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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그동안 보아왔던 온갖 기행문들은 그냥 목적이 여행이라 떠날 수 밖에
없었고, 그 길위에서 무엇가를 끊임없이 얘기하는 것이였지만,
이 책은 어떻게 이런 생각으로 떠날 수 있었을까?
저자의 기발한 발상에 감탄한다. 잡을 수도 없고 정의 내릴 수도 없는
행복이라는 것을 찾아 떠난다니 이게 어디 말이 될 법 한 말인가
그러나 저자는 말이 되게 한다. 정말 행복을 찾아 떠난 여행지에서
우리에게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르게 행복을 꺼내 보여 준다.
며칠전 오래도록 알고 지내는 신랑친구 내외가 멀리서 다녀갔다.
그동안 연락 못하고 지냈던 고향 친구들의 이런 저런 소식을 접하게
됐는데,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하며 살았건만 이친구 저친구 들려오는
소리들이 일반적인 잣대로는 참 잘 살고 있었네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다들 잘들 살고 있는 거라지만, 그래도 좀 더
행복한 길이였으면 하고 바랐는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자니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오는걸 막을 수는 없었다.
누구의 행복을 나를 기준으로 또는 일반적인 시선으로 평가해서
그들이 행복하니 행복하지 않니라고 말할수는 없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걸 보면 행복이란 단어랑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한두가지의 상황들이 오랜만에 소식을 접하는 우리부부로서는
한동안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우리에겐 그 소식들이 우리의 행복으로 연결지어
진다. 우리 사는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그러니 늘 감사하며 살자는 결론을 내린다.
식구들 아프지 않고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거라고
정말 그들 부부가 다녀가고 그들에게서 들은 소식들로 친구들한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는 요즘 참 감사해하고 행복해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남의 불행이 내 행복이 되는건 아니지만,안 좋은 소식은
덜 안 좋은 소식을 갖고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도감을 주고 더 나아가
행복감을 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사촌이
땅을 안 사면 배가 안 아픈 일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을 해보면,
내 생각이 크게 어긋나지 않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행복이 뭐 그리 거창하기만 하고 대단한 걸로만 이뤄진 것일까?
멀리 다른 나라까지 가서 찾느라 고생하지 말고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작은 것에도 느낄 수 있는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어디 좋은 곳에 가서 로맨틱한 멘트로 사랑을 속삭이는 것만이
행복이겠는가? 방바닥에 철퍼덕 앉아 양푼이 비빔밥을 '모냥빠지게'
먹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그것 또한 행복이지.
부탄의 학자의 말처럼 나역시 행복은 철저히 관계 속에 존재한다고 본다.
그러니 오늘도 더불어 함께 하는 삶 중앙에 있으니 행복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