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9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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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죽음과 함께 하는 사람의 삶에 대한 사색들.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 살기 힘든 시대에 태어났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어느 시대도 지금보다는 살기 쉬웠을 거야. 인간은 어차피 고통과 싸우게 태어났으니 고생이 없을 수는 없지.
지나치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아. 하지만 이제는 어려운 결심을 해야 할 때야. 파시스트 놈들이 공격을 해 왔으니까 우린 결심을 한 거지. 우리는 살기위해 싸우고 있어. 하지만 아까 그 나무에 손수건을 비끄러매었다가 낮에 다시 가서 알을 찾고, 그 알을 암탉에게 품게 해닭장에서 꿩 새끼를 키우고 싶구나. 그렇게 사소하고 평범한것이 마음에 들어.
하지만 네게는 집도 없고 집이 없으니 안마당도 없지, 하고그는 생각했다. 네게는 내일 싸우러 갈 형제가 하나 있을 뿐가족도 없어, 바람과 태양과 공복을 느끼는 창자가 있을 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그런데 이제는 바람도 거의 없고, 태양도 없구나. 있는 것이라곤 주머니에 들어 있는 수류탄 네 개뿐인데, 그것도 던질 때밖에는 쓸데가 없지. 등에 카빈총을 메고는 있지만 이것도 남에게 총질할 때만 소용이 있어. 하지만 전달해야 할 보고서가 한 통 있잖아. 그리고 땅에 깔길 배설물을잔뜩 배 속에 넣고 있을 뿐이야, 하고 그는 어둠 속에서 히죽웃었다. 또 넌 그것에 오줌 칠을 할 수도 있어. 네가 가진 모든것은 죄다 남에게 줄 것뿐이구나. 넌 철학의 천재요 불행한 인간이로구나, 하고 그는 혼자서 생각하고 또 한 번 씁쓸하게 웃었다. - P220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할 일들을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는가?
나는 오늘 죽지 않고 더 오래 살고 싶구나. 이 나흘 동안 삶에대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난 노인이 되어 진실로 삶에 대해 아는 사람이되고 싶어. 인간이란 언제까지나 계속 배워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마다 정해진 양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좀 더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 P243

그는 자신이 보잘것없다는것을 잘 알고, 죽음이 별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았다. 자신이아는 다른 것들 못지않게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 그는 또 다른 인간과 한마음이 됨으로써 자신이 정말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것이 예외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예외를 우리가누렸던 거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 점에서 난 참으로 행운아였어. 어쩌면 내가 그것을 구걸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어졌는지도 몰라. 그건 빼앗기거나 잃어버릴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하지난 그것도 이제 이미 지난 일이고, 오늘 아침으로 모두 끝난 일이지.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오직 임무뿐이야.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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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양영란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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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난해한 이야기에 읽기가 힘들었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난 이스마엘 카다레에 대한 흥미가 없었을꺼 같다.
다른 책들은 좋았는데...

로베나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둘 사이 사랑의 시간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오해나 비극은 대부분 이 같은 종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은 얼마든지 구별할 수 있지만,사랑의 시간에 직면해서는 장님이나 다름없다. 보이지 않으니때를 놓치는 것이다.
- P135

그는 이젠 너무 늦었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고, 조락하는 땅을 밟고 싶지는 않았다고, 아직 해가 떠 있는 곳을 발견하고 싶었다고. 에우리디케를데려오기 위해 지옥에 내려간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어야 해. 가령, 죽은 건 에우리디케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식의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오르페우스는 사랑을 되찾아오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어딘가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너무서두른 나머지 결국 사랑을 잃고 말지.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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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1998 제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220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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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1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인가?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고
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생을 부끄러워하고 계셨다.
나를 이 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
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빗겨드리니까
웬 꼬마 계집아이가 콧물 흘리며
얌전하게 보료 위에 앉아 계신다.
그 가벼움에 대해선 우리 말하지 말자. - P37

발작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이거
우주 기적 아녀 - P38

11월의 나무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 쪽으로 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病名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 P81

어느 날 나는 흐린 에 앉아 있을 거다

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酒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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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2-0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안부>.....!

