재즈, 클래식을 접목시켜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이렇게 여러가지가 섞여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이 만들어지자 세계는 그를 '탱고의 황제'라고 불렀다. 피아졸라의 '탱고'는 다시 말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섞여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말한다.

문과적 남편과 이과적 아내, 이 둘은 각자 플룻과 기타 연주한다. 이 두 악기는 쉽게 섞여지기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이 둘은 적당히 섞여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낸다. 소설속 가상 부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관계는 그렇게 형성된다. 수소는 수소와 섞이면 그저 수소일 뿐이지만, 산소와 섞일 때는 물이 된다. 하나는 불을 잘 타도록 하고, 다른 하나는 불을 만나면 폭발력을 키우지만 이 둘이 결합하면 '물'이라는 새로운 성질로 재탄생된다. 전혀 닮지 않은 것끼리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면 혼자일 때, 감히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너지가 생긴다.

우리는 때로 '자율 의지'를 갖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칸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타율'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타율이란 외부로부터 주어진 결정에 다라 행동한다는 의미다. 예를들어 당구공을 손에서 놓으면 공은 아래로 떨어진다. 그것은 공의 자율 의지가 아니라, 중력이라는 자연 법칙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선택을 할 때,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착각한다. 다만 식사를 선택하거나 옷을 선택할 때도 거기에는 자율 의지가 없을 수 있다. 기호라는 것은 애초에 내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기호는 오래된 외부적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다. 즉 자율적 선택이라는 것의 대부분은 전혀 자율적이 않을 수 있다. 때로 자율선택이라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복종의 실천'일 수도 있다.

이런 것을 따지고 보면 때로 '운명론'을 믿는 쪽이 공감되기도 한다. 칸트는 이런 타율적 행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적에 반응하는 행동을 경계하길 바랬다. 행위에 집중하다보면 그것을 왜 하고 있는지 물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부자가 되기 위해, 좋은 집을 사기 위해, 여유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등. 다만 이런 것들은 외부에서 주어진 목적에 반응해 행동하는 타율적인 삶이다. 칸트의 말대로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기 휘새서는 그 존재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 움직이는 것 이들의 대부분은 생각보다 외부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간혹 유럽이나 미국만 보더라도 인기 가수의 대부분이 '솔로'이다. 다만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에는 '아이돌'이라고 통칭하는 그룹이 '인기'있는 편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강수량이 풍부하여 '벼농사'를 짓던 '아시아'인들이 집단을 인식하는 방식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밀농사를 짓는 이들은 다수의 집단을 한번이 인식하는 일을 어려워 한다. 다만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에는 단체로 구성된 집단을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는 인식의 방식이 생겨난다. 고로 취향이라는 것 또한, 아주 오래 지난 조상들의 선택 방식의 영향이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취향이 아닐 수 있다.

사람의 '뇌'라는 것이 이처럼 불완전하다. 우리는 행복한 한때를 떠올리는데 1초면 충분하다. 다만 그 행복한 한때의 하루는 대략 10시간 혹은 수년의 시간이다. 고로 인간의 기억은 엄청난 시간을 압축하고 변형해야 기억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때로 기억되어 있는 기억장치에서 불러오는 과정에서 인간의 뇌는 컴퓨터처럼 '불러오기'를 통해 과거 기억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도록 기억을 재구축한다. 이것을 '재구성 이론'이라고 하는데, 고로 인간은 어떤 무언가를 기억하고 떠올릴 때마다, 뇌에 보관된 것이 아닌 새로이 만들어지는 변형된 것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고로 진실은 언제나 완전하지 않고 그때 그상황에 따라, 그 감정에 따라, 그 시기에 따라 언제든 재구성된다.

