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거짓말 안 하는데
아직도 이렇게 예쁜 줄 알았으면 진작 만나자고 하는 건데
그렇게 맞았는데 그냥은 안 되겠어
소파에서 일어난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몸은 카페인으로 해결할 수준이 아니었다
일찍... 자기는 글렀네
차라리 몸을 움직이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청소기를 돌리고 세탁기를 돌렸다
너한테 가족은 남보다 못해?
누구나 처음 당하는 일은 힘든 법이야
그렇다고 술 마신 채로 운전하는 건 안 되지
내 전화는 고장이 아닌 것 같아
선볼 때마다 이 장면 계속 생각날 거다
우리 관계를 새롭게 정의 짓는 것도 네가 알아서 해
너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숨이 이상하게 벅차고 진정이 되지 않았다
혼란스러움이 가중되어 머릿속을 잔뜩 헤집었다
모를 일이 아니라 너 그렇게 될 지도 몰라
될 사이가 안 될 사이가 있는 거잖아
네가 이럴수록 내가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몰라?
할 말을 잃은 그의 입이 벌어졌다
그러니까 기회 줄 때 발 빼
얘가 연애를 하는 걸 봤어야 우리가 이렇게 안 하지
오늘 아침은 이걸로 할게
그건...
멈추면 싫을 거잖아
그녀의 망설임이 신호가 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뜨겁게 달아오르던 머릿속이 차게 식는 순간이었다
이제 다급해진 건 그녀 쪽이었다
너한테 안달 난 나는 더 엉망이야
그런 이유가 먹힐 거라 생각해?
이제야 붙어 있게 되었는데
절대 그녀 옆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밤
아무리 두 달이 길었다고는 하나 이게 정상인가 싶었다
... 너무하단 생각은 안 해?
꿈이 아니었구나
손이 천천히 이마로 올라갔다
열은 내렸지만 온기가 느껴졌다
따뜻했던 그 손길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한동안 이마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서 있었다
이 시간에 저에게 전화할 정도면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너한테 이런 부탁 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그래도 부탁 좀 할게
자다 깨서 자세히는 못 봤는데 왔다 간 거 같더라
찾아오기 힘들었을 텐데 괜찮았어?
객관식 문제를 푸는 것도 아는데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선뜻 메뉴를 선택하기 힘들었다
분명 집에서 나갈 때만 해도 못 보던 신발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