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유럽
노현지 지음 / 있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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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일 오전 9시, '템플다낭'에서 1인당 한잔 제공되는 음료를 마셨다. 부모님과 함께한 베트남 여행 2일차 일정이었다. 베트남 다낭으로의 여행 1일차는 저녁 11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그날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CGV 극장에서 영화 '안시성'을 봤으며 여행사 소집은 5시 반에 이뤄졌다. 부모님과 했던 첫 해외 여행이었다.

'당신들의 유럽'이라는 여행 에세이는 3대가 떠난 해외 여행 에세이다. 에세이를 보며 벌써 5년이 지나버린 그때가 떠오른다. 10번을 검사하면 10번 다 같은 결과가 나오는 뼛속까지 INFJ라서 그날의 기록은 어마 무시하다. 노현지 작가 님의 글을 보고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그녀도 비슷한 기록왕이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지난 여행에 관한 추억을 이렇게 잘 정리하다니 말이다.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부모님이지만 머리가 크면서 독립된 개체가 됐다. 자라면서 비슷한 성향의 친구를 사귀게 되고 비슷한 성적을 가진 이들과 공부한다. 초등학교를 기점으로 사회는 조금씩 조금씩 사람을 분리해 나가는데, 중학교부터는 성적을 기준으로 나눈다. 대학교부터 지역을 기준으로 나누고, 성인부터는 업종을 기준으로 삶의 배경이 달라진다.

가장 가까웠던 부모님에서 독립하면 사회가 나눠주는 분리 기준으로 떨어져 나간다. 그러다 보면 부모님과는 거리가 가장 먼 곳에 도착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분리되고 독립되어 나간 곳이 무려 '오세아니아'였다. 얼마나 생각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졌을까. 얼핏 가장 가까우면서도 점차 가장 멀어져가는 게 가족같다. 관계에 아쉬움을 느끼며 나도 부모님과 '다낭 여행'을 떠났다.

'당신들의 유럽'의 배경은 부모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한 '사위'의 아이디어 였다. 사위는 거리낌 없이 도우미를 자처했다. 여행 중 꾸지람을 당하거나 고민하는 대목도 나온다.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싶은 부분이다.

다낭으로 떠나는 여행에서 그런 도우미는 '나의 몫'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뼛속까지 INFJ다. 내 일정에는 어디에서 화장실을 가야하고, 어디에서 음료를 마셔야 하며, 언제 씻고 언제 짐을 풀어야 하는지도 모두 계획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융통성 없는 계획은 때로 스스로를 옭아 먹는다. 다만 이런 강박증 환자(?)가 있으면 함께 여행하는 이들은 수고를 덜기도 한다. 내 계획이 굉장히 유용했던 것은 아니다. 여행이 자유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생과 내가 아무리 자유여행을 하자고 해도 짜여진 패키지 여행을 하는 것이 부모님은 편하다고 하셨다.

여동생 결혼 전 함께한 마지막 해외 여행이었다. 여동생도 이제는 가정을 꾸려 독립해 나갔다. 핵가족이 되면서 부모는 자식이 독립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갖는다. 부모님은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가지셨다. 각자가 바쁜 삶이 되면서 그 여행이 쉬운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낭 여행은 정말 마지막 부모님 가정의 여행이었다.

노현지 작가 님의 여행을 보면 꽤 부럽다. 부모님과 자녀를 포함한 3대 여행이라니... 다른 에세이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오래된 가족이 함께 떠난 여행답게 그 안에서 숨기지 못할 갈등이 너무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나도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현장감과 현실감이랄까... 어른들은 공짜로 제공되는 음료나 과일을 반드시 챙겨 드신다. 누가봐도 여행사와 업체가 협업하여 판매로 연결시키는 코스들임에도 꼭 혹하시곤 한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건강 보조 제품을 현지 가이드가 몇마디 하시니 사셔야 겠다고 하셨다. 동생과 내가 그 보조식품을 사드렸지만, 아무리 말려도 어른들은 못 말리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여행 수필 '당신들의 유럽'에는 사위가 주차중 '벤츠 자동차'를 긁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해외에서 운전을 해보면 아무리 운전을 잘 하는 사람도 조그만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나는 만 열 어덟에 운전면허를 따서 운전병으로 군대를 전역했다. '수입차 관련 회사'에서 인사담당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랫만에 다시 돌아간 뉴질랜드에서 경찰에 잡혔던 기억이 있다.

자동차 시동을 걸자마자 실수 한 것이 있는데, 바로 역주행이다. 운전에 자신있던 나였다. 뉴질랜드는 처선 방향이 거꾸로다. 나는 현지에서 역주행을 했고 경찰에게 불려 갔다. 다행히 경찰은 주의만 주었다. 주의를 받고 다시 차를 탔다. 그때, 경찰이 다시 차를 세웠다. 라이트를 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차에서 내렸고 면허증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재밌게도 내가 일했던 차종이 '메르세데스 벤츠'였다. 당시 테스트를 위해 종종 자동차를 끌고 나왔다. 출시도 안한 고급 승용차를 타고 서울 시내며, 부산을 다녔다. 20대 중반에 그 차의 가격이 2억 7천이 넘는 차는 차였음에도 감흥이 없었다. 벤츠는 일반 자동차와 조작 방법이 상이하다. 그것은 금방 익숙해 지지만, 그 전까지 어색한 건 맞다. 차종은 모르겠으나 역시나 고급 승용차를 해외에서 긁었을 때 아찔함은 충분히 공감된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해결해야할 문제가 복잡하기에 그럴 것이다. 다양한 부분에서 공감되고 부러운 여행 에세이다. 어쩐지 같은 여행을 주제로 '사위'의 시각을 한번 더 출간하면 좋은 시리즈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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