내가 바라본 과거와 상대가 바라본 과거가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둘이 서로 갖고 있던 시간이 같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재구성 작품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시간을 보내는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때로는 아주 다른 기억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알고 봤더니 자신과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진 상대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미안해 하기도 한다. 관념에서만 존재하는 없다는 것과 있다는 것은 고로 우리의 뇌가 각각 만들어낸 환영일지 모른다. 우주 물리학에서 '다중우주 이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데, 아마 객관적인 우주가 몇개 인지를 차치 하더라도 과연 지구상에는 최소 80억개의 우주는 존재 하는 것 같다. 이제 막 태어나는 우주, 방금 막 사라져 가는 우주 등. 고로 가족이라는 것은 새로운 우주를 하나 가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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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순자 -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철학 수업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최종엽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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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했다. 사람들은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자라고 부르지만, 정작 자신은 스스로를 철학자로 생각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비슷한 이야기를 동양에서도 한 적 있다. 무려 2000년이나 앞섰다. 바로 동양 철학자 '순자'다. 순자는 국가를 부유하게 만드는 방법을 '국부편'을 통해 설명했다.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개인의 이기심'과 비슷한 개념이 나온다. '성악설'이다. 성악설은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라는 의미다. 그 관념은 인간이 악독하고 흉측하고 악마 같은 태생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심'이라는 것이다. 순자는 이름처럼 순하고 말랑 말랑한 주장을 한 사람은 아니다.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본래 인간에게는 다듬어지지 않은 '본성'이 있다.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을 말한다. 순자는 이런 '본능'을 '악'에 비유했고 이것을 잘 다듬어야 '인간'다워 진다고 생각했다.

그가 얼마나 현실적인 사람인가 하면, '질 나쁜 사람에게는 알려주지도 질문하지도 말라고 말한다. 설명이 저질스러운 자의 이야기는 듣지도 말라고 말한다. 다투려는 기색이 있으면 대꾸도하지 말라고 한다. 상대를 교화하여 서로 화합하고 이해한다는 이상적인 일은 일어날 수 없으며 그저 무시해 버리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현실적인 조언인가.

'하늘'을 절대자로 생각하던 고대 사상과 다르게 그는 '하늘'보다 '의지'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자연관 중 '천론편'을 보면 그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근본을 튼튼히 하고 씀씀이를 절제하면, 하늘이라도 빈궁케 할 수 없다.

양성하고 대비하며, 시의적절히 움직이면, 하늘이이라도 병들게 할 수 없다.

도에 진력하되 우왕좌왕하지 않으면, 하늘이라도 화를 입힐 수 없다.

-순자의 천론 中

'천명'을 부정하고 굉장히 자연과학적인 주장이다. 참고로 그는 천명이 절대적이고 황제를 천자로 여기던 '고대 중국' 사람이다. 무려 2000년 전 인물이다.

또한 그가 '기우제'에 대해 생각한 부분을 보면 얼마나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인지도 알 수 있다.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오는 까닭에 대해 그는 말했다.

"그것은 기우제와 아무 상관도 없으며, 기우제를 지내지 않아도 비가 온다. 기우제란 그저 정치적 행위일 뿐이며 일종의 관례일 뿐이다."

아마 공자, 맹자의 사상에 조금 답답할 수 있는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공감을 줄 수 있는 생각을 했다.

그는 사람의 본성을 잘 다스리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여겼다. 그것은 이기심을 통해 국가 생산성을 올린다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닮았다. 적절한 보상과 질책을 통해 사람의 이기심을 다루면 1년에 두 번 이상 수확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닮았다고 여긴다. 인간의 본성은 수요자의 이기심과 공급자의 이기심의 어느 부분에서 적당한 타협점이 생기는데 이로인해 공급자는 공급할 명분을 갖고 수요자는 수요할 명분을 가지며 시장자본주의가 운영된다. 순자는 이런 '성악설'을 이용하면 얼마든 국가를 부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생각은 꽤 자유시장주의자를 닮았다. 그는 저축을 중요시 생각했다. 또한 세금을 가볍게 하고 관세를 없애길 종용했다. 이어 국가가 농사의 시기를 뺏지 않는 작은 정부를 주장했다.

