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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평점 :
전철이 나아간다. 멈출 수 없다. 전철을 운행하는 기관사가 자신이라고 해보자.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다. 앞에는 선로를 정비하는 다섯 명의 인부가 있다. 그 옆 선로에는 한 명의 인부가 있다. 이 상황에 선로를 바꾸지 않는다면 다섯 명을 치어 모두 사망에 이르게 하고 선로를 변경하면 한 명의 인부만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 경우 선로를 바꿔야 하는가.
이 질문에 선로를 바꾸는 것은 여지가 없다고 여긴다. 다만 다른 상황을 생각해보자. 나는 전철 밖에서 전철을 지켜보고 있다. 전철은 브레이크가 고장났고 그대로 직진하면 앞에서 일하는 인부 다섯을 치여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러나 만약 내가 옆에 있는 무고한 이를 전철로 밀어 넣어 전철을 멈추게 한다면 인부 다섯은 살아 남을 수 있다. 이 경우 옆에 있는 무고한 이를 전철로 밀어 넣어야 하는가. 누적 판매수 300만부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일부다.
만약 1000명의 무고한 시민을 사망에 이르게 할 테러범을 잡았다고 해보자. 이 테러범은 1000명을 살해할 계획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해보자. 그를 고문해서라도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정의로운가'. 1000명의 무고한 시민을 살리기 위해 다수는 고문에 동의할지 모른다. 다만, 만약 정보를 얻어내는 유일한 방법이 그의 6살 어린 딸을 고문하는 방법 밖에 없다면 어찌해야 할까. 무고한 6살 딸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것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이처럼 정의란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다. 사회가 정의롭기 위해 어떤 부분에 더 가치를 둬야 하는가.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 그것을 공리주의라고 한다. 전체 행복의 총량이 많은 쪽으로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는 듣기에 따라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꽤 적잖은 오류가 있다. 만약 콜로세움에 관객을 채우고 그 안에 검투사 한 명을 사자와 함께 넣었다고 해보자. 수 많은 관객은 검투사와 사자와의 결투에 쾌락을 느낀다. 여기서 검투사가 느끼는 불행감과 관객이 느끼는 쾌락의 총량을 고려해보면 검투사를 사자 우리에 집어 넣는 행위는 '정의로운' 행위가 된다. 정의란 이처럼 어떤 시기에는 맞고 어떤 시기에는 틀리기도 하며, 어떤 가치관과 철학, 윤리관을 갖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것으로 탈바꿈 된다.
1400년 전, 관직에 종사하던 남편을 둔 한 여인은 갑작스러운 비극을 맞이한다. 남편이 딸을 살해하고 이어 그녀 또한 살해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가정은 그렇게 완전히 파탄난다. 일가족을 모두 살해한 남편의 살해 동기는 이랬다. 전쟁에 참여 전에 돌아갈 곳이 없는 결사 항전의 배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일가족을 자의로 몰살한 그 가장은 계백장군이다. 자신의 혈육마저 살해하고 참전했던 계백장군의 충정은 때로는 의로움의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때로 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들의 '기부'를 당연시 생각한다. 평생 사용하지도 못할 돈을 쌓아두고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난민'을 외면하는 부자들을 비난한다. 그렇다면 빌게이츠나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와 같은 부자들의 재산을 세금의 형태로 걷어서 아프리카 난민에게 나눠 주면 그것은 과연 '정의'로운가.
마이클 조던을 예로 들어보자, 마이클 조던은 팀내에서 엄청난 연봉을 받았다. 경기에서는 모든 선수가 다 열심히 뛰는데, 조던만 엄청난 연봉 계약을 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인가. 그것은 공정한 일일까.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특정 선수의 경기력을 보기 위해 더 많은 티켓판매가 일어난다고 해보자. 그럼에도 모든 선수에게 비슷한 연봉이 주어지는 것은 공정한가.
'정의란 무엇인가'는 '공리주의, 공동체주의, 자유주의' 등 윤리학과 정치철학에 대한 여러가지 논쟁을 꽤 흥미로운 예시와 함께 하여 서술한다. 이 책이 대한민국에서 300만 권이나 팔렸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깊은 사색을 하고 있는 사회라는 점에서 놀랍고 뿌듯하다. 이미 10년도 넘은 이 책을 당시에는 보지 않다가, 오늘에서야 완독을 했다. 책은 '정독'과 '재독'을 통해 여러번을 사색하고 곱씹어봐야 할 명저다. 지금에서야 읽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고, 지금이라도 읽었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남는다.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