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구판절판


운명은 순응하는 자는 태우고 가고 거부하는 자는 끌고간다. -세네카-1쪽

인간은 앞을 바라보면서 살아야 하지만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봐야 한다. -키르케고르-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르딕 라운지
박성일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1월
품절


마케팅을 공부할수록 빠져드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형물이나 무형물은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기 위해서 잘했든 못했든 디자인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디자인이다. 우리가 마시는 생수병도, 몸에 덜 해로울 것 같은 조미료도, 한눈에 음악 컬러를 대변해주는 음반재킷도 모두 디자인으로 소비자와 첫인사를 나눈다. 지금의 창작자들은 자의와 타의의 구분없이 창작물을 디자인으로 포장하고 그것으로 그 가치를 부여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은 그 느낌이 확실하고 분명하다. 북유럽의 가구는 통일된 재료의 사용과 그 가구의 핵심 성능을 제외하곤 잡스러운 기능을 넣지 않는다. 그래서 모던하며 깔끔하다. 이는 어설픈 두 마리의 토끼를 잡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이상형의 그녀가 현실에 없는 것처럼 그들의 디자인 철학 또한 그렇다. -74쪽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유치원에 입학하자마자 아이들에게 첫 번째로 가르쳐 주는 것이 부모가 체벌을 할 때 신고를 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이다.-1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구판절판


호세는 쉬지 않고 일을 했다. 한 시간, 도 한 시간이 흘렀다. 태양은 머리 꼭대기로 올라왔다. 나는 젖은 수건을 호세의 머리 위에 덮어 주고 호세의 팔과 등에 오일을 발라 주었다. 호세의 손에는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지만,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나무판을 누르고 있거나 얼음물을 갖다 호세에게 먹이거나 달려드는 산양과 아이들을 쫓았다. 태양은 마치 강철도 녹일 듯 뜨겁게 내리쬐었다. 지구가 조금씩 회전하는 게 느껴졌다. 호세는 한마디 말도 없이,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처럼 자신의 바위를 끊임없이 밀어올리고 있었다. 나는 이런 남편을 가진 것이 자랑스러웠다. 예전에는 얌전하게 앉아 문서를 다루거나 연애편지를 쓰는 것밖에 못 봤는데 오늘 호세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었다. 야채밥을 다 먹고 호세는 바닥에 누웠다. 부엌에 잠깐 갔다 와서 보니 어느새 곤히 잠들어 있었다. 차마 깨울 수가 없어 나는 감나히 옥상 위로 올라가 톱질한 나무들을 책상, 책장, 옷장, 주방에서 쓸 차탁자 등으로 분류해 하나하나 쌓아 놓았다. 호세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다. 호세는 화를 내며 나를 나무랐다.
"왜 안깨웠어!"
-222쪽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여자의 가장 큰 미덕인 법. 체력이 걱정돼 좀 쉬라고 그랬다는 변명 따위는 해 봤자였다. 호세의 머리는 최고급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으니까.-22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마토 랩소디
애덤 셸 지음, 문영혜 옮김 / 문예중앙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이탈리아 음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토마토이지만 사실 대륙으로 건너온 후 '악마의 풀'이라는 오명으로 백여년간 괄시받다 16세기가 되어서야 이탈리아 요리문화 속으로 스며들어갔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한 세기 동안이나 공고했던  혐오가 무너져 내린 것일까? 이 책은 발랄하고 사랑스럽게 '로맨스'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토마토 농부였던 유대인 청년과 올리브를 절이던 가톨릭교도 아가씨의 사랑이 토마토를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러브스토리와 로맨스의 차이점에 대해서 예리하게 짚으며 이 책의 정체성이 러브스토리가 아닌 로맨스에 있음을 밝힌다. 

 