몽이엉덩이 2024-02-0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찡하죠

그레이스 2024-02-0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지우 시인 좋아하는데,,, 이 시는 정말 그의 가슴을 그대로 도려내 보여주는듯한
말로 느낌을 전한다는 게...이렇게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뇌리에 남는 시입니다
 
낙원의 이편 펭귄클래식 1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화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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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혼자 여기로 나올 때가 많았어. 아, 석 달 전에 말야. 그럴 땐 방금 지나온 저 네거리에서 항상 걸음을 멈췄지. 거기 서면 지금처럼 갑자기 눈앞에 숲이 나타났거든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그림자도 있는데 사람 소리는 없었어. 당연히 난 숲에다 온갖 무시무시한 것들을 채워 넣었어. 지금의 너처럼. 내 말 맞지?" - P212

절통하여라내 심장은 아들의 심장 속에 있고내 인생은 아들의 인생 가운데 있어사람이 두 번 젊어질 수 있는 것은오로지 자식의 인생을 통해서이다. - P253

에이머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너는 너무 자기 자신 안에 싸여 있어."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다시
"나가서 뭔가 현실적인 일을 해."
"걱정은 그만하고."
그는 자기라면 이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그래---젊었을 때 난 에고티스트였는지도 몰라.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알아차렸어. 나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다가는 병적이 된다는 걸 말야‘ - P393

"글쎄요." 에이머리가 말했다. "전 제가 불안한 세대의 변덕스러운 정신의 산물이라는 걸 말씀드릴 뿐입니다-정신과 펜을과격분자들에게 던져버릴 이유가 충분한 거죠. 제가 우리 모두는 시계추의 흔들림 한 번과 같이 유한한 세계의 맹목적인 분자라고 마음속 깊이 생각한다 해도 저나 저와 같은 사람은 전통에반항해서 투쟁하겠지요. 최소한 낡은 유행어를 새것으로 갈아치우려 하겠지요. 인생에 대해서 제가 옳다고 생각한 건 여러 번이지만 신념을 갖기란 어려웠어요. 한 가지는 알아요. 산다는 게성배 찾기가 아니라면 빌어먹을 재미난 놀이일지 모른다는거죠‘ - 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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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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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은 나의 마음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책.

얼핏 살펴보아도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두 가지 적수는 고통과 무료함임을 알 수 있다. 한쪽이 멀어질수록 다른 쪽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은 사실상 진폭의 차이는 있더라도 이 두 가지 적수 사이를 오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양자가 이중의 적대 관계, 즉 외적 혹은 객관적 적대 관계와 내적혹은 주관적 적대 관계에 있는 데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 외적으로는 궁핍과 결핍이 고통을 낳는 반면, 안전과 과잉은 무료함을 낳는다. 따라서 하층 계급 사람들은 궁핍. 즉 고통과 끊임없이 싸우는 반면 부유하고 고상한 세계의 사람들은 무료함을 상대로 끊임없이 때로는 정말이지 절망적인 싸움을 벌인다 - P29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제7권 12장)에서 곁들여 말한 "분별 있는 자는 쾌락이 아닌 고통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라는명제를 모든 삶의 지혜의 최고 원칙으로 간주한다. - P132

어떤 건물을 짓는 일을 돕는 건설 노동자가 전체 계획을 알지 못하거나 항시 그것을 의식하는 것은 아니듯, 하루하루의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도 자신의 인생행로와 그 성격의 전모에 대해 그와 같은 관계를갖는다. 이 인생행로가 가치 있고 의미 있으며 계획성 있고 개인적일수록 그것의 축소판인 평면도, 즉 설계도를 가끔 눈앞에 떠올려 보는 것이더욱 필요하고 유익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말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자신이 원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즉 자신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난 뒤 두 번째,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자신의 직업, 역할, 세상에 대한 자신의 관계가 어떠한지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중요하고 대단한 종류의 것이라면 인생의 설계도를축소판으로 바라보는 것이 다른 것 이상으로 힘을 북돋워 주고 격려해주고 분발하게 하며, 행동하도록 고무해 주고, 옆길로 빠지지 못하게 막아줄 것이다.
- P145