'악'이라고 하는 것을 종교적으로 보면 '선'의 반대로 나쁜일에 속하지만 '순자'가 생각한 '악'은 이기심과 욕망이다. 현대 장본주의, 자유시장은 이런 욕망과 이기심을 '악'이라 생각하지 않고 경쟁의 원동력으로 본다.

그는 이런 인간의 본성을 다스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을 '교육'으로 봤다. 그가 말하기를 '군자는 태어나면서 다른 것이 아니라 잘 배우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했다. 또한 올바르며 자신에게 비난하는 사람을 '스승'이라 여기고, 올바르며 응원하는 사람은 '친구'라 여겼다. 반대로 아첨하며 좋은 말만 해주는 자를 '해치는 자'라고 불렀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처럼 오로지 좋은 말만 해주는 쪽은 되려 해치는 쪽이라고 여기니 '쓴 말'을 하는 쪽은 스승이오, '응원' 해주는 쪽은 친구요, '좋은 말'만 하는 쪽은 '적'이라고 생각했다.

계급과 왕의 자리를 하늘이 내려준다는 사상에 크게 반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가 생각하기를 길거리의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될 수 있으며 시련이 없다면 군자의 진가는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워주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결국 백성은 배를 띄워줄 수 있지만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존재로 이는 '민주주의'의 어떤 부분을 닮았다.

공자, 맹자에 비해 비교적 많은 이들이 '순자'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지만, 때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공자, 맹자'보다 훨씬 더 공감가는 부분도 많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자하, 자유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그를 이은 것이 '순자'다. 고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스승과 견줄만 하니 이를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부른다. 이또한 순자가 사용한 말로, 스승보다 나은 제자를 의미한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라는 그 시대에 제자가 스승보다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역시 '순자'답다.

가르치는 자를 넘어서는 배우는 자를 의미하는 이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때로는 독자가 작가를 넘어서는 생각을 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순자는 또한 그저 배우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현실주의자 다운 생각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커다란 성취는 작은 일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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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유럽
노현지 지음 / 있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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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일 오전 9시, '템플다낭'에서 1인당 한잔 제공되는 음료를 마셨다. 부모님과 함께한 베트남 여행 2일차 일정이었다. 베트남 다낭으로의 여행 1일차는 저녁 11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그날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CGV 극장에서 영화 '안시성'을 봤으며 여행사 소집은 5시 반에 이뤄졌다. 부모님과 했던 첫 해외 여행이었다.

'당신들의 유럽'이라는 여행 에세이는 3대가 떠난 해외 여행 에세이다. 에세이를 보며 벌써 5년이 지나버린 그때가 떠오른다. 10번을 검사하면 10번 다 같은 결과가 나오는 뼛속까지 INFJ라서 그날의 기록은 어마 무시하다. 노현지 작가 님의 글을 보고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그녀도 비슷한 기록왕이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지난 여행에 관한 추억을 이렇게 잘 정리하다니 말이다.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부모님이지만 머리가 크면서 독립된 개체가 됐다. 자라면서 비슷한 성향의 친구를 사귀게 되고 비슷한 성적을 가진 이들과 공부한다. 초등학교를 기점으로 사회는 조금씩 조금씩 사람을 분리해 나가는데, 중학교부터는 성적을 기준으로 나눈다. 대학교부터 지역을 기준으로 나누고, 성인부터는 업종을 기준으로 삶의 배경이 달라진다.

가장 가까웠던 부모님에서 독립하면 사회가 나눠주는 분리 기준으로 떨어져 나간다. 그러다 보면 부모님과는 거리가 가장 먼 곳에 도착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분리되고 독립되어 나간 곳이 무려 '오세아니아'였다. 얼마나 생각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졌을까. 얼핏 가장 가까우면서도 점차 가장 멀어져가는 게 가족같다. 관계에 아쉬움을 느끼며 나도 부모님과 '다낭 여행'을 떠났다.

