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내가 옥탑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은 자기 구역이었다며, 올라와서는 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라면도 얻어먹고 갔다. 외로움이 드리운 소년이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고 누나도 그를 돌보지 않는다. 엄한 할아버지와 다부진 할머니 밑에서 세대 차이를 겪으며 엇나가기만 한다. 그러니 이 집에서 가장 말이 통하는 사람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한번은 아저씨 같은 삼촌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냥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래서 형으로 불리게 됐지만, 내 인생도 코가 석 자라 녀석을 돌봐주지는 못한다. 그저 담배를 같이 나눠 피우고, 힘내라는 격려나 서툰 조언을 건넬 뿐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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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귀국하다

김 부장은 길치가 분명하다. 망원역 2번 출구 앞 맥도날드로 그를 데리러 나가며 확신했다. 벌써 세 번째다. 첫 번째는 1년 전 문병을 온다며 망원역에 와서는, 길을 못 찾겠다고 발목에 반깁스한 나를 기어이 마중 나오게 했다. 두 번째는 이민을 간다며 전자레인지와 스탠드를 주겠다고 망원역으로 와서 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오늘은 3개월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는 그를 데리러 망원역으로다시 향하고 있다.
망원역 앞 맥도날드, 입 안에 햄버거를 욱여넣고 있는 김 부장을 발견한다.
"캐나다엔 맥도날드 없어요?"
"없어. 그래서 돌아온 거야."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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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윌리엄이 길가에 차를 세웠다. 그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가 나를 그렇게 오래 쳐다본 건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나는 거의 시선을 피했다. 이윽고 그가 말했다. "루시, 내가 당신과 결혼한 건 당신이 기쁨이 가득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야. 당신은 그냥 기쁨으로 가득찬 사람이었어. 그리고 마침내 당신이 어떤 가정에서 자랐는지 알게 됐을 때, 우리가 결혼한다고 말하려고 당신 가족을 만나러 당신 집에 간 그날 말이야, 루시, 나는 당신이 어떤 집에서 자랐는지 알고 거의 까무러칠 뻔했어. 당신이 그런 집에서 자랐을 줄은 정말 몰랐어. 그리고 계속 생각했지. 그런데 어떻게 지금 이런 모습일 수 있지? 이런 가정에서 자랐는데 어떻게 그렇게 생기가 넘칠 수 있지?" 그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당신이 어떻게 그걸 해냈는지 모르겠어. 당신은 독특한 사람이야, 루시, 당신은 특별한 영혼이야 그날 막사에 갔을 때 당신이 두 개의 우주인지 어딘지 사이를 오갔다고 했던 거, 나는 믿어, 루시. 당신은 특별한 영혼이니까. 세상에 당신 같은 사람은 결코 있었던 적이 없어." 잠시 뒤그가 덧붙였다. "당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 루시."
윌리엄은 다시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갔다.
나는 그의 말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그 옛날 내시 선생님의 차에 탔을 때도 이런 행복감이 단번에 나를 휘감았었다는 생각이들었다. "오 필리." 나는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윌리엄은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 P248

 나는 종종 우리의 작은 침실에 앉아 가슴속에 끔찍한 고통을느끼며 울었다. 그러면 윌리엄이 다가와 말했다. "루시, 말해봐.무슨 일이야? 그러면 나는 그가 갈 때까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얼마나 끔찍한 행동을 했던가.
지금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남편에게 나를 위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오, 그건 말할 수 없이 끔찍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삶이 흘러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너무 늦을때까지 모른다는 것. - P256

오빠와 언니에 대해, 여전히 뿌옇긴 해도, 이제 점점 더 분명하게 보인다. 이런 삶은 태어난 순간부터 전적으로 사랑이 가득한 곳에서 자란 사람들의 삶이 아니다.