"러브스토리와 로맨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러브 스토리에서는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장애가 본질적으로 주인공의 내부에 존재한다. 이를테면 지나치게 강한 자존심 따위가 사랑에 장애가될 수 있다. 연인들은 지나친 자존심 때문에 불화를 겪고, 주변 인물들은 오만한 주인공들이 불가피한 상황을 자초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어리석음과 우스꽝스러움을 놀리며 재미있어 한다. 따라서 러브 스토리는 코미디가 되기 쉽다.
하지만 로맨스에서는 주인공들의 사랑에는 문제가 없다. 멘초냐의 표현에 따르면, 이들은 처음 본 순간부터 자신의 심장이 큐피드의 화살에 맞았거나 사랑의 천둥소리에 전율했음을 알고 있다. 러브 스토리의 갈등이 자존심 문제처럼 여닌들이 자초한 것인 데 반해, 로맨스의 갈등은 가족과 사회가 연인들에게 지운 가혹한 굴레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로맨스는 비극이 되기 쉽다. 주인공들이 자신의 허영심을 뉘우치는 상황은 희극적일 때가 많지만, 사회와 가족에 관한 뿌리 깊은 편견, 분노, 법, 전통 따위에 맞서는 이은 그와 달리 비극적인 시련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로맨스의 연인들은 마지막에 사랑을 이루기 위해 가족과 사회의 억압에 대항하고 이를 타개해나가야 한다. 따라서 가족과 사회를 이해하는 바탕이 되는 시간과 장소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토마토가 어떻게 더 많은 사람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는지, 애틋한 두 연인이 어떠한 고난을 겪고 사랑을 얻게 되는지 하나의 응축된 스토리라인으로 끌고 나가지 않고 둘레둘레 당대 이탈리아의 이런 저런 인물들에게 하나하나 눈길을 주며 천천히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토마토나 로맨스와 전혀 상관없이 그저 '공주님'으로 불리고 싶을 뿐인 토스카나 대공의 게이 아들 이나 어릴 적 거위에게 오줌을 갈기다 불알 한 쪽을 뜯어먹힌 동네 술집 주인이 그러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찌 사는지 희극이자 동시에 비극인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리며 웃고 울다보니 어이쿠 로맨스가 이루어지고 말았네 어이쿠 토마토에 맛들이고 말았네!하는 이야기. 눈에 보이지 않는 전통이나 편견을 그려내는 작가의 능숙한 솜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로맨스라고 단 이야기만 늘어놓지 않는다.사랑을 깨달은 순간 사랑하는 이는 떠나가고, 하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순간 또 다른 소중한 이는 죽음을 맞이한다. 완벽이란 말이 존재하지 않아서 때때로 눈물 흘리며 살아갈수 밖에 없는 인생의 모습이 로맨스와 함께 엮어져 그려지는데 슈퍼모델 엄마에 화려한 커리어에 고소한 올리브 밭에서 노동까지 하다니 정말 모든 걸 다 가졌군!! 이라고 생각했던 작가가 진짜. 작가임이 바로 이 희극과 비극을 버무리는 지점에서 느껴진다. 아 정말 그는 하나 하나 모든 걸 다 '느끼며''살고'있었던 것이다.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것이 삶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친듯 웃기지도 미친듯 슬프지도 않은- 그 사이 어느지점에서 살아내는 것이 삶임이 글을 통해 느껴진다. '가진'자는 쓰지 못할 진정한 생의 이야기를 그는 썼다.  

그는 그의 표현처럼 '온 몸에 올리브유가 세차게 흐르는듯한' 작가이다. 이 탐스럽고 눈부신 이야기를 만들어낸 재능은 분명 붉은 빛보다 황금빛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처음엔 어릴 적 문고판으로 읽던 셰익스피어를 떠올리게 하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와 이탈리아식 이름들에 추억에 잠겼지만 긴 페이지를 다 읽어내니 좋은 작가를 발견했다는 뿌듯함이 더 크다. 작가가 쏟은 애정과 열정과 노력 그 무엇 하나 탱탱하게 영글은 토마토와 올리브에 비교해 아깝지 않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마토 랩소디
애덤 셸 지음, 문영혜 옮김 / 문예중앙 / 2010년 10월
품절


"러브스토리와 로맨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러브 스토리에서는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장애가 본질적으로 주인공의 내부에 존재한다. 이를테면 지나치게 강한 자존심 따위가 사랑에 장애가될 수 있다. 연인들은 지나친 자존심 때문에 불화를 겪고, 주변 인물들은 오만한 주인공들이 불가피한 상황을 자초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어리석음과 우스꽝스러움을 놀리며 재미있어 한다. 따라서 러브 스토리는 코미디가 되기 쉽다.
하지만 로맨스에서는 주인공들의 사랑에는 문제가 없다. 멘초냐의 표현에 따르면, 이들은 처음 본 순간부터 자신의 심장이 큐피드의 화살에 맞았거나 사랑의 천둥소리에 전율했음을 알고 있다. 러브 스토리의 갈등이 자존심 문제처럼 여닌들이 자초한 것인 데 반해, 로맨스의 갈등은 가족과 사회가 연인들에게 지운 가혹한 굴레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로맨스는 비극이 되기 쉽다. 주인공들이 자신의 허영심을 뉘우치는 상황은 희극적일 때가 많지만, 사회와 가족에 관한 뿌리 깊은 편견, 분노, 법, 전통 따위에 맞서는 이은 그와 달리 비극적인 시련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75쪽

로맨스의 연인들은 마지막에 사랑을 이루기 위해 가족과 사회의 억압에 대항하고 이를 타개해나가야 한다. 따라서 가조고가 사회를 이해하는 바탕이 되는 시간과 장소가 중요하다. -75쪽