5) 삶의 지혜의 중요한 점은 우리가 일부는 현재에 일부는 미래에 쏟고 있는 주의의 비율을 올바로 조정해 한 쪽이 다른 쪽을 망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너무 지나치게 현재 속에서 살고 있다.
경솔한 사람들이 그러하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미래 속에서 살고 있다.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 비율을 정확히 조절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노력과 희망에 의지해 미래 속에서 살고 항상 앞만 바라보며, 무엇보다 미래의 일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해 조바심 내며 그쪽으로 급히 다가가는 반면, 현재는 거들떠보지도 즐기지도 않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 P146

다시 말해 지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고독으로 이중의 이점을 얻는다.
첫째는 자기 자신과 함께한다는 이점이고, 둘째는 타인과 함께하지 않는다는 이점이다. 모든 교제에는 많은 강제와 고충,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감안할 때 두 번째 이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리의 모든 불행은혼자 있을 수 없다는 데서 생긴다"(성격』)라고 라브뤼예르‘가 말했다. 사교성은 우리로 하여금 대다수가 도덕적으로 떨어지고 지적으로 우둔하거나 불합리한 사람과 접촉하게 하므로 위험하면서도 해로운 경향을 가진 것 중 하나다. 비사교적인 사람이란 그런 사교성을 지닐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사교가 필요하지 않을만큼 많은 것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우리가 겪는 거의 모든 고뇌는 사교노 인해 생기기 때문이다. - P161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를 또한 불에 비유할 수 있겠다. 현명한 사람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불을 쬐면서 어리석은 자처럼 불에 손을 집어넣지 않지만, 어리석은 자는 그렇게 해 화상을 입고 고독이라는 차가운 곳으로 도망쳐서는 불이 타고 있다고 탄식하는 것이다. - P170

우리는 자신이 갖지 않은 것을 보면 곧잘 ‘이게 내 것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아쉬워한다. 하지만 그 대신에 가끔 "이게 내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말은 우리가 지니고있는 것을 잃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은 재산, 건강, 친구, 애인, 아내, 아이, 말,개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대체로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러한 것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기서 권유한 식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우리는 그러한 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에 즉시 예전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온갖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그러므로 재산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고, 친구를 화나게 하지 않을 것이고, 아내의 정조를 시험하지 않을 것이며, 자식들의 건강에 유의할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억지로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해 우울한 현재를 밝게 하려고 하거나 신기루와 같은 수많은 희망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희망은 환멸을 품고 있어서 냉혹한 현실에 산산이 부서지면 환멸을 피할 수 없다. - P180

15) 우리와 관계되는 일이나 사건은 완전히 따로따로, 아무 질서나상호 관계도 없이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즉 그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이 복잡하게 뒤섞여서 나타난다. 그러니 그러한 사정에 보조를 맞추려면 우리도 그런 문제를 두서없이 생각하고 염려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한 가지 문제를 처리할 때는 다른모든 문제에 구애받지 말고 그 일에서 벗어나 모든 문제를 그때그때 처리하고 즐기며 감내해야 한다. 즉 다른 문제에는 전혀 개의치 말아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서랍 중에서 한 개를 열 때는 다른 모든것을 닫아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무겁게 짓누르는 하나의 걱정거리 때문에 현재의 사소한 즐거움을 위축시켜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밀어내지도 않으며, 하나의 중요한 일을 걱정하느라 많은 사소한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특히 문제를 차원 높고 고상하게 볼 능력이 있는 사람은 개인적인 일이나 사소한 걱정거리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거나 사로잡혀 그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통로가 막혀서는 안 된다. - P181