나는 내가 조금이라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내사랑스러운 정신과의사가 놀란 것처럼. 그녀는 말했다. "당신과같은 상황이라면, 루시, 많은 사람이 시도조차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내 안에 있는, 윌리엄이 기쁨이라고 부른 그것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기쁨이었다.
이유야 누가 알겠는가? - P274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야 나는 금요일이든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밤에 그 불빛을 보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깨달았다. 불은 늘 켜져 있었고, 여러 해가 지난 뒤에야 내가 지켜본 그 시간 동안 자정을 지나 새벽 세시가 될 때까지, 햇빛이 충분히 밝아져서 전등이 여전히 켜져 있는지 알아볼 수 없게 될때까지, 거기서 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여러 해가 지나서야 내가 어떤 신화에 의해 지탱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시간에 그 타워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남편을 떠나고 몹시 겁에 질려 있었을 때, 나를 사랑하지만 늘 불안하게 만들었던 그 잠든 남자 옆에 누워 불빛을 바라보면서 내 삶의 아주아주 많은 밤에 받았던 그 위로를, 나는 결코-기억에서 지우지 않았다. 타워의 불빛이 내가 그 시기를통과하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그 불빛은 내가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와 윌리엄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것이 거대한 파도처럼 나를덮쳤다. 윌리엄은 뮤지엄의 불빛과 같았고, 다만 나는 내 삶이 뭔가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가치가 있었다! - P294

오 모든 이여, 오 드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모든 이여, 그런 의미는 아닌가?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아주 작은 부분을 빼면.

하지만 우리는 모두 신화이며, 신비롭다. 우리는 모두 미스터리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이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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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기억이 장기기억으로 강화되는 사이 뇌는 손버릇이 나쁘고 성질이 괴팍한 셰프 같다. 특정한 기억에 재료로 들어간 인지정보들이 연결되는 동안 레시피가 변경될 수 있고, 심지어 처음과 아주 달라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 상상, 의견, 추측이 개입하면서 없던 재료가 들어가기도 하고, 들어가야 할 재료가 빠지기도한다. 꿈, 읽거나 들은 내용, 영화의 장면들, 사진, 연상, 그때그때의 감정 상태, 다른 누군가의 기억이나 단순 암시 같은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 들어가기도 한다.
한번 저장된 기억이라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너무 오래 방치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질된다. 물리적 신경망이 말 그대로 연결이 끊어졌다가 아예 사라지면서 기억의 일부 혹은 전부가 지워지기도 한다.
또 저장된 일화기억을 인출할 때마다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높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기억의 인출은 녹화된 동영상의 재생이 아니라 이야기의 재구성이다. - P114

못된 언니 효과는 애써 찾을 때는 생각나지 않던 단어가 찾기를 포기하고 나서야 느닷없이 떠오르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사냥을 중단하면 뇌가틀린 목표물로 이끄는 신경경로를 더 이상 쓸데없이 배회하지 않기 때문에 정답으로 향하는 신경세포들이 비로소 활성화될 기회를 얻는다. - P136

일반적으로 우리 뇌는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데 취약하다. 나이 들어서가 아니다. 나이가 적든 많든 똑같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일(딸의 비행기 예약)에 대한 기억을미래(취침 전에, 지금부터 12시간 후에 인출해야 한다. 딸의 비행기표 예약은 취침 전에 이를 닦는 것처럼 강하게 각인된, 취침전의 습관적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 전에 딸의 비행기표 예약하기‘라는 기억을 촉발할 만한 구체적인 단서를 적어도 하나는 만들어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예약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미래기억이 떠오르게 하려면 외부 단서가 있어야 한다. 시간을 기반으로 단서를 만들 수 있다. 즉 정해진 시간이 되거나 일정시간이 지나면 어떤 것을 하도록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들어, ‘2시 50분이 되면 학교에 아이 데리러 가기‘로 저장할 수 있다. 아니면 사건에 기반한 단서도 가능하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것이 다른 일을 하도록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단서가 된다. ‘다이앤을 보면 나 대신 아이를 데리러 가줄 수 있는지 물어보기‘ 같은 것 말이다. - P147

