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업 (리커버 특별판)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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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한결같이(또는 매우 자주, 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렇게 행동하는데 비해 보통 사람은 그 횟수가 아주 드물다. 천재는 기회가 왔을 때는 물론이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면서 종이나 화폭이나 돌에 그 순간의 경험을 기록한다. 말하자면 천재는 스스로 비상 상황을 만들어 그 안에서 행동한다.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 실천하는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천재와, 게으르고 겁 많은 그의 동료들이 구분되게 만드는 특징이다. - P62

꿈을 현실로 바꾸려면 그저 꿈을 꾸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꿈을 현실로 바꾸려면 그 꿈이 지니는 매력이 무색할 정도로 눈물겨운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 P63

좋은 소설은 주인고에 관한 진실을 들려주지만, 나쁜 소설은 작가에 관한 진실을 알려준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 P167

상상력은 훈련으로 기를 수 있다.
또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젊었을 때보다 성숙했을 때 훨씬 뛰어나다.
-윌리엄 서머싯 몸 - P193

편집자와 글쓰기 교사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얻은 중요한 교훈 한 가지가 있다면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는 본보기로 삼은 작품 안에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특징을 찾아낸다는 점이다. 작가 지망생이 똑같은 옷본을 사용해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면 실패하는 사람은 수백 명이다. 다른 사람의 옷본을 빌려 외투를 재단할 경우 십중팔구 실패하기 마련이다. 독창성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96

사실 두 가지 기본 원칙이 있을 뿐이다. 첫째, 소설가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든 비유적인 의미로든 자신의 팔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는 것만 다루어야 한다. 둘째, 주제의 가치는 작가가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또 그 안으로 얼마나 깊이 파고들 수 있느냐에 거의 전적으로 달려 있다.

자신의 글에 최종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통찰력이며, 선하고 맑고 정직한 마음이 있는 곳에선 진부함이 발붙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테니. - P204

(가치와 관련된)굵직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소설을 쓸 준비가 아직 안 된 상태다. 글으 토대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야 한다. 훌륭한 작품은 흔들림 없는 확신에서 나오며, 그리하여 만인의 사랑을 받는다. - P209

끝내야 할 작품이 있을 때는 책이나 연극이나 영화는 되도록 피하는게 좋다. 책이나 연극의 내용이 좋을수록 정신이 흐트러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기분이 변해 생각이 바뀐 상태에서 다시 글을 쓰게 된다. - P217

천재(하늘이 내린 재능)의 뿌리는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 안에 있다.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천재를 갈고 닦는다고 해서 위대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재능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의식의 영역 바깥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의식이 할 수 있는 일도 많기는 하지만 천재나 천재의 사촌뻘인 재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 P243

진정한 천재는 자신이 어떻게 일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한 채로 평생을 살아간다. 처재는 꿈꿀 때, 앉아서 빈둥댈 때 등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있어야 할 때가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많은 경우 천재는 자신의 마음이 백지처럼 텅 비어 있다고 믿는다. 때로 우리는 불모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며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천재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침묵의 시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곧 지나가기 마련이고, 글을 써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다. 천재의 게으름은 단지 표면상의 침묵일 뿐이라는 것알 알아챌 만큼 영특한 관찰자들은 이 낯설고도 고립된 시기를 ‘예술적 혼수 상태‘라고 불러 왔다. 분명히 뭔가가 작용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깊숙이 가라앉아 있어 생각을 구체화할 준비를 갖추기 전까지는 활동의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 P247

전통은 안내자일 뿐 교도관이 아니다. - P253

재능

번득이는 통찰력과 날카로운 직관 그리고 상상력은 서로 협력해 평범한 현실을 ‘더 고귀한 현실이라는 환상‘으로 바꾸어놓는다. 그런 점에서 이 세가지는 예술의 필수 요소다. 아니면 한 발 양보해 삶을 해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다.

