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
다자이 오사무 지음, 박성민 엮고옮김 / 시와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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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이렇게 말했다.

"소설이 시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한텐 그냥 좀 답답할 뿐이야. 단 한 줄의 진실을 말하겠다고 백 페이지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잖아."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정말이지 말은 짧을수록 좋아. 그걸로 믿게 할 수만 있다면." - P61

아름다움은 남이 가리켜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혼자서, 문득 발견하는 것입니다. - P80

어른이란 외로운 사람이다. 서로 사랑하고 있어도 조심하면서 남남처럼 서먹서먹하게 대해야 한다. 어째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보기 좋게 배신을 당해 큰 창피를 겪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은 믿을 수 없다. 이 발견은 청년이 어른으로 옮겨가는 첫 번째 과정이다. 어른이란 배반당한 청년의 모습이다. - P95

사람은 순간순간 움직이는 마음의 모습 전부가 진실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가기 것도 아닌 어떤 비열한 상념을 자신의 타고난 본성으로 착각하고 괴로워하는 심약한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비열한 희망이 마음속에 얼핏 떠오르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시시각각, 온갖 미추의 상념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사라지고, 또 떠올랐다 사라지고, 그러면서 사람은 살아갑니다. 그럴 때 추한 것만을 진짜 모습이라 믿고, 아름다운 희망도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은 잘못입니다. 순간순간 움직이는 마음의 모습은 전부 ‘사실‘로서 존재하지만, 그것을 ‘진실‘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 P107

민주주의의 본질, 그것은 사람마다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인간은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또는 ‘인간은 인간을 정복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부하로 삼을 수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발상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 P121

혁명은 사람이 편하게 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비장한 얼굴의 혁명가를 나는 믿지 않습니다. - P156

인생이란 한결 같이 남들과 싸우는 것이고, 그 사이에 틈틈이 뭔가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 P161

진정한 사상은 예지보다도 용기를 더 필요로 하는 법입니다. - P173

세월은 인간의 구원이다.
망각은 인간의 구원이다. - P177

다들 자신만의 요리법을 자랑하지. 인생에 양념을 하는 거야. 추억으로 살아갈지, 지금 이 순간에 몸을 맡길지, 그게 아니면 장래 희망 같은 것으로 살아갈지, 의외로 그런데서 인간의 멍청함과 영리함의 차이가 생기는지도 모르지. - P181

인간이란 비참하고 불쌍합니다.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똑똑하다느니 멍청하다느니, 이겼다느니 졌다느니 하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애를 쓰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진땀을 흘리며 뛰어다닙니다. 그리고 점점 나이를 먹습니다. 그것뿐인 일을 하려고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요. 벌레나 마찬가지군요. - P218

생활인의 강함이란, 아니요, 하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아니요, 라고 말해야 할 때, 아니요, 라고 분명히 말하는 것, 그렇게 할 수 있게 됐을 때, 나는 생활이라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P246

당신에게 모험심이 없다는 것은 당신에게 믿는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믿는 것이 천합니까? 믿는 것이 나쁩니까? 아무래도 당신 같은 신사들은 믿지 않는 걸 자랑스러워하며 사니까 어찌할 도리가 없군요. - P248

원래 다자이는 남을 대접하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대접 받는 건 싫어했다. 대갓집에서 자란 타고난 성품일까.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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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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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온지 4년 지나니 이제 보이네요. 국민들을 얼마나 개돼지로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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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2022-10-0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기꾼 검사..
 
오향거리
찬 쉐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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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하면서도 그 창을 떠올리는 대신 잊어버려. 그래서 창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알아볼 수 없게 된다고. - P17

사람은 누구나 명확한 생활신조를 갖고 살아야 해. 한결같이 좇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남한테 빌붙거나 남의 행동을 방해하는 건 부도덕하고 수치스러운 거야. 멍청하게 허송세월하다 늙으면 추억은 하나도 안 남고, 살아온 듯한 그림자만 남아. 후회할 거라고. 나는 평생 최고의 정신세계를 추구하며 물질적 기쁨을 모두 포기했어. 고난과 위험으로 가득한 길을 걷는다고. - P168

그러니까 이 세상은 선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엉망이 되는 거야. 그들은 자신의 값싼 동정심을전혀 아끼지 않거든. 누구를 만나든 위로하고 멋대로 격려해서, 그 안하무인의 무리가 벌을 받은 후에도 금방 일어나 원래 모습 그대로 자신들이 하던 일을 계속하게 돼. 비슷한 무리를 찾았다는 교만함에 자신감이 백배는 높아져 한층 더 심하게 굴기까지 하지. 우리가 평생 증오한 부류가 그렇게 선행을 즐기는 부류라고. - P212

