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1
전경린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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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이란 사슬을 끊어버린 듯 이 소설속의 모든 일들은 상식으로선 이해되기 어렵다. 그냥. 무미건조하게, 비릿하게, 고인물이 썩어가는 것처럼. 18살이 많은 남자와 돈이 오가는 섹스를 하고 살이 쪄가는 주인공은 비늘을 번뜩이며 오염된 물속에서 펄떡이는 물고기를 생각나게 했다. 무엇이 옳은것인지 생각하는 사고회로가 정지해버린듯 여주인공은 무기력하게 운명이라는 것에 끌려다닌다. 나는 여주인공보다는 유경에게 더 끌렸다. 지독하게 순수한 그의 눈동자가, 하얀살결이, 고른 숨소리가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자신의 친형제나 다름없는 이와 여자친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게 된 그는 결국 자살을 택한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그다운 선택이었지만. 죽음이란건 아직까지 내게 너무 슬픈것인가 보다. 아직 너무 어리다는 증거이겠지. 마지막에 혼자 배다를 동생을 키우며 사는 여주인공을 작가는 혈연에 관계없는 가족의 형성이라고 설명했지만 나는 유경의 죽음에 대한 회개의 또다른 표현이라 생각하고 싶다. 그냥.그냥. 안개속을 서성이는 것처럼 아무생각없이 세상의 이목따윈 상관없이 무의미하게 시간에 모든것을 맡기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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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너머의 연인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신영미디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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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하건데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어느정도 미래를 생각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의 삶에 자신이 있는 여자들은 결혼이라는 것의 모순에 빠진다고 생각한다. 결혼으로 이사회에서 그녀들은 유부녀라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끈에 묶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에 걸맞는 행동을 요구받는다.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의무아닌 의무를 지게되며 직장에서는 명예퇴직 1순위에 자연히 가까워지게 된다.(단지 유부녀란 이유로) 하지만 결혼은 놓치기엔 아까운 너무나 달콤한 안락함이기도 하다. 혼자 힘들여 벌지 않아도 남편이 돈을 벌어오고 명품백도 남편의 비위를 잘맟춰주면 가질수 있다. 그리고 잘난 남편을 만남으로서 나는 더욱 완벽한 여자의 조건을 갖추게 되는것이다.

이러한 모순을 다루고 있는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소설속 두 주인공 모에와 루리코는 극단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진 캐릭터로 한명은 독립적이고 한명은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성상을 보여준다. 마지막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렇다고 비극도 아니다. 사회에선 성공한 삶으로 쳐주지 않을지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는것이다. 결혼은 어디까지나 선택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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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사랑을 한다 1
서문다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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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밑의 분의 리뷰에도 있었지만 이 작품을 접하고 느낀건 '이거 한국판 그남자 그여자 아냐? 너무 비슷하잖아..' 였다. 정작 서문다미님이 그걸 염두에 두고 그리셨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남자 그여자랑 비슷한 작품이라는건 틀림없는 듯 하다.

뭐 서문다미님의 코믹실력은 이미 전작들을 통해서 많이 알려져 있고 이 작품에서도 정말 웃긴부분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10대들의 감성에 맞다. 만화가라는 직업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난 어른 만화가들을 보면 존경스럽기만 하다. 어떻게 10년도 넘는 나이차이를 극복하고 이렇게 참신하고 전혀 낡지 않은 생각을 할수 있을까?

생각이 젊은 어른- 바로 나의 장래희망이다. 바로 그 젊은 생각들- 자유롭고 거칠것 없는 생각들이 서문다미님의 전작보다 더 짙게 이 작품에 잘 드러나고 있다. 일본만화의 영향이 크겠지만 이젠 그리 어색하지 않은 동성애 코드도 나온다. 일본 만화에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만화에서 동성애를 보는건 좀 어색스러운것이 사실이다.

어쨋든 이작품을 보면서 '이런것도 심의에 통과할수 있구나 ...' 라고 생각했다..;; 정말 내가 만화 월간지를 사서보던6-7년전에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일이다. 또...중학생이 사랑하는 선생님을 붙잡기 위해 선생님과 여관에서 나오는 사진을 찍어 유포시킨 사건은 정말 -_-;; 10대인 나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스토리였다.

서문다미님은 심의따윈 애초에 신경쓰지 않는 작가였단 말인가? 보는 나로선 상당히 즐거웠지만,, 고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이 유부남 선생님과 바람난다는 내용은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생각이 달라지고 뭐가...이 만화를 보면서 더 젊어진것 같았다. 사회의 질서나 통념따위와는 상관없는 만화속의 세상이 좋았다. 바로 그런점이 일본의 그남자 그여자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그들도 사랑을 한다의 개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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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감 9
박은아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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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아님의 작품은...개성있는 그림체도 그림체이지만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다정다감에선 사랑을 알아가는 이지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간간이 나오는 새륜이나 한결이의 독백대사도 아주 건질만한(?) 것들이 많다. 굳이 사랑이야기만이 아니더라도 그냥 공감이 간다고 해야 하나?

감성적으로 무척 10대를 잘 이해하는 어른 만화가라고 생각한다. 좋다. 책방에 너덜거리는 다정다감 1,2권들을 보면 이런 재미있는 만화를 보는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기분좋다. 그냥 단순히 꽃돌이나 몇 출현시켜 진부한 삼각관계 질질 끌어대는 저속한 만화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수 있다.

박은아는 분명히 여러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삘 꽃히는 만화가이다. 가슴이 그리 매마르지 않았다면 다정다감속으로 빠져들수 있을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건 마음에 여유가 있어 기쁘다. 나를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건 아무리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어도 스스로를 가치있다고 생각할 이유를 주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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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6
김기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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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깨끗한 만화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식상한 학원 로맨스물만 보다가 설을 봐서 그런진 몰라도 나에겐 신선한 감동을 가져다 준 작품이다. 아픔을 안고서 남장여자로 살아가는 성은과 그녀를 사랑하는 유노. 아픈사랑이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한 만화가 아닌가 싶다. 그냥 책장을 넘기면 그들처럼 나도 가슴이 아파온다. 출간된지 오래되었고 언제 완결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순정을 좋아한다면 절대 놓쳐서 안될작품이다. 시원하고 멋진 선과 아름다운 대사들은 놓치기엔 너무 아깝다.

'꼭 운전 조심해! 형 먼저 죽으면 내가 심심하잖아. 그리고 오늘부터 유노형은 내꺼야. 내가 찍기로 했어 .알아? 기억해둬 . 내거야. .....형이 결혼을 하고...아이를 낳고...그렇게 혼자 행복하게 되어도...어쨌든 형은 내가 찍었어. 사실은 옛날부터 내거였는데 그동안은 잊어버렸어. 그러니까 형은 이제부터 내거인거야. 내가 벼르고 벼르다가 오늘부터 다시찍은거라구. 유노형은 내거야! 앞으로도 계속,,,그렇게 계속...'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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