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4월
구판절판


증류소마다 나름대로의 증류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레시피란 요컨대 삶의방식이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이나에 대한 가치 기준과도 같은 것이다. 무언가를 버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45쪽

"내가 위스키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까닭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낭만적인 직업이기 때문이지." 하고 짐은 말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만들고 있는 위스키가 세상에 나올 무렵, 어쩌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그러나 그건 내가 만든 위스키거든. 정말이지 멋진 일 아니겠어?"-50쪽

아일레이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섬이지만, 거기에는 고요한 슬픔과도 같은 것이 떨쳐 낼 수 없는 해초 냄새처럼 끈끈히 배어 있다. 여행을 하면서 언제나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지만, 세상에는 섬의 수만큼 섬의 슬픔이 있다.-62쪽

내가 경험한 바로는, 술이라는 건 그게 어떤 술이든지 산지에서 마셔야 가장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그 술이 만들어진 장소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다. 물론 와인이나 정종도 마찬가지다. 맥주 역시 그러하다. 산지에서 멀어질수록 그 술을 구성하고 있는 무언가가 조금씩 바래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흔히 말하듯이, "좋은 술은 여행을 하지 않는" 법이다.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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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12-05-2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 먼북소리 읽어봤어요? 갠적으로. 하루키여행기중에 요거 최고였어요 ^^. 나두 하루키처럼 그리스외딴섬에 앉아 생선도 구어먹고 맥주도 마시고파요 ~.

2012-05-29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자의 일생 3
니시 케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1월
품절


독특한 개성이 있는 아이는 어릴 때는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법이죠. -13쪽

혼자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야. 혼자가 싫어서, 하지만 둘이 있는 것에도 자신이 없었던 것 뿐이야..-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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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일생 2
니시 케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6월
품절


- 저기, 마사키...
- 응?
- 결정적으로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뭐였어?
- 그야, 그 사람과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겠다 생각했으니까.
- ...그래?
- 분명히 말해두는데 츠구미, 결혼하면 무조건 행복해질 거란 생각따위 안해. 결혼한 이상 혼자일 때보다 꼭 행복해지겠다 결심하고 저지르는 거지. 너 아직도 나카가와 씨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네게 있는 대로 상처만 줬던 그 유부남. 화내는 거 아니야. 하지만, 이제 슬슬 네 행복을 생각해야지. 지금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라고.-131쪽

- 왜 우는거지? ...또야? 또 결혼이니 행복이니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패닉에 빠진 건가. 결혼은 자네 불안의 스위치야. 30도 중반을 넘어서 뭐 그런 걸로 골머리를 썩나.
- 중반을 넘었으니 고민하는 거 아니에요! 이젠 충동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고요!
- 어리석긴. 나이를 먹으면 충동적이 아니고선 일을 저지를 수 없다고.
- 당신은 그럴지 모르지만 난!
- 그래서 고민 끝에 결국 상처받고 눈물 흘리면서 내가 오길 기다렸던 건가.
- 자넨 날 좋아해.. 나도 자네가 좋고. 그거면 족한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 우린 맞지 않을지도 몰라요.
- 최근에야 알았는데 자네 마음속에는 빠지지 않는 딱딱한 가시가 있어. 그게 뭔지는 상관없어. 그저 난 그게 빠지길 기다릴 뿐이야. 하지만 내겐 자네만큼 시간이 많지 않아.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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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일생 1
니시 케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품절


- 저기, 카이에다 씨는 쭉 여대에서 일하셨죠?
- 여대에 있다 보니 여자들 패턴은 빠삭하게 꿰고 있지.자네 같은 아이들 많이 봤거든. 자네는 똑똑하지만, 한층 더 똑똑해 져야 해. 여자는 어리석지만, 남자는 그보다 훨신 더 어리석거든.-78쪽

있잖아, 나, 그동안 내내 머리가 깨지게 생각했는데, 역시 난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 나이 먹도록 살아오면서 나의 싫은 점이라든가 못난 면을 부정하기도 이젠 지쳤어.-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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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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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남성 1인칭 화자 시점의 불륜 단편집인가 싶었다. 남자 주인공은 근육이라곤 한 점 없을듯 한 초식룸펜들인데 여자들이 알아서 달려든다. 한 번 만난 여자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고 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남주는 아주 드라이 하게 그 관계를 이어나간다. 아내는 어딘가로 치워버리고 귀찮은듯이 마지못해 어쩌다 한번 내연녀들을 '만나 주러' 가는 식이다. 그들은 문어체로 대화를 나눈다. 불륜의 찌질함을 담아내기에 그들의 언어는 너무나 고상하고 시적이다.


아직 불륜을 경험하기엔 어리고 양다리를 걸치기엔 게으른 나는, 소설 소재로서의 불륜에 대해서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편이다. 불륜이란 중년의 인간이 권태의 골목에서 택하는 가장 쉬운 자기기만의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륜으로 주변에 민폐만 끼치고 있는 줄은 모르고서 자기가 마치 큰 거사를 도모하는 듯, 인생이 드라마인 듯, 별다른 노력을 한 것도 없으면서 자신의 대담한 선택으로 인생이 특별해졌다며 자위하는 것이 웃기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찾아올 더 큰 허무를 생각하면 참 멍청하구나 싶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불륜을 자신의 소설을 쿨해보이게 만들 소재로 삼는 작가들은 더 웃기다고 생각한다. 멍청한 인간들의 띨띨함을 적나라하게 파헤치지는 못할 망정 그 장단따라 정말로 그게 쿨한 일인것마냥 따라서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근데 이 전투적 마인드론 이 책의 불륜 이야기와 싸울 수가 없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불륜을 저지르며 그렇게 신나보이지도 않고 시들시들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들 참 웃기다고 나서면 주인공 캐릭터들은 쟤는 뭐니, 곁눈질 한번 하고 계속 소주만 따르다가 '오늘 우리집에서 자고 갈래요?' 조용히 이야기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날 기세.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 불륜을 쿨함의 상징으로 차용하기 보다는 맥없는 초식동물 인생사의 상징으로 차용했기 때문인듯하다. 불륜 앞에서도 고만고만하고 오면 오는대로 가면 가는대로, 막지도 않고 붙잡지도 않고 무심하고 의욕없고 냉소적인듯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엔 마음이 약해지는 캐릭터들.


모르겠다. 살다보면 이런 불륜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올 지도. 별로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건 다 무심하게 살아도 남녀 사이의 일에서 만큼은 바닥까지 가는 뜨거움을 지키고 싶은데 살다보면 이렇게 의욕없이 불륜을 저지르게 되는걸까? 그렇게나 강하게 불륜을 비웃다가 책을 읽고서 이렇게 갸웃하게 되는 건 어느 부분들은 정말로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게 작가의 글빨 때문인지 불륜의 또다른 모습을 가슴으로 이해해서인지 모르겠다. 전자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당분간 다시 또 읽고 싶진 않다. 가슴 아프던 그 구절들만 조용히 조용히 되새기고 싶다. 10년쯤 뒤에 무기력하게 불륜의 유혹을 받을때 읽으면 어떨까 싶기는 하다. 그러면 야채박스 속 시든 야채같은 불륜 보다는 이혼을 하겠다는 용기가 솟구칠 지도 모른다. 그래. 그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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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7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7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