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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같은 나의 마음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책.
얼핏 살펴보아도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두 가지 적수는 고통과 무료함임을 알 수 있다. 한쪽이 멀어질수록 다른 쪽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은 사실상 진폭의 차이는 있더라도 이 두 가지 적수 사이를 오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양자가 이중의 적대 관계, 즉 외적 혹은 객관적 적대 관계와 내적혹은 주관적 적대 관계에 있는 데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 외적으로는 궁핍과 결핍이 고통을 낳는 반면, 안전과 과잉은 무료함을 낳는다. 따라서 하층 계급 사람들은 궁핍. 즉 고통과 끊임없이 싸우는 반면 부유하고 고상한 세계의 사람들은 무료함을 상대로 끊임없이 때로는 정말이지 절망적인 싸움을 벌인다 - P29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제7권 12장)에서 곁들여 말한 "분별 있는 자는 쾌락이 아닌 고통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라는명제를 모든 삶의 지혜의 최고 원칙으로 간주한다. - P132
어떤 건물을 짓는 일을 돕는 건설 노동자가 전체 계획을 알지 못하거나 항시 그것을 의식하는 것은 아니듯, 하루하루의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도 자신의 인생행로와 그 성격의 전모에 대해 그와 같은 관계를갖는다. 이 인생행로가 가치 있고 의미 있으며 계획성 있고 개인적일수록 그것의 축소판인 평면도, 즉 설계도를 가끔 눈앞에 떠올려 보는 것이더욱 필요하고 유익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말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자신이 원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즉 자신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난 뒤 두 번째,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자신의 직업, 역할, 세상에 대한 자신의 관계가 어떠한지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중요하고 대단한 종류의 것이라면 인생의 설계도를축소판으로 바라보는 것이 다른 것 이상으로 힘을 북돋워 주고 격려해주고 분발하게 하며, 행동하도록 고무해 주고, 옆길로 빠지지 못하게 막아줄 것이다. - P145
5) 삶의 지혜의 중요한 점은 우리가 일부는 현재에 일부는 미래에 쏟고 있는 주의의 비율을 올바로 조정해 한 쪽이 다른 쪽을 망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너무 지나치게 현재 속에서 살고 있다. 경솔한 사람들이 그러하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미래 속에서 살고 있다.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 비율을 정확히 조절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노력과 희망에 의지해 미래 속에서 살고 항상 앞만 바라보며, 무엇보다 미래의 일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해 조바심 내며 그쪽으로 급히 다가가는 반면, 현재는 거들떠보지도 즐기지도 않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 P146
다시 말해 지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고독으로 이중의 이점을 얻는다. 첫째는 자기 자신과 함께한다는 이점이고, 둘째는 타인과 함께하지 않는다는 이점이다. 모든 교제에는 많은 강제와 고충,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감안할 때 두 번째 이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리의 모든 불행은혼자 있을 수 없다는 데서 생긴다"(성격』)라고 라브뤼예르‘가 말했다. 사교성은 우리로 하여금 대다수가 도덕적으로 떨어지고 지적으로 우둔하거나 불합리한 사람과 접촉하게 하므로 위험하면서도 해로운 경향을 가진 것 중 하나다. 비사교적인 사람이란 그런 사교성을 지닐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사교가 필요하지 않을만큼 많은 것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우리가 겪는 거의 모든 고뇌는 사교노 인해 생기기 때문이다. - P161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를 또한 불에 비유할 수 있겠다. 현명한 사람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불을 쬐면서 어리석은 자처럼 불에 손을 집어넣지 않지만, 어리석은 자는 그렇게 해 화상을 입고 고독이라는 차가운 곳으로 도망쳐서는 불이 타고 있다고 탄식하는 것이다. - P170
우리는 자신이 갖지 않은 것을 보면 곧잘 ‘이게 내 것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아쉬워한다. 하지만 그 대신에 가끔 "이게 내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말은 우리가 지니고있는 것을 잃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은 재산, 건강, 친구, 애인, 아내, 아이, 말,개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대체로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러한 것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기서 권유한 식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우리는 그러한 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에 즉시 예전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온갖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그러므로 재산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고, 친구를 화나게 하지 않을 것이고, 아내의 정조를 시험하지 않을 것이며, 자식들의 건강에 유의할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억지로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해 우울한 현재를 밝게 하려고 하거나 신기루와 같은 수많은 희망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희망은 환멸을 품고 있어서 냉혹한 현실에 산산이 부서지면 환멸을 피할 수 없다. - P180