이 모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위치한다. 실용적인 목적인 경우에는 우리의 마음을 대충 의식과 무의식으로 분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마음의 복잡성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 본성의 이 세번째 요소를 십분 인식한다면, 이 요소가 글쓰기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이해한다면, 이 요소의 활동을 가로막는 방해물을 제거해 자신의 작업 안으로 자유롭게 흘러들도록 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작가로서 크게 성공 할 수 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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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수업 (리커버 특별판)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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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으로 14,000원 짜리 책이면 하드웨어가 이런 수준이면 안되지 않나요? 9800원이라면 이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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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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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가 시간을 들인 노력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건 '문장'이라는 말을 했을 때,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중에 그의 초기작과 최근작을 비교하며 뜻을 이해하게 되었는데, 초기작은 문장이 너무 감성적이거나 관념적이라 독자 입장에선 읽다보면 덜그덕거리는 부분이 있고 최근작은 내용이 어떻든지 문장이 쉽고 간단하고 명료해서, 그리고 그 흐름이 유려해서 별다른 노력없이 스르륵 빠져들게 된다. 문장이 아름답고 심오한 뜻을 담는것과는 다른 차원의 퀄리티인건데, 어떻게 보면 이게 이루어져야 독자가 몰입을 할 수 있는거니 무척 중요한 자질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금희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으며 바로 그 문장의 힘을 느꼈다. 요즘 한국 작가들도 잘 쓴다지만, 조선족 작가가 격변하는 중국을 살며 써낸 글이라 그런지 문장이 개인의 내면과 사회의 변동 두 축을 오가며 능수능란하게 펼쳐지고 도도하게 흐르는 기개가 있달까. 이는 중국작가들이 가진 개성인거 같기도 한데(사회상이 소설의 주제로 편입되는) 금희 작가는 조선족 작가로서 한글로 글을 쓰다 보니 마치 옛 한글소설을 읽는 듯한 글맛.입맛이 살아있는 문장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다. 조선족들이 이렇게 한국말을 잘 쓴단 말인가? 그리고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한국책은 거의 보지 못하고 1930년대 등 옛 한국문학만 읽었다 하는데 어찌 이렇게 완성도 있는 소설을 써낼 수 있는 것인가 경이로움까지 들었다. 경단편이라 단편인듯 중편인듯 경계가 모호한 소설인데 그 분량 내에서 주제의식과 디테일을 모두 잡아내고 있고 요즘의 한국문학이 가진 문학성이란게 무엇일까,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조선족 문학이라는 영역, 요즘의 어린 세대는 조선족이라도 한국말을 못하기에 이제 조선족 문학은 사라질 것이며 그렇기에 금희 작가 역시 지면을 얻기 어려워도 그냥 쓴다는 후일담들.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들이 한국에서 보다 사랑을 받고 작가에게도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길. 한국문화가 힘을 얻은 만큼 이런 주변부에 대해서도 더 신경을 쓰고 지원하는 책임감도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한 명의 독자로서 이 책을 응원하고 주변에 많이 권하고, 금희 작가의 후속작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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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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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여러가지 생각으로 혼란해 있는 동안 정숙과 희철 사이의 문제도 점점 커져갔다. 나아지지 않는 친정집의 형편, 치료비가 없어 방치하는 동안 점점 악화디어가는 남동생의 사정, 그 모든 것에 대한 부담감과 조급함, 게다가 오직 사랑밖에 모르는 너무도 단순한 남자친구. 정숙은 그들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려는 데 다다랐고 희철은 일이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런 변화의 조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항상 그게 문제지. 상대방은 순간순간 흔들리고 생각이 변하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남자라는 족속은 시작이 바로 결과라고 유추하는, 현실에 대해 총체적으로 방심하는 한심한 군체였다. 희철이 그랬고 무군이 그랬다. - P155

회사 마당의 밤하늘에는 연 며칠 동안 전에 없이 달무리가 졌다. 나는 아침마다 부스스 수탉 꽁지처럼 일어서는 무군의 더부룩한 머리카락을 생경하게 바라보았다. 국을 떠먹을 때마다 내는 후루룩 소리와 약간 엎어질 듯이 앞으로 기운 걸음걸이를 관찰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욱 낯설고 이상했다. 왜 전에는 몰랐지? 무군이 저렇게 말을 하고 저렇게 웃었단 말인가. 나는 그런 느낌들이 곧 사랑이 떠나가는 전조인 줄 알지 못했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은 음식에 가해진 ‘알맞게 뜨거운 열기‘였다. 사랑이 떠나면서 가지고 간 그 열기는 음식을 냉랭하게, 더이상은 맛없는 요리로 만들어버렸다. - P160

무군은 그날 온종일 토라져 있었다. 분을 내고 설득을 하다가 포기했는지 오후부터는 혼자 맥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당장에 필요한 옷가지와 생활용품만 챙겼다. 내가 여기저기 물건들을 뒤져내는 동안 무군이 만든 탁자, 옷걸이, 작은 걸상, 그리고 둘이 월급을 합쳐서 산 소파, 옷장 같은 것들이 갑자기 소곤소곤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무군이 너를 위해 만든 걸상이잖아, 너랑 무군이랑 매일 붙어앉아 있던 소파잖아... 그것들도 다시는 나를 보지 못하리라는 눈치를 챈 듯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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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3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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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소에 대한 설명과 방에 대한 짧은 묘사, 시골 지역에 대한 인상은 뛰어났다. 물질적인 것들의 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과 부드러움이 엿보였다. - P63

그 시절의 남자들에게는 요즘 세상에서 영영 자취를 감춘 열정과 야성이 있었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그들의 무모한 행위나 영웅들의 극적인 삶을 펼칠 능력이 없었다. - P249

나는 똑같게화장한 얼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분과 볼연지, 립스틱으로 표정을 흐트러뜨리고 개성을 가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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