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생존법 -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는 법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최민우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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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과 토크빌은 민주주의에서도 부자유스러운 상태로 ㅅㄹ기 십상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발목을 묶는 쇠고랑도 없고 4~5년에 한번씩 지도자를 투표하라는 정중한 초대를 받긴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완강하게 붙박여 있는지도 모른다. 결혼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업은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휴일은 어떻게 보내야 하며, 우정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 그렇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외되어 있다. 우리 영혼에 대한 지배권을 넘겨줘서는 안 되는 낯선 자들이 부당하게 형성한 정상성이라는 개념에 붙들려 있다. - P107

울프는 런던의 백화점에서 하는 쇼핑에 대한 찬가를 썼다. "말할 필요 없이 옥스퍼드가가 런던에서 가장 품위 있는 거리는 아니다. 도덕주의자들께서는 거기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일쑤였고, 멋을 중시하는 이들도 이러한 비판에 동조했다. ...하지만 해 질 녘 느긋하게 거닐다 보면 인공조명과 실크 더미, 버스의 은은한 불빛 덕분에 마블아치 위에는 영원한 석양이 드러워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옥스퍼드가는 화려하고 현란한 모습으로 제 매력을 뽐낸다. 빛나는 물줄기가 끊임없이 자갈을 씻어내는 강바닥 같다.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난다. ...옥스퍼드가의 영주들은 문 앞에서 가난한 자들에게 금화를 뿌리거나 빵을 나눠주는 공작이나 백작 못지않게 도량이 넓다. 오직 후하게 나눠주는 선물의 형태가 다를 뿐이다. 그 선물은 짜릿한 재미, 상품 전시, 오락거리, 밤에 불을 환히 밝힌 진열창, 낮에 펄럭이는 현수막의 형태를 띠고 있다. 거리에서는 최신 뉴스를 공짜로 제공한다. - P108

연회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무료다. 높다랗고 쾌적한 홀이라는 안식처가 제공하는 푹신한 카펫 털과 화려한 승강기, 은은한 광택을 발하는 옷감과 카펫, 은식기를 만끽하는 데 단돈 1실링 11펜스 3파딩이면 된다." - P108

이것이 바로 지식, 행정, 문화 등 특정 분야의 일에 대해 수 세기 동안 지속된 접근 방식이었다. 1900년 당시 영국 학계는 전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직업이었다. 특정 직업은 큰 노력과 지속적인 헌신을 요구하며, 커다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므로 가정에 대한 의무와 병행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있었다. 수도원이나 대학처럼 잘 조직된 공동체에서 살아야 하고, 독신이어야 하며, 주로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했다. ...아마도 가장 괴로운 건 현대 사회가 이 문제를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리라. 현대 사회는 자본주의와 가정생활이 직접적으로 충돌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가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감상적이면서도 현실을 무시한 모욕적인 주장이다. 그런 가능성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싸워 얻을 가치가 있는 것들은 모두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가정생활과 직장 생활을 동시에 잘 해내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고된 - P125

야망이 된다.

일과 가정생활이 상충하는 것은 우리의 무능이나 의욕 부족 때문이 아니다. 단지 두 가지 거대한 상반되는 주제가 충돌하는 역사의 한 시기에 살고 있을 뿐이다. - P125

세계가 현대적으로 변한 시점은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고향이 어디인지 묻는 대신 직업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한 때다. - P183

위니콧은 완벽한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정신병에 걸리기 쉽다고 말했다. 부모의 임무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삶에서 일어나는 불완전한 상황을 대비할 수 있도록 자상하게, 하지만 가능한 철저하게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상주의로 가득한 이 작은 인간들에게 좌절이란 고질적인 문제이고, 그릇은 식탁에서 떨어져 산산이 부서지게 마련이며, 테디 베어 인형의 눈은 사라지기 십상이고, 자동차 여행은 너무 오래 걸리며, 부모는 놀랄 만큼 짜증나는 사람들이고, 엄마는 어리석고 아빠는 바보 같으며, 숙제는 지나치게 많고, 앞으로 겪을 수많은 경험이 쓰라릴 것이며, 사람은 결국 늙어서 죽는ㄷ는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유명한 공식에 따르면 부모는 그냥 ‘적당히 괜찮은‘ 정도면 된다. 우리는 적당히 괜찮은 부모, 노동자, 배우자, 친구, 인간은 될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 P238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삶에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종사할 수 있는 직업은 하나뿐이었고, 그것마저도 가족이 선택해주었다. 결혼할 수 있는 후보도 한 명뿐이었으며, 그 사람도 부모가 골라주었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도 정해져 있었고, 그들을 피할 방도는 없었다. 다른 곳에서 살 기회도 전혀 없었다. 살 만한 물건도 없었다. 어딘가에서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지도 않으니 부럽거나 간절한 일도 딱히 없었다. 권위자에게 의문을 제기할 수도 없었다. 가족, 목사, 선생님, 왕과 왕비, 그리고 당연하게도 신이 지시하는 바라면 무엇이든 군말 없이 따라야 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며,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교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행복핮니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고, 설사 행복하지 않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었다. - P281