인간은 뭐든지 다 잊을 수 있지만 자기 자신만은, 자신의 본질만은망각할 수 없는 법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어떤 내적인 원칙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성격이란 절대로 교정할 수 없다. 그런 원칙에 의해 인간은같은 상황이 되면 언제나 같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은 소위‘의지의 자유에 관한 나의 현상 논문‘을 읽고 미망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그 때문에 절교한 친구와 다시 화해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친구는기회가 생길 때마다 절교의 원인이 되었던 바로 그 행동을 더욱 팬팬스럽게 자신이 상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임을 몰래 의식하면서 다시되풀이할 것이다. 해고했던 하인을 다시 고용할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발생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어떤 사람이 상황이 변했는데도 예전과 같은 행동을 하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인간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바뀌면 신속하게 신조와 태도를 바꾼다. 인간의 의도적 행위는단기 어음을 끊으므로 우리 자신도 단기적 시각을 가져야 어음 인수를거절하지 않게 될 것이다. - P204

47) 인간의 삶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언제나 같은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오두막이든 궁정이든, 수도원이든 군대든 어디서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삶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험이든, 행운이나 불행이든, 아무리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해도 과자와 같은 것이다. 과자의 형태나 색깔이 아무리 다양하다 해도 모든 것은 하나의 반죽으로 만들어져 있다. A에게 일어난 일은 B에게 우연히 일어난 일과 비슷한데, 그것은 A가 이야기하는 말을 듣고 B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비슷하다. 또한 우리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은 만화경 속의 그림과 같다. 돌릴 때마다 다른 그림이 보이는 것 같지만 눈앞에 있는 그림은 사실 언제나 같다. - P223

청년기 입장에서 보면 인생이란 무한히 긴 미래이고, 노년기 입장에서 보면 매우 짧은 과거다. 그래서 인생이란 처음에는 사물이 오페라글
‘라스의 대물렌즈를 눈앞에 댄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는 접안렌즈를눈앞에 댄 것처럼 보인다.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알려면 늙어 봐야 다시말해 오래 살아 봐야 한다. 시간 자체도 청년기에는 훨씬 더디게 흘러간다. 그 때문에 우리 인생의 첫 4분의 1은 가장 행복한 시기일 뿐만 아니라 가장 긴 시기이기도 하므로, 어느 시기보다 많은 추억을 남긴다. 그래서 추억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나 그다음 두 시기를 합친 것보다 이4분의 1 시기에 대해 할 얘기가 더 많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년 중 봄이 그렇듯이 인생의 봄도 하루하루가 결국 성가실 정도로 길 것이다. 일년 중 가을과 인생의 가을이 되면 하루가 짧아지지만, 보다 명랑하고 한결같을 것이다.
그런데 노년기가 되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왜 그렇게짧아 보일까? 인생의 추억이 짧은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도 짧게 간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요하지 않은 모든 일과 불쾌한 많은 일이 추억에서 모두 떨어져 나가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우리의 지성이 일반적으로 매우 불완전한 것처럼 기억력도 마찬가지다. 습득한 것은 연습하고 지나간 일은 반추해야만 두 가지 일이 점차 망각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일과 불쾌한 일은 곱씹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일을 기억에 담아 두려면 반추가 필요하다. - P246

모든 불행과 모든 고뇌를 겪을 때 가장 효과적인 위안은 우리보다더 불행한 자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면 인간 전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 P299

우리가 어릴 적에 닥쳐올 인생행로를 앞두고 있는 모습은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에 즐겁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다리는 모습과 같다. 그런데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실제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을 아는 자가 볼 때 아이들은 때때로 아무 죄가 없는 피고 같을 것이다. 그 피고는 사실 사형 선고가 아닌삶의 선고를 받았지만, 판결 내용은 아직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나장수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과 같은 상태에 불과하다. "오늘은 고약한 날이다. 그런데 날마다 더 고약해지다가 결국 최악의 상황이올 것이다." - P308

인생이란 어떻게든 끝마쳐야 하는 힘든 과제와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나는 인생을 견뎌 냈다"는 말은 멋진 표현이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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