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1
전경린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도덕이란 사슬을 끊어버린 듯 이 소설속의 모든 일들은 상식으로선 이해되기 어렵다. 그냥. 무미건조하게, 비릿하게, 고인물이 썩어가는 것처럼. 18살이 많은 남자와 돈이 오가는 섹스를 하고 살이 쪄가는 주인공은 비늘을 번뜩이며 오염된 물속에서 펄떡이는 물고기를 생각나게 했다. 무엇이 옳은것인지 생각하는 사고회로가 정지해버린듯 여주인공은 무기력하게 운명이라는 것에 끌려다닌다. 나는 여주인공보다는 유경에게 더 끌렸다. 지독하게 순수한 그의 눈동자가, 하얀살결이, 고른 숨소리가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자신의 친형제나 다름없는 이와 여자친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게 된 그는 결국 자살을 택한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그다운 선택이었지만. 죽음이란건 아직까지 내게 너무 슬픈것인가 보다. 아직 너무 어리다는 증거이겠지. 마지막에 혼자 배다를 동생을 키우며 사는 여주인공을 작가는 혈연에 관계없는 가족의 형성이라고 설명했지만 나는 유경의 죽음에 대한 회개의 또다른 표현이라 생각하고 싶다. 그냥.그냥. 안개속을 서성이는 것처럼 아무생각없이 세상의 이목따윈 상관없이 무의미하게 시간에 모든것을 맡기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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