현대는 그런 한계를 폭파하고 우리를 모든 분야에서 ‘자유롭게‘만들었다. 이제는 원하는 직업을 고를 수 있고,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으며, 언제든 이혼할 수 있다. 아무 데나 살아도 되고, 무슨 질문이든 해도 되며, 누구에게도 복종할 필요가 없다. 이는 정말 기분 좋은 소리처럼 들리며 어느 면에서는 실제로 그렇지만, 또한 무겁고 때로는 견디기 버거운 부담이기도 하다.

...그러다 개인의 삶에 위기가 닥치고, 이 위기는 시대 전체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레 된다. 왜 저 일이 아닌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지, 왜 다른 직업이 아니라 이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지, 왜 다른 곳이 아니라 하필 여기 살고 있는지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근본적인 불확실성의 순간이 찾아온다. 무엇보다 ‘아무도 관심 없고, 아무도 모른다‘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 P282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온전히 통제할 만한 강한 인격적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오직 한 세대에 100명 남짓한 사람만이 최고의 선택을 하며 산다. 우리는 대체로 자시의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하고 ‘인생을 낭비하며‘산다. 자유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긴 세월 동안 교사와 부모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살았다. 적어도 이러한 문제를 이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정상적이며,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웃음이 나는 일이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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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김려령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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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찰나다. 긴긴 정도 단숨에 무너뜨릴 만큼 위력적이다. - P136

예술인은 작품으로만 만나야 한다. 실제로 만나면 대단히 피곤하다 자유로운 영혼이 아니라 까다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을 미치지 않게 하려면 어떤 미친 짓을 해도 가만히 둬야 한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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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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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독서의 목적은 한결같이, 오로지 단 하나였다. 나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얽혀드는 주인공의 행보롤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대문자 L로 쓰인 Life, 그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책을 읽었다. - P13

‘아들과 연인‘을 근래에 다시 읽은 건 이른바 원숙한 장년기에 들어섰을 무렵이었는데,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세부 사항도 많았거니와 무엇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에 대한 기억이 아예 틀린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책이 정말로 말하려는 바가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지난 세월 내가 이 책을 그토록 소중히 마음에 간직해온 이유는 엉뚱한 것이었지만,그건 오독 때문이 아니라 앎이 아직 여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책이 오히려 더욱 위대하고 감동적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책 한권의 풍요한 의미를 향해 여행을 해야 하는 쪽은 독자인 나라는 걸 처음 똑똑히 깨닫기도 했다. - P32

길모퉁이 너무 엘레인 골드버그의 모친은 페르시아산 양털 코트 소매에 팔을 끼워 넣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돈 많은 남자 사랑하는 건 가난한 남자 사랑하는 거나 마찬가지로 쉬운 일이지." 그러나 그분 역시 사랑을 믿었기에 목소리엔 씁쓸함이 묻어났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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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 있네 - 문지혁 작가의 창작 수업
문지혁 지음 / 해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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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에 필요한 경험이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감정’입니다. 특별한 경험 자체는 이야기를 창작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일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됩니다. - P101

소설가는 ‘거리를 조절함으로써’ 혹은 ‘이야기에 알맞은 거리를 찾아냄으로써’ 이야기를 소설로 바꾸는 사람입니다. - P136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다. 그러나 대게는 흥미롭지 않다." -스티븐 킹 - P141

이야기에 깊이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검증된 방식은 주인공의 외면적 목표와 내면적 목표를 엇갈리게 하는 것입니다. - P171

좋은 배경이란 숨겨진 의미가 있는 배경입니다.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에서 리사 크론은 말합니다. 장소와 배경이 좋은 디테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아래 세 항목 중에 최소한 한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요.

1. 인물에 대한 정보나 통찰
2. 사건을 진행시키는 힌트나 정보
3.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동체의 가치관이나 지향 - P197

퇴고의 선택은 텍스트의 층워(문장 안에서의 가장 좋은 선택)에서 한 번 이뤄지고, 이후 콘텍스트의 층위(문맥 속에서의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다시 한 번 이뤄져야 합니다. - P252

어떤 작가들은 가능한 결말의 목록을 쭉 나열해 두고 위에서 두세 번째까지를 걸러낸다고 합니다. 그런 결말은 뻔한 결말이기 쉽기 때문이죠. 다르게 말하면,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할수록 새롭고 신선한 결말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금방 떠오르는 생각은 남들도 할 수 있는 생각이니까요. 더 중요한 점은 작가가 결말에서 여러 선택지를 갖는 것입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최종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결말을 통해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는 결국 주인공의 행동과 선택에 따라 결저오디거든요.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바꾸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선택, 어떤 장면이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그중 제일 좋은 것을 고르라는 이야기죠. - P255