'당신들의 유럽'의 배경은 부모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한 '사위'의 아이디어 였다. 사위는 거리낌 없이 도우미를 자처했다. 여행 중 꾸지람을 당하거나 고민하는 대목도 나온다.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싶은 부분이다.

다낭으로 떠나는 여행에서 그런 도우미는 '나의 몫'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뼛속까지 INFJ다. 내 일정에는 어디에서 화장실을 가야하고, 어디에서 음료를 마셔야 하며, 언제 씻고 언제 짐을 풀어야 하는지도 모두 계획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융통성 없는 계획은 때로 스스로를 옭아 먹는다. 다만 이런 강박증 환자(?)가 있으면 함께 여행하는 이들은 수고를 덜기도 한다. 내 계획이 굉장히 유용했던 것은 아니다. 여행이 자유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생과 내가 아무리 자유여행을 하자고 해도 짜여진 패키지 여행을 하는 것이 부모님은 편하다고 하셨다.

여동생 결혼 전 함께한 마지막 해외 여행이었다. 여동생도 이제는 가정을 꾸려 독립해 나갔다. 핵가족이 되면서 부모는 자식이 독립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갖는다. 부모님은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가지셨다. 각자가 바쁜 삶이 되면서 그 여행이 쉬운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낭 여행은 정말 마지막 부모님 가정의 여행이었다.

노현지 작가 님의 여행을 보면 꽤 부럽다. 부모님과 자녀를 포함한 3대 여행이라니... 다른 에세이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오래된 가족이 함께 떠난 여행답게 그 안에서 숨기지 못할 갈등이 너무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나도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현장감과 현실감이랄까... 어른들은 공짜로 제공되는 음료나 과일을 반드시 챙겨 드신다. 누가봐도 여행사와 업체가 협업하여 판매로 연결시키는 코스들임에도 꼭 혹하시곤 한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건강 보조 제품을 현지 가이드가 몇마디 하시니 사셔야 겠다고 하셨다. 동생과 내가 그 보조식품을 사드렸지만, 아무리 말려도 어른들은 못 말리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여행 수필 '당신들의 유럽'에는 사위가 주차중 '벤츠 자동차'를 긁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해외에서 운전을 해보면 아무리 운전을 잘 하는 사람도 조그만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나는 만 열 어덟에 운전면허를 따서 운전병으로 군대를 전역했다. '수입차 관련 회사'에서 인사담당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랫만에 다시 돌아간 뉴질랜드에서 경찰에 잡혔던 기억이 있다.

자동차 시동을 걸자마자 실수 한 것이 있는데, 바로 역주행이다. 운전에 자신있던 나였다. 뉴질랜드는 처선 방향이 거꾸로다. 나는 현지에서 역주행을 했고 경찰에게 불려 갔다. 다행히 경찰은 주의만 주었다. 주의를 받고 다시 차를 탔다. 그때, 경찰이 다시 차를 세웠다. 라이트를 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차에서 내렸고 면허증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재밌게도 내가 일했던 차종이 '메르세데스 벤츠'였다. 당시 테스트를 위해 종종 자동차를 끌고 나왔다. 출시도 안한 고급 승용차를 타고 서울 시내며, 부산을 다녔다. 20대 중반에 그 차의 가격이 2억 7천이 넘는 차는 차였음에도 감흥이 없었다. 벤츠는 일반 자동차와 조작 방법이 상이하다. 그것은 금방 익숙해 지지만, 그 전까지 어색한 건 맞다. 차종은 모르겠으나 역시나 고급 승용차를 해외에서 긁었을 때 아찔함은 충분히 공감된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해결해야할 문제가 복잡하기에 그럴 것이다. 다양한 부분에서 공감되고 부러운 여행 에세이다. 어쩐지 같은 여행을 주제로 '사위'의 시각을 한번 더 출간하면 좋은 시리즈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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