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내가 옥탑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곳은 자기 구역이었다며, 올라와서는 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라면도 얻어먹고 갔다. 외로움이 드리운 소년이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고 누나도 그를 돌보지 않는다. 엄한 할아버지와 다부진 할머니 밑에서 세대 차이를 겪으며 엇나가기만 한다. 그러니 이 집에서 가장 말이 통하는 사람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한번은 아저씨 같은 삼촌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냥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래서 형으로 불리게 됐지만, 내 인생도 코가 석 자라 녀석을 돌봐주지는 못한다. 그저 담배를 같이 나눠 피우고, 힘내라는 격려나 서툰 조언을 건넬 뿐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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