15) 우리와 관계되는 일이나 사건은 완전히 따로따로, 아무 질서나상호 관계도 없이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즉 그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이 복잡하게 뒤섞여서 나타난다. 그러니 그러한 사정에 보조를 맞추려면 우리도 그런 문제를 두서없이 생각하고 염려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한 가지 문제를 처리할 때는 다른모든 문제에 구애받지 말고 그 일에서 벗어나 모든 문제를 그때그때 처리하고 즐기며 감내해야 한다. 즉 다른 문제에는 전혀 개의치 말아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서랍 중에서 한 개를 열 때는 다른 모든것을 닫아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무겁게 짓누르는 하나의 걱정거리 때문에 현재의 사소한 즐거움을 위축시켜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밀어내지도 않으며, 하나의 중요한 일을 걱정하느라 많은 사소한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특히 문제를 차원 높고 고상하게 볼 능력이 있는 사람은 개인적인 일이나 사소한 걱정거리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거나 사로잡혀 그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통로가 막혀서는 안 된다. - P181
인간은 뭐든지 다 잊을 수 있지만 자기 자신만은, 자신의 본질만은망각할 수 없는 법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어떤 내적인 원칙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성격이란 절대로 교정할 수 없다. 그런 원칙에 의해 인간은같은 상황이 되면 언제나 같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은 소위‘의지의 자유에 관한 나의 현상 논문‘을 읽고 미망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그 때문에 절교한 친구와 다시 화해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친구는기회가 생길 때마다 절교의 원인이 되었던 바로 그 행동을 더욱 팬팬스럽게 자신이 상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임을 몰래 의식하면서 다시되풀이할 것이다. 해고했던 하인을 다시 고용할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발생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어떤 사람이 상황이 변했는데도 예전과 같은 행동을 하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인간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바뀌면 신속하게 신조와 태도를 바꾼다. 인간의 의도적 행위는단기 어음을 끊으므로 우리 자신도 단기적 시각을 가져야 어음 인수를거절하지 않게 될 것이다. - P204
47) 인간의 삶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언제나 같은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오두막이든 궁정이든, 수도원이든 군대든 어디서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삶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험이든, 행운이나 불행이든, 아무리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해도 과자와 같은 것이다. 과자의 형태나 색깔이 아무리 다양하다 해도 모든 것은 하나의 반죽으로 만들어져 있다. A에게 일어난 일은 B에게 우연히 일어난 일과 비슷한데, 그것은 A가 이야기하는 말을 듣고 B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비슷하다. 또한 우리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은 만화경 속의 그림과 같다. 돌릴 때마다 다른 그림이 보이는 것 같지만 눈앞에 있는 그림은 사실 언제나 같다. - P223
청년기 입장에서 보면 인생이란 무한히 긴 미래이고, 노년기 입장에서 보면 매우 짧은 과거다. 그래서 인생이란 처음에는 사물이 오페라글 ‘라스의 대물렌즈를 눈앞에 댄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는 접안렌즈를눈앞에 댄 것처럼 보인다.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알려면 늙어 봐야 다시말해 오래 살아 봐야 한다. 시간 자체도 청년기에는 훨씬 더디게 흘러간다. 그 때문에 우리 인생의 첫 4분의 1은 가장 행복한 시기일 뿐만 아니라 가장 긴 시기이기도 하므로, 어느 시기보다 많은 추억을 남긴다. 그래서 추억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나 그다음 두 시기를 합친 것보다 이4분의 1 시기에 대해 할 얘기가 더 많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년 중 봄이 그렇듯이 인생의 봄도 하루하루가 결국 성가실 정도로 길 것이다. 일년 중 가을과 인생의 가을이 되면 하루가 짧아지지만, 보다 명랑하고 한결같을 것이다. 그런데 노년기가 되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왜 그렇게짧아 보일까? 인생의 추억이 짧은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도 짧게 간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요하지 않은 모든 일과 불쾌한 많은 일이 추억에서 모두 떨어져 나가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우리의 지성이 일반적으로 매우 불완전한 것처럼 기억력도 마찬가지다. 습득한 것은 연습하고 지나간 일은 반추해야만 두 가지 일이 점차 망각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일과 불쾌한 일은 곱씹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일을 기억에 담아 두려면 반추가 필요하다. - P246
모든 불행과 모든 고뇌를 겪을 때 가장 효과적인 위안은 우리보다더 불행한 자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면 인간 전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 P299
우리가 어릴 적에 닥쳐올 인생행로를 앞두고 있는 모습은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에 즐겁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다리는 모습과 같다. 그런데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실제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을 아는 자가 볼 때 아이들은 때때로 아무 죄가 없는 피고 같을 것이다. 그 피고는 사실 사형 선고가 아닌삶의 선고를 받았지만, 판결 내용은 아직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나장수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과 같은 상태에 불과하다. "오늘은 고약한 날이다. 그런데 날마다 더 고약해지다가 결국 최악의 상황이올 것이다." - P308
인생이란 어떻게든 끝마쳐야 하는 힘든 과제와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나는 인생을 견뎌 냈다"는 말은 멋진 표현이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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