문학적 소설은 소설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예술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세부 장르입니다. 따라서 이제까지 소설이 보여주었던 전통적인 서사와 스토리텔링보다는 소설의 미래와 가능성, 어떤 새로움을 발견하고자 하지요. 소설이 이제까지 해왔던 것들(서사와 플롯)은 문학적 소설의 관점에서 볼 때는 지루하고 따분한 것일 수 있습니다. 마치 현대미술이나 현대음악, 패션쇼의 옷들을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현대소설은 예술적 전위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문학의 맥락과 흐름에 관한 일정한 공부와 학습이 필요합니다. 많은 독자들이 현대소설을 읽고 ‘그래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라고 되묻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반대로 장르소설은 유사 이래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더 익숙한 서사와 플랫을 여전히 주요 무기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고 느끼죠. 그건 ‘생존을 위해’ 이야기를 갈구하는 우리 뇌의 본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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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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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언제나 현관문이 닫혀 있는 집이었다. 현관문은 사생활을 중시할 만큼 교육받은 사람들과 문을 반쯤 열어놓고 사는 무식쟁이들을 구분하는 나름대로의 기준이었다. - P19

얘들아, 감정이 모든 걸 좌우한단다. 무엇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인생이 풍족할 수도 빈곤할 수도 있어. - P44

엄마는 거들을 입고, 낡은 회색 정장을 걸치고, 검은색 스웨이드 통굽 구두를 신고, 얼굴에 파우더를 두드리고 립스틱을 바른 다음 지하철을 타고 시내에 있는 직업상담소를 찾아가 작은 회사에 사무직으로 취직했고 일주일에 28달러를 벌었다. 그 이후로는 매일 아침 일어나 옷을 입고 커피를 마시고 우리 먹일 끼닛거리 목록을 돈과 함께 식탁 위에 올려놓고는 네 블록을 걸어 지하철역에 가서 타임지를 한 부 사들고 지하철에서 읽으며 42번가에 도착해 회사 건물로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아서 그날 업무를 마친 다음 다섯 시에 퇴근해 아파트 문으로 들어와 부엌 긴 의자에 털썩 앉아 저녁을 먹고 바로 소파로, 따스한 목욕물처럼 당신을 반겨주는 우울함 속으로 들어갔다. 마치 그날 저녁의 우울, 마지못해 견뎌야 하는 일상의 여정이 끝날 때까지 엄마를 배신하지 않고 기다려준 이 절망을 얻기 위해 하루 종일 그렇게 일을 하고 오는 사람처럼. - P116

이 시대의 심리상담문화가 전수하는 쉽고 허망한 위로가 아니라 브롱크스식 기준을 아는 사람의 가차 없는 평가를 원할 때는 메릴린에게 전화한다. 그의 언어에 완곡어법이란 없다. 명치를 한 방 얻어맞는 듯한 냉철한 분석과 조언을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 P188

나는 사랑의 경험이란 이전과 비슷하지만 점점 더 실망스러워지는 것, 그러면서도 동일한 열병과 환멸과 격정과 부정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배워야만 하는 저주를 받은 현대 여성이다. - P190

한 여성 운동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스타 아니면 그루피(팬)예요." 그가 볼 때 그루피란 평범하게 성공한 남성의 궤도 안에 머물다가 결혼해서 그 상태를 유지하는 여자들이다. 스타란, 나머지 우리다. 할당된 운명을 흔들고 걷어차버리는 사람들, 적절한 결혼 생활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결혼을 저버리지도 못하는 사람들. - P201

한 번은 무려 한 시간 반이나 걸려서 여성 잡지에 나온 레시피를 따라 최악이 캐서롤을 만들었다. 그걸 둘이서 10분 만에 대강 먹어치웠고, 난장판이 된 부엌을 한 시간 동안 치운 건 나였다. 싱크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한 순간을 기억한다. 앞으로 40년을 이렇게 살아야 되는건가? - P215

신혼 초반부터 자잘한 싸움으로 점점 나빠졌던 부부 사이는 결혼 내내 한 번도 시원하게 좋아지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그 상태에 우리를 적응시켰을 뿐이다. - P232

그의 몸이 나에게 다가올 때 나는 생각했다. ‘이 남자가 사랑하는 건 내가 아니야. 그에게 불러일으키는 이 감각이지.‘ - P259

한 번씩 한밤중에 깨어나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 느낀다고 했다.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지?" 나는 큰 소리로 묻는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스스로를 진정시켜야 한다. "엄마가 첼시에 있어. 매릴린도 73번가에 있고, 오빠는 볼티모어에 있잖아."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헤아려보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줄 아느냐고 말했다. - P265

성적인 끌림이라는 것에는 확실히 장점이 많아서 저울질을 해보면 늘 무게가 더 나갔다. 우선, 성애 자체가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욕망은 다정함을 보장한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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