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순자 -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철학 수업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최종엽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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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했다. 사람들은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자라고 부르지만, 정작 자신은 스스로를 철학자로 생각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비슷한 이야기를 동양에서도 한 적 있다. 무려 2000년이나 앞섰다. 바로 동양 철학자 '순자'다. 순자는 국가를 부유하게 만드는 방법을 '국부편'을 통해 설명했다.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개인의 이기심'과 비슷한 개념이 나온다. '성악설'이다. 성악설은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라는 의미다. 그 관념은 인간이 악독하고 흉측하고 악마 같은 태생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심'이라는 것이다. 순자는 이름처럼 순하고 말랑 말랑한 주장을 한 사람은 아니다.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본래 인간에게는 다듬어지지 않은 '본성'이 있다.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을 말한다. 순자는 이런 '본능'을 '악'에 비유했고 이것을 잘 다듬어야 '인간'다워 진다고 생각했다.

그가 얼마나 현실적인 사람인가 하면, '질 나쁜 사람에게는 알려주지도 질문하지도 말라고 말한다. 설명이 저질스러운 자의 이야기는 듣지도 말라고 말한다. 다투려는 기색이 있으면 대꾸도하지 말라고 한다. 상대를 교화하여 서로 화합하고 이해한다는 이상적인 일은 일어날 수 없으며 그저 무시해 버리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현실적인 조언인가.

'하늘'을 절대자로 생각하던 고대 사상과 다르게 그는 '하늘'보다 '의지'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자연관 중 '천론편'을 보면 그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근본을 튼튼히 하고 씀씀이를 절제하면, 하늘이라도 빈궁케 할 수 없다.

양성하고 대비하며, 시의적절히 움직이면, 하늘이이라도 병들게 할 수 없다.

도에 진력하되 우왕좌왕하지 않으면, 하늘이라도 화를 입힐 수 없다.

-순자의 천론 中

'천명'을 부정하고 굉장히 자연과학적인 주장이다. 참고로 그는 천명이 절대적이고 황제를 천자로 여기던 '고대 중국' 사람이다. 무려 2000년 전 인물이다.

또한 그가 '기우제'에 대해 생각한 부분을 보면 얼마나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인지도 알 수 있다.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오는 까닭에 대해 그는 말했다.

"그것은 기우제와 아무 상관도 없으며, 기우제를 지내지 않아도 비가 온다. 기우제란 그저 정치적 행위일 뿐이며 일종의 관례일 뿐이다."

아마 공자, 맹자의 사상에 조금 답답할 수 있는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공감을 줄 수 있는 생각을 했다.

그는 사람의 본성을 잘 다스리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여겼다. 그것은 이기심을 통해 국가 생산성을 올린다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닮았다. 적절한 보상과 질책을 통해 사람의 이기심을 다루면 1년에 두 번 이상 수확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닮았다고 여긴다. 인간의 본성은 수요자의 이기심과 공급자의 이기심의 어느 부분에서 적당한 타협점이 생기는데 이로인해 공급자는 공급할 명분을 갖고 수요자는 수요할 명분을 가지며 시장자본주의가 운영된다. 순자는 이런 '성악설'을 이용하면 얼마든 국가를 부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생각은 꽤 자유시장주의자를 닮았다. 그는 저축을 중요시 생각했다. 또한 세금을 가볍게 하고 관세를 없애길 종용했다. 이어 국가가 농사의 시기를 뺏지 않는 작은 정부를 주장했다.

'악'이라고 하는 것을 종교적으로 보면 '선'의 반대로 나쁜일에 속하지만 '순자'가 생각한 '악'은 이기심과 욕망이다. 현대 장본주의, 자유시장은 이런 욕망과 이기심을 '악'이라 생각하지 않고 경쟁의 원동력으로 본다.

그는 이런 인간의 본성을 다스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을 '교육'으로 봤다. 그가 말하기를 '군자는 태어나면서 다른 것이 아니라 잘 배우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했다. 또한 올바르며 자신에게 비난하는 사람을 '스승'이라 여기고, 올바르며 응원하는 사람은 '친구'라 여겼다. 반대로 아첨하며 좋은 말만 해주는 자를 '해치는 자'라고 불렀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처럼 오로지 좋은 말만 해주는 쪽은 되려 해치는 쪽이라고 여기니 '쓴 말'을 하는 쪽은 스승이오, '응원' 해주는 쪽은 친구요, '좋은 말'만 하는 쪽은 '적'이라고 생각했다.

계급과 왕의 자리를 하늘이 내려준다는 사상에 크게 반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가 생각하기를 길거리의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될 수 있으며 시련이 없다면 군자의 진가는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워주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결국 백성은 배를 띄워줄 수 있지만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존재로 이는 '민주주의'의 어떤 부분을 닮았다.

공자, 맹자에 비해 비교적 많은 이들이 '순자'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지만, 때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공자, 맹자'보다 훨씬 더 공감가는 부분도 많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자하, 자유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그를 이은 것이 '순자'다. 고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스승과 견줄만 하니 이를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부른다. 이또한 순자가 사용한 말로, 스승보다 나은 제자를 의미한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라는 그 시대에 제자가 스승보다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역시 '순자'답다.

가르치는 자를 넘어서는 배우는 자를 의미하는 이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때로는 독자가 작가를 넘어서는 생각을 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순자는 또한 그저 배우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현실주의자 다운 생각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커다란 성취는 작은 일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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