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하다..시집을 대할때면 짧디 짧은 문장들이 쉬이 읽혀질 것 같은데도 요것이 희안하게도 나를 놀리는 모양이다.. 쉬이 오는가 싶으면, 한 순간 아득하니 저 멀리 있는것 같고, 아득해서 잡을 수 없겠다 싶어 니 갈 길 가라 내 몰고 싶으면 어느새 곁에서 배시시 웃고 있으니 요것들을 어찌 대면해야 할지..그러니 내게는 여전히 시는 막막할 밖에.. 그러나 매주 '이국환의 책 읽는 아침'에 책을 소개해 주신다고 교수님께서 그동안 100여권의 책을 소개하시면서 그 몇 배에 달하는 천여권을 책들을 들여다 보시고 500여권의 책을 읽으시면서 바쁜 시간 쪼개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정해주신 책인데 막막하다고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그렇게 잡아든 '돌아다보면 문득' "풍경은 얼마쯤 낯설어야 풍경이고/시도 얼마쯤 낯설어야 시가 된다." '몽유백령도'의 한 구절처럼 돌아다보니 그 낯선 시간들이 내게도 시가 되어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어쩌면 이런 희망이 정희성님의 이웃 같은 모습이 엿보여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인 본색 누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답시고 저런 학 같은 시인하고 살면 사는 게 다 시가 아니겠냐고 이 말 듣고 속이 불편해진 마누라가 그 자리에서 내색은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구시렁거리는데 학 좋아하네 지가 살아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닭 중에도 오골계 ! 이 시를 보면서 죄송한 마음이지만,시인도 별거 없구나 싶으면서 친근한 이웃집 어느 부부네 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고 별천지 사람 같았던 시인이 우리네 같은 사람이다 싶고 그런 사람이 쓰는 글인데 뭐가 낯설고 무서울까 싶기도 하니 '돌아다보면 문득'은 내게 배짱을 키워준 책읽기가 아니였나 싶다. 그러고 보니 제목따라 돌아다보니 나도 한때는 시인이었지 싶다. "바닷가 벤치" 구절 중에 '젊어 한때 너도 시인이었지'를 읽을때 잊을수는 없지만,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정동진 바닷가 대신 해운대 바닷가 광안리 바닷가에 우리가 두고 온 오랜 기억들이..사랑하는 사람과 주고 받던 닭살스런 시들 그 시들을 기록한 노트가 지금 앉은 자리에서 고개만 돌리면 책장 한 구석에 초라하게 꽂혀져 있다. 지금은 너무나 유치해져 버려서 차마 그 속을 들여다 보지도 않는 그저 추억만 가지고 있는 작은 노트에 지나지 않지만, 왠지 그 때는 나도 시인이었지 싶다.. 지금은 내 어디에도 그런 구석은 없지만, 아주 잠깐 그 한때를 떠오르게 해줘서 그래서 문득 문득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따뜻하다.
거실을 서재로 바꾸는게 대세라며 잡지나 인터넷에 보니 연예인들의 바꾼 거실모습을 사진에 담아 올려져 있는걸 보고 아 그래 이거야 하며 나도 우리집을 그렇게 변신시켜 보기로 마음먹고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주게 되었다...나름 거실에 책장을 들이고 나니 왠지 모를 뿌듯함에 나는 자랑이 하고 싶어져 이웃에 사는 언니들을 초대해 새롭게 바뀐 집구경을 해주게 되었는데.. 그 중 한 언니가 하는말이 보기 좋다하며 둘러보더니 시집은 한 권도 없네..이랬을때 어찌나 부끄럽고 내 작은마음으로 속도 약간 상했던지...나는 바뀐 집 분위기에 자랑이나 하고 좋은소리만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느닷없는 말에 스스로 많이 당혹해 했던 기억이 난다... 작은 기쁨이란 시집을 읽는 동안 그 때 그 기억이 되살아나 슬며시 부끄러움이 고개를 들었다..^^;; 자꾸 시는 어렵다고만 생각이 들고 내가 시를 읽는다고 해도 뭐 제대로 느낄수나 있겠어?? 하며 포기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게 시는 참 멀다.. 얼마전 읽은 밥시도 그렇지만, 이번 작은기쁨은 뭐랄까..?? 시라기 보다 강희근교수님 말씀처럼 말꽃같다.. 어려운 압축의 표현이 아닌 잘 풀어진 그러나 짧은 시 그리고 말이 되어진 그런 느낌들이 많은 시집이였다. 조금씩 내게 시가 다가오고 우리집 책장에 시집이 꽂히게 될 설렘을 주는 시를 만나는 시작들이 참 기분좋다..