루이지는 그로부터 12년 동안 수도원에서 지내며 나이 든 시칠리아 출신 수사한테 주방 일을 배웠다. 늘 분노에 차 있던 늙은 수사는 어린 도제에게 남다른 인색함과 얼마간의 파렴치한을 심어주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요리사들 사이에 이심전심으로 퍼져 있는 교리인 '콘치나레 콘 콜레라(분노를 섞어 요리하기)'를 주입시켰다.
-107쪽

"하지만 굿 파드레...." 마리는 선뜻 말을 잇지 못했지만 실은 신부님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누구에게라도 얘기하고 싶었다. "제 생각이, 제 마음이...."
마리가 계속 머뭇거리자 고맙게도 굿 파드레가 끼어들었다. "마리야, 마음이란 요망한 것이다. 이 나무 저 나무로 뛰어다니는 원숭이나 다름없어. 가두려 할수록 더 빨리 달아나니까. 중요한 것은 네가 하는 행동, 친절한 말 한마디, 부지런한 손이다. 걱정 마라. 하느님께서는 네가 어머니를 잘 모시고 땅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뻐하신다."-224쪽

"잘 들어라, 마리" 다행히 굿 파드레가 마리의 머뭇거림을 받아주었다. "네가 고백하려는 그 죄가 바로 네 마음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다. 어떤 정욕이나 탐욕도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없어. 욕망은 생의 에너지이자 신이 내리신 성스러운 불이란다. 그런데 너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심부터 하는구나. 벌은 꿀을 탐하고 뿌리는 물을 갈망하지. 정욕이 없다면 어떻게 양 두마리가 결합해 양 떼를 이루겠느냐. 음란한 수탉이 없다면 어떻게 닭장이 달걀과 병아리로 가득 차겠느냐. 알겠니, 마리? 우리 몸의 에너지는 신의 은총을 받아 솟아나는 거야. 그러니까 인간이 할 일은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에너지를 적절한 곳에 쓰는 거다."
"적절한 곳에요?" 마리가 벅찬 마음을 가누며 물었다.
굿 파드레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음, 이렇게 생각해 보자. 농부가 흙에 꺾꽂이할 가지를 심거나 씨앗을 뿌리면 그 흙에서 마을 사람들을 먹일 열매가 열리지. 흙이 이렇게 쓰이면 말 그대로 생명이 주는 흙이다. 하지만 흙이 발이나 치맛자락에 끌려 집 안으로 들어오면 그 흙을 먼지라 부른다. 우리 마음속의 에너지도 마찬가지야. 중요한 건-227쪽

에너지 자체가 아니라 그 욕망을 어디에 쓰느냐 하는 거란다. 마음이 에너지로 가득 찼다고 해서 먼저 의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거지. 마리, 나는 네 영혼이 선량하고 고결하다는 것을 알아. 그러니까 네 욕망이 적절한 곳을 향할 거라 믿는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믿기 힘들겠지만, 네 욕망 안에 하느님이 계시다. 네 욕정 안에 성령이 계시다, 마리야."-227쪽

무한히 관대한 굿 파드레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아이들 장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베르톨리의 할머니는 그냥 두고 보지 못했다. 할머니는 손자의 장난기에 점점 더 화가 치미는 모양이었다. 코시모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 노여움에 올리브가 저절로 절여지지 싶었다. 마침내 풍채 좋고 기운찬 할머니는 고령에도 고양이처럼 민첩한 동작으로 아이 귀를 낚아채 비틀었다. 아이가 우는 소리를 내자 할머니가 손자를 큰 소리로 야단쳤다. "내가 못살아! 도대체 하느님께서 왜 너같이 쓸모없고 천방지축인 아이를 만드셨는지 모르겠다" 나란히 서서 올리브를 털던 굿 파드레가 일손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우리에게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시려는 게지요"-270쪽

'이 포도주는 특별해. 지금껏 맛본 어떤 포도주보다 훌륭해.' 포도주가 관절을 마디마디 풀어주고 신기하게도 몸을 말랑말랑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군중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자신이 마치 부드러운 숄에 감싸인 채 어머니의 풍만한 젖가슴에 안겨 있는 것 같았다. '정말 희한한 포도주야. 꿀처럼 달고 버터처럼 진하잖아.'-318쪽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처음에는 다른 사람을 보고 울었지만 그 다음에는 자기 안에 묻어둔 보이지 않는 사연들 때문에 울었다. 사람들은 죽은 부모와 조부모 때문에 울었고 슬픈 일을 당한 아이들과 친구들 혹은 다른 누구 때문에 울었다. 인생이란 울 일을, 죽음과 슬픔과 상실을 끊임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기에 울었다. 울지 않으면 제 정신으로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울음 자체의 성스러움과 카타르시스 때문에 울었다. 인생이란 잔인하고 어처구니없는 것이기에, 인생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도둑을 맞았기에 울었다. -43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