의식적인 망각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는 무엇일까? 정확히는 모른다. 의도적인 망각을 연구하는 신경과학 분야가 여전히걸음마 단계이지만, 적극적인 망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마침내 이해하게 되면 신경장애와 PTSD, 우울증, 자폐증, 조현병, 중독등의 정신질환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증상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기억과 연동된 단서들을잊지 못하는 것은 부적응의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뛰어난 기억력을 원하지만 모든 부담과 공로를 온전히 기억에만 돌릴 수는 없다. 기억체계가 최적의 기능을 수행하기위해서는 정보저장과 정보삭제가 균형을 이루도록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기억이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능력은 모든 것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고 유용한 정보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이다. 신호를 저장하고 소음은 제거한다. 잊는 능력은 기억하는 능력만큼이나 꼭 필요하다. - P179

또 나이가 들면 한꺼번에 두 가지 이상에 집중하는 것이 점점어려워진다. 두 가지 일이 한꺼번에 발생할 때 두 가지 모두 기억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대개는 한 가지도 제대로 기억 못 한다. 게다가 과거에 서로 무관하던 정보 간에 새롭게 생겨난 연관성도 나이를 먹으면 점점 기억하기 힘들다. 따라서 원숭이 하면 바나나라는 것은 나이 든 사람들도 젊은 사람들만큼 쉽게 떠올리지만, 원숭이와 비행기의 연관성을 새로 기억할 가능성은 적다.
나이가 들면 기억에 장밋빛 필터를 씌우기 시작한다. 좋은 일만 떠올리고 나쁜 일은 잊는 경우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연령대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긍정적, 중립적,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그림을 여러 장 보여주고 일정 시간 후에 이미지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예상대로 노년층은 청년층보다 대체로 적은 수의 이미지만을 기억했다. 젊은이들은 감정과 무관한 중립적 그림들보다 감정이 드러난 사진들을 더 잘 기억했고, 긍정적·부정적 감정의 사진들은 거의 동일하게 기억했다. 하지만 노인들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두 배 더 많이 기억했고, 부정적인 사진과 중립적인 사진들은 비슷하게 기억했다. 또 처음에기억하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의 이미지들을 다시 보여주자 쉽게알아보았다. 즉 부정적인 감정의 사진들도 기억에 저장되긴 했지만, 본 것을 떠올려보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이런 이미지들을 의식적으로 꺼내오지는 못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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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따라 달리면서 거의 허물어질 것 같은 집들과 길가에서 자라는 풀,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 풍경을 보며, 아버지는 트럭을 몰고 어린 나는 아버지 옆 조수석에 앉은 장면이 거의 기억처럼 떠오른 것이다. 차창은 열려 있고 내 머리칼은 바람에 날리고, 차에 탄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다-어디로 가고 있었던거지? 하지만 그 장면이 내 어린 시절의 참담한 기억 중 하나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 안 깊숙한 곳에서, 저 아래 깊숙한 곳에서 뭔가가 움직였고, 거의 어떤 감각을 느꼈는데 뭘 느꼈다고 할수 있을까?-아버지 옆에 앉아 낡은 빨간색 셰비 트럭을 타고 달리면서 느낀 그것은 거의 자유의 감각이었다. 지금 윌리엄 옆에 앉아 달리면서 나는 손을 휙 내저으며 거의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들은 나와 같은 족속이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어느 집단에는 소속감을 가져본 적이 결코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순간 여기 메인주 시골에 있었고, 방금 내게 일어난 일은 그 집들, 우리가 지나쳐 간 몇 채의 집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이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같다 이해였다. 그건 이상한 감정이지만 진짜였고, 잠시 나는 이렇게 느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겠다고. 그리고 심지어, 그 몇 채의 집에 실제로 살고 있고 집 앞에 트럭을 세워놓은 그 사람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사랑한다고. 거의 그렇게 느꼈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 P148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문득 윌리엄과 함께 살던 시절에 결혼이라는 것이 내게 종종 얼마나 끔찍한 것이었는지 생생히 떠올랐다. 방안 가득 익숙함이 짙어지고, 상대에 대해 알게 된 사실들로 목구멍이 거의 꽉 막혀 실제로 콧구멍까지 밀고 올라온 것같은 느낌-상대의 생각이 내뿜는 냄새, 입 밖으로 나온 한 마디한 마디에서 느껴지는 자의식,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가면서 약간 씰룩이는 모습, 거의 알아차릴 수 없게 살짝 기울어지는 턱, 상대 말고는 아무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들, 그런 걸 느끼고 살면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
친밀함은 그렇게 지긋지긋한 것이 되었다. - P177