그거 아나? 착각에 빠진 여자는 평범한 악당보다 파괴력이 훨씬 크고, 아무리 잔인한 일이라도 다 할 수 있어. - P235

불행하게도 세상 사람들은 너무 근시안적이고 삶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머리를 일깨우는 건 수탉한테 알을 낳으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에 이상과 포부를 가진 사람이 너무 적다는 사실을 통감합니다. 곳곳에 평범한 사람만 넘쳐나지요. 모든 사업이 중간에 가로채여져 미완성으로 끝나고 천재가 탄생하기도 전에 요절하며 앞날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 P267

한 사람 일생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그 품성과 기질입니다. - P273

솔직히 말해서 엉덩이니, 가슴이니 하는 것은 핵심이 아니에요. 여자한테 제일 중요한 건 정신적 기질이니까. 기질이 없는 여자는 빈껍데기, 빛 좋은 개살구, 재떨이, 슬리퍼 같은 거예요. 외적 매력은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지만 정신적 매력은 영원히 젊거든요.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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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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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숨을 토해내고 영원히 잠든 아버지의 육신은 무거웠다. 다시는 태어나지 마요. 그게 아버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말이었다. - P29

자기야, 우리 장군이 심장 소리 좀 들어봐. 웅장웅장웅장, 이렇지 않아? 장군감 맞나봐. 앳된 임부가 옆에 선 남편의 손을 꼭 쥐고 달뜬 목소리로 말했을 때 정작 규의 귀에는 그 소리가 총성총성총성으로 들렸다. 부부가 뿜어내는 행복의 아우라가 규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밭은기침을 했다. - P49

번데기 한 뚝배기를 혼자 다 먹은 미예가 맥주잔을 시원하게 비우더니 벌게진 얼굴로 말했다. 참관수업 날 아이가 이름의 ‘태‘ 자를 ‘턔‘로 잘못 썼을 때 엄마들 사이에서 일렁이던 웃음이 자기에겐 비웃음으로 들렸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건이 나쁠 것 없는 아이가 공부에 소홀하면 그렇게 화가 날 수가 없다고.

돌이켜보면 그날 미예가 그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은 수라 언니가 딸에 대해 말한 직후였다. 수라 언니는 자기 딸이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하고 싶어하는 것도 없는 게으름뱅이 천둥벌거숭인데, 살아보니 어려서 공부 잘하고 커서 돈 잘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그런 거 아무 소용 없더라며, 딸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나 하면서 크게 불행하지 않게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과 남편은 나중에 딸에게 카페 하나 차려줄 정도의 목돈이나 주고 끝내기로 했다고. 그 말 끝에 미예가 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 미예는 속으로 수라 언니의 말에 발끈했던 - P113

걸지도 모르겠다. 언니, 속 편한 소리 좀 그만해요. 언니처럼 다 가진 사람이 뭘 알아요? 하지만 수라 언니의 말 가운데 내 관심을 끈 대목은 미예와 달랐고, 그 말은 그후로도 꽤 오랫동안 수라 언니에 대한 내 인상을 좌우했다. 나는 우리 딸이 크게 불행하지 않게만 살았으면 좋겠어. 저 사람은 어떤 큰 불행을 겪었기에 저런 소원을 갖게 되었을까? 그러나 이 고립의 밤에 혼자 소파에 누워 그날의 대화를 찬찬히 되짚어보니 언니가 방점을 찍은 단어는 다른 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불행하지 않게만‘ 살았으면 하고 바란 게 아니라 크게 불행하지 않게만 ‘살았으면‘ 하고 바랐던 게 아닐까 하고. - P114

율은 온이 교수로 일하는 대학교에 입학한다. 앞으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너 그러다가 율이 영영 뺏긴다. 전 남편은 그 소식을 듣고 충고랍시고 말했다. 뭐든 뺏고 뺏기는 것밖에 모르는 종족. 저는 딸과 아내를 버렸으면서 남이 주워 가면 뺏겼다고 징징대겠지.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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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숍 - 느낌 좋고 감도 높은 도쿄 핫플레이스 87
이시은.서동희 지음 / 동아일보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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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주방용품을 파는 중앙시장이 있다면 도쿄에는 가파바시가 있다. 중앙시장이 지극히 서민적인 곳이라면 가파바시는 장인의 솜씨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일본 전역의 장인들이 만든 칼과 냄비를 비롯해 다양한 주방 도구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다와라마치 역 3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으면 꼭대기에 거대한 요리사 머리 모형이 있는 건물이 보인다. 그 건물이 가파바시 거리의 시작점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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