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따라 달리면서 거의 허물어질 것 같은 집들과 길가에서 자라는 풀,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 풍경을 보며, 아버지는 트럭을 몰고 어린 나는 아버지 옆 조수석에 앉은 장면이 거의 기억처럼 떠오른 것이다. 차창은 열려 있고 내 머리칼은 바람에 날리고, 차에 탄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다-어디로 가고 있었던거지? 하지만 그 장면이 내 어린 시절의 참담한 기억 중 하나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 안 깊숙한 곳에서, 저 아래 깊숙한 곳에서 뭔가가 움직였고, 거의 어떤 감각을 느꼈는데 뭘 느꼈다고 할수 있을까?-아버지 옆에 앉아 낡은 빨간색 셰비 트럭을 타고 달리면서 느낀 그것은 거의 자유의 감각이었다. 지금 윌리엄 옆에 앉아 달리면서 나는 손을 휙 내저으며 거의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들은 나와 같은 족속이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어느 집단에는 소속감을 가져본 적이 결코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순간 여기 메인주 시골에 있었고, 방금 내게 일어난 일은 그 집들, 우리가 지나쳐 간 몇 채의 집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이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같다 이해였다. 그건 이상한 감정이지만 진짜였고, 잠시 나는 이렇게 느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겠다고. 그리고 심지어, 그 몇 채의 집에 실제로 살고 있고 집 앞에 트럭을 세워놓은 그 사람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사랑한다고. 거의 그렇게 느꼈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 P148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문득 윌리엄과 함께 살던 시절에 결혼이라는 것이 내게 종종 얼마나 끔찍한 것이었는지 생생히 떠올랐다. 방안 가득 익숙함이 짙어지고, 상대에 대해 알게 된 사실들로 목구멍이 거의 꽉 막혀 실제로 콧구멍까지 밀고 올라온 것같은 느낌-상대의 생각이 내뿜는 냄새, 입 밖으로 나온 한 마디한 마디에서 느껴지는 자의식,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가면서 약간 씰룩이는 모습, 거의 알아차릴 수 없게 살짝 기울어지는 턱, 상대 말고는 아무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들, 그런 걸 느끼고 살면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
친밀함은 그렇게 지긋지긋한 것이 되었다. - P177

윌리엄은 고단해 보였고, 손을 들어 내 말을 끊었다. 그리고반사적으로 콧수염을 쓸어내리고 일어서서 천천히 말했다. "당신이 나를 떠나기로 선택했다고?" 윌리엄이 나를 돌아보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선택이라고, 루시? 사람이 살면서 정말로뭔가를 선택하는 일이 몇 번이나 될까? 말해봐. 당신이 정말 가족을 떠나기로 선택했어? 아니,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당신은 ••••••  당신은 그냥 떠났어. 그래야만 해서 그러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그런 불륜을 저지르기로 선택한 건가? 오, 알아. 안다고 책임이라는 거 심리치료사를 찾아갔었어. 혹시 내가 그러지 않았다고 생각할까봐 말하는 건데, 조앤과 같이 찾아간 그 심리치료사를 계속 만났어. 한동안 혼자 찾아갔고, 그 사람이 책임에 대해 말하더군.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봤어. 루시그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고, 알고 싶어-정말로 알고 싶어사람이 뭐든 실제로 선택하는 건 언제인가? 당신이 말해봐."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나는 사람이 뭔가를 실제로 선택하는건- 기껏해야 - 아주 가끔이라고 생각해. 그런 경우가 아니면우린 그저 뭔가를 쫓아갈 뿐이야- 심지어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걸 따라가, 루시. 그러니, 아니야. 나는 당신이 떠나기로 선택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잠시 후 내가 물었다. "자유의지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야?"
윌리엄이 잠시 두 손을 자기 머리에 갖다댔다. "오, 자유의지같은 개소리는 집어치워." 그가 말했다. 그는 말하면서 이리저리 서성였고, 흰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건 뭐랄까 잘은 모르겠지만, 자유의지에 대해 말하는 건 뭔가 쇠로 된 커다란 프레임을 씌우는 것과 같아. 나는 지금 뭔가를 선택하는일에 대해 말하는 거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남자가 있는데, 그는 거기서 선택을 돕는 일을 했어. 그리고 그가 말하길 정말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은 아주아주 드물대. 그리고 나는 늘 그게 아주 흥미롭다고 생각했어. 그게 사실이니까. 우리는 그냥 해-그냥 한다고. 루시. - P194

내가 기억하는 건, 작은 새가 내 마음을 통과하여 날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란이것, 하나의 생각이었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죽여야 할지도모른다는 생각. 내가 기억하기로 그때가 이런 생각을 한 유일한순간이다. 그 생각은 작은 새가 마음속을 통과하듯 그렇게 왔다가갔다. 그런 생각이 내게 올 줄은 전혀 몰랐다. 그뒤로 그것에대해 계속 생각해보았는데, 내가 그랬던 건 아마 그 무렵 윌리엄이 조앤과 만나기 시작했고, 나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직감했기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결코 나 자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엄마다. 내가투명인간이라고 느끼지만, 나는 엄마다.
어린 시절 나의 어머니는 자살하겠다는 협박을 하곤 했다. 이•렇게 말했다. "어디 먼 데로 차를 몰고 가서 나무를 찾아 목을 매물거다." 나는 어머니가 진짜로 그렇게 할까봐 잔뜩 겁을 먹었다. 어머니는 말했다. "네가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나는없을 거다." 나는 매일 겁에 질려 돌아왔다. 그리고 어머니는 매일 그대로 있었다. 그뒤로 나는 수업이 끝난 후에 학교에 남기 시작했는데, 매일 수업이 끝난 후 학교에 남았고 그렇게 하기 시작한 건 따뜻하게 있고 싶어서였고 우리집은 너무 추웠고, 나는 추운 게 늘 싫었다. 거기 남아 숙제를 할 수 있는 게 안심이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따금 어머니에 대해 할 거면 해버려요! 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자살할 거면 해버려요! 이런 뜻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정말로 그렇게 하면 그 작은 타운에서 이미 이상할 대로 이상한 우리가 더욱 이상해 보일까봐 걱정이되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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