윌리엄은 고단해 보였고, 손을 들어 내 말을 끊었다. 그리고반사적으로 콧수염을 쓸어내리고 일어서서 천천히 말했다. "당신이 나를 떠나기로 선택했다고?" 윌리엄이 나를 돌아보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선택이라고, 루시? 사람이 살면서 정말로뭔가를 선택하는 일이 몇 번이나 될까? 말해봐. 당신이 정말 가족을 떠나기로 선택했어? 아니,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당신은 ••••••  당신은 그냥 떠났어. 그래야만 해서 그러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그런 불륜을 저지르기로 선택한 건가? 오, 알아. 안다고 책임이라는 거 심리치료사를 찾아갔었어. 혹시 내가 그러지 않았다고 생각할까봐 말하는 건데, 조앤과 같이 찾아간 그 심리치료사를 계속 만났어. 한동안 혼자 찾아갔고, 그 사람이 책임에 대해 말하더군.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봤어. 루시그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고, 알고 싶어-정말로 알고 싶어사람이 뭐든 실제로 선택하는 건 언제인가? 당신이 말해봐."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나는 사람이 뭔가를 실제로 선택하는건- 기껏해야 - 아주 가끔이라고 생각해. 그런 경우가 아니면우린 그저 뭔가를 쫓아갈 뿐이야- 심지어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걸 따라가, 루시. 그러니, 아니야. 나는 당신이 떠나기로 선택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잠시 후 내가 물었다. "자유의지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야?"
윌리엄이 잠시 두 손을 자기 머리에 갖다댔다. "오, 자유의지같은 개소리는 집어치워." 그가 말했다. 그는 말하면서 이리저리 서성였고, 흰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건 뭐랄까 잘은 모르겠지만, 자유의지에 대해 말하는 건 뭔가 쇠로 된 커다란 프레임을 씌우는 것과 같아. 나는 지금 뭔가를 선택하는일에 대해 말하는 거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남자가 있는데, 그는 거기서 선택을 돕는 일을 했어. 그리고 그가 말하길 정말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은 아주아주 드물대. 그리고 나는 늘 그게 아주 흥미롭다고 생각했어. 그게 사실이니까. 우리는 그냥 해-그냥 한다고. 루시. - P194

내가 기억하는 건, 작은 새가 내 마음을 통과하여 날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란이것, 하나의 생각이었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죽여야 할지도모른다는 생각. 내가 기억하기로 그때가 이런 생각을 한 유일한순간이다. 그 생각은 작은 새가 마음속을 통과하듯 그렇게 왔다가갔다. 그런 생각이 내게 올 줄은 전혀 몰랐다. 그뒤로 그것에대해 계속 생각해보았는데, 내가 그랬던 건 아마 그 무렵 윌리엄이 조앤과 만나기 시작했고, 나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직감했기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결코 나 자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엄마다. 내가투명인간이라고 느끼지만, 나는 엄마다.
어린 시절 나의 어머니는 자살하겠다는 협박을 하곤 했다. 이•렇게 말했다. "어디 먼 데로 차를 몰고 가서 나무를 찾아 목을 매물거다." 나는 어머니가 진짜로 그렇게 할까봐 잔뜩 겁을 먹었다. 어머니는 말했다. "네가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나는없을 거다." 나는 매일 겁에 질려 돌아왔다. 그리고 어머니는 매일 그대로 있었다. 그뒤로 나는 수업이 끝난 후에 학교에 남기 시작했는데, 매일 수업이 끝난 후 학교에 남았고 그렇게 하기 시작한 건 따뜻하게 있고 싶어서였고 우리집은 너무 추웠고, 나는 추운 게 늘 싫었다. 거기 남아 숙제를 할 수 있는 게 안심이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따금 어머니에 대해 할 거면 해버려요! 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자살할 거면 해버려요! 이런 뜻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정말로 그렇게 하면 그 작은 타운에서 이미 이상할 대로 이상한 우리가 더욱 이상해 보일까봐 걱정이되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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