잠과 사랑
잠을 자고 또 자도
자야 할 잠이 아직도 남아 있듯이
사랑하고 또 사랑해도
해야 할 사랑이
많이 남아 있네요
참 신기하지요?
되풀이되는 놀라움으로
늘 행복하세요.!
밥시 이야기 밥이라는 그 한 글자가 이렇게 끌릴수도 있다는게 새삼 대단하게 여겨진다.. 너무나 당연하게 늘 곁에 있어서 오히려 다른 생각 같은거 못하고 살았는데..당연한 것이 때론 더 따습게 내 속을 채운다 따뜻하게 채워진 내 속에서 자꾸 얼마전 우리집 따뜻한 밥상을 생각나게 한다. 솜씨가 좋은것도 아닌데 희안하게 엄마가 해준건 다 맛있는걸까? 하긴 내가 내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하듯 그럴테지.. 다 같은 밥 같아도 입덧할때 엄마가 해준 밥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니...그 맛이란게 정말 맛솜씨만은 아닐것이다. 딱히 뭘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따라 아이들이 밥을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아마 고등어를 구웠던 것 같은데, 그래서 뼈 발라 준다고 내 손이 참 바쁘게 움직였던것 같다.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위로 숟가락질을 어찌나 열심히 해대던지.. 그 모습들이 너무 기분좋아 정작 내입속에 숟가락 가져 갈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하긴 나 혼자 세아이들의 숟가락위로 뼈를 발라낸 고등어를 올려줬어야 했으니..바쁜손이 당연한거겠지.. 하도 잘 먹어 내 배 고픈것도 모르고 저희들만 신경썼더니 큰애가 "왜 엄마는 안 드세요?" 한다. 그래서 예전에 할머니한테서 엄마한테서 들었던대로 "너희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했더니.. 큰애 왈 "저도 엄마 드시는 거 보면 배 부르고 기분 좋아요. 엄마도 많이 드세요"이러면서 내 밥숟가락위로 고등어를 올려준다. ( 어쭈..ㅎ) 딱 여기까지만 따뜻했다... 순간 정말 울컥했을정도로 감동 먹었으니까.. 이유를 물어보는게 아니였는데...나의 궁금증이 발동을 걸길래 나는 큰애에게 왜냐고 물어보고야 말았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엄마가 잘 드셔야지 다음에도 맨날 맨날 저희들 맛있는거 해주시죠.." 감동이 조금 사라지긴 했지만 참 아이의 생각이란..귀엽다.. 무조건 엄마가 해준거라면 다 맛있다고 해주는 아이들 덕에 두고두고 따뜻하게 내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밥이란 글자를 보면서 또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새삼 그 감동과 한바탕 웃음의 밥상이 자꾸 떠올랐다.. 나는 밥냄새를 정말 좋아한다.. 임신했을때도 남들은 밥냄새때문에 입덧을 많이 했다고들 하던데 나는 그 냄새가 좋아서 뜸들일 시간도 없이 밥솥채로 그 앞에서 어쩔줄 몰라했으니까..지금도 여전히 나는 밥냄새가.. 밥이.. 좋다. 오늘도 어제도 그 어제도....밥푸기전에 밥솥뚜껑을 열고 얼굴부터 들이밀고 있으니..그러고 있으면 얼굴로 퍼지는 밥기운이 나를 기분좋게 한다.. 그 기분좋은 밥을 여러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