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도시로 돌아가고 싶어진 적 있어?
-물론 있지~ 잡지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을 발견했을 때나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책방이 그리워질 때, 백화점 지하를 하릴없이 돌아다니고 싶어질 때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귀찮은 날도 있어. 그리고 또 애인을 찾고 싶지만...도시에 있는 너나 마유미도 싱글이니 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형 - 하 을유세계문학전집 86
볼레스와프 프루스 지음, 정병권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에 대해서라고요? 그러나 저를 몰랐잖아요?
-알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아가씨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백 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 누군가에 대해 자나 깨나생각하면 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집니다.

어리석은 계집애들. 그들은 생각하겠지, 부자 남편도 잡고, 잘생긴 애인도 생겨서 소원을 이루었다고...어리석은 것들. 그들은 모라. 늙은 남편도 빈털터리 애인도 곧 싫증이 나고, 조만간 진실한 사람을 사귀고 싶을 때가 온다는 것을. 그럴 때 그녀가 불행하게도 그런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겠나? 팔아 버렸던 매력을 혹은 스타르스키 같은 사람으로 오염된 마음을,,,? 한번 생각해 봐요. 그들은 사람들을 알기 전에 틀림없이 비슷한 길을 가게 된다는 것을. 그전에 아주 고결한 사람을 마나게 되더라도 그녀는 그런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늙은 부자나 무례한 건달을 택하겠지. 그런 결혼에서 인생을 허송하다가 언젠가 다시 시작하고 싶어질 때에는 이미 너무 늦었거나 또는 가망 없는 일이지. 내가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남자들이 그런 인형 같은 여자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지.

이그나치 제츠키 이 늙은 바보! 너는 상상하고 있나 나폴레옹의 후손이 권좌에 오르고 보쿨스키가 능력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을 하게 되고 또한 그가 정직하기 때문에 행복하게 되리라고? 이 나귀 머리처럼 미련한 친구야. 생각하고 있나, 못된 사람들이 당분간은 잘되고, 정직한 사람들이 잘못되어도, 결국에는 못된 사람들은 수치스럽게 되고, 정직한 사람들은 명예롭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상상하는 거야? 그렇다면 너는 바보 같은 상상을 하고 잇는 거야! 세상에 질서는 엇ㅂ어. 정의도 없고. 있는 것은 투쟁이야. 그 싸움에서 좋은 사람들이 이기면 좋은 거고, 나쁜 사람들이 이기면 나쁜 거지. 좋은 사람들만 보호하는 어떤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고 상상하지는 마라. 인간들은 나뭇잎 같은 거야. 바람이 불어서 잔디 위에 떨어지면 잔디 위에 누워 있는 거고, 바람이 진흙탕 위에 떨어뜨리면 진흙탕에 처박히는 거지.

-또 들은 것이 있어. 보쿨스키가 청혼했다면서...
-그래, 말해 줄게. 그가 청혼했어! 나를 볼 때마다 청혼해. 나를 보면서, 나를 안 보면서, 말하면서, 말이 없으면서...

그 재산은 내가 일해서 번 것이 아니라, 이겨서 번 것이지요. 모험적인 도박사처럼 판돈을 배로 늘려 가면서 10여 차례 이긴 것이지요. 내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절대로 위조 카드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 그 말 은 맞지 않아요 보쿨스키 씨. 우리는 당신에게 호의적이었고 당신을 존중했소.
- 존중....! 공작님께서는 제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존중이 어디에 근거하고 당신들 사이에서 나에게 어떤 위치를 보장하는지? 사스탈스키씨, 니빈스키씨 심지어 한 번도 일해 본 적이 없고 돈이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스타르스키 씨가 당신들의 존중 정도에서 나보다 열 단계 높지요. 제가 하려는 말은,,외국 뜨내기는 누구나 쉽게 당신들 살롱에 들어갈 수 있지요. 그러나 제 경우는 어땠습니까. 저에게 맡긴 돈에 대해 15퍼센트 이자를 지불하고 그곳에 입장할 수 있었잖습니까! 제가 아니라 그들이, 그 사람들이 당신들의 존중을 누렸고 공평하지 않은 특혜를 가졌습니다. 그 사람들 하나하나는 우리 가게에서 심부름하는 아이보다도 가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만일 그 금속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발견하게 되면 그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 아닌가...? ... 그럼 어떤가? 최악의 경우에도 나는 발견을 위해 노력한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 일에는 가치 있는 용도가 없는 재산과, 목표 없는 삶을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기 방구석에서 시간을 낭비하거나 혹은 카드놀이로 멍청하게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는 전례 없는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일 아니겠는가?

그 사람은 지금까지 이성적으로 행동하면서 산 적이 없어요. 점원일 때에는 발명가와 대학을 생각했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에는 정치 놀음을 시작했지요. 나중에는 돈 버는 대신 학자가 되었고, 빈손으로 바르샤바로 돌아왔지요. 민첼 부인이 아니었으면 아마 그는 굶어 죽었을 겁니다. 드디어 그는 돈을 벌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상인으로 번 것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바람둥이로 소문난 여자의 숭배자로서 번 것이지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는 돈과 여자를 가지게 되자, 두 가지 모두를 버렸어요. 지금 그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어요? 당신이 현명하다면 말해 보세요. 바보, 완벽한 바보! 현실에 없는 것을 끊임없이 찾는 순수한 폴란드 피의 낭만주의자...

당신도 전형적인 낭만주의자입니다. 다만 어리석은 일을 저지를 기회가 적었을 뿐이지요.

낭만주의자들은 죽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 의미 없는 일이지요. 오늘날의 세계는 그들에게 맞지 않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개정판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어쨌거나 그 애는 불행해
-저 때문에 불행하다는 건가요? 제가 그 사람의 행복을 망치고 있는 거예요? 아, 제가 너무 못나서...
-그런 게 아냐. 너 때문이 아니라 그 애 자신 때문이야. 삶이 우리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면, 삶의 탓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인생살이가 어디 우리 뜻대로만 되더냐? 우리의 노력이란 보잘것없는 거야.

나는 그 여자 마틸드를 사랑했어. 그녀의 목소리, 재치, 웃음, 세상에 대한 시선, 세계를 많이 돌아다니며 살아본 사람 특유의 숙명론적인 태도를 사랑했어.

나는 조금 괴롭다고 해서 모든 걸 망쳐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어. 헤어지는게 괴롭다고 해서 계속 함께 살다가 평생을 망쳐버리는 사람들 말이야... 그래 내 나이쯤 되면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지. 그들이 아직까지 함께 사는게 뭐 그리 대단한 건줄 아니..? 그들은 보잘것없는 거멀못에 의지하고 있는 거야. 자기들의 생기 없는 삶에 기대고 있는 거라고. 온갖 타협을 거치고 갖가지 갈등을 이겨낸 결과가 고작 그것인 셈이지. 그들은 자기들의 사랑, 꿈, 친구 등 모든 것을 땅에 묻었어. 그리고 이제 곧 그들이 묻힐 차례가 될거야. 그들은 일종의 은퇴자야. 모든 것에서 은퇴한 사라들이지. 그들은 자기들 나름의 만족감에 빠져 있어. ‘우리는 꿋꿋하게 잘 버텨왔어‘라고 말하고 싶겠지. 하지만 그렇게 잘 버텨온 대가가 뭐지? 아쉬움, 회한, 상처, 비겁자라는 낙인이야. 그런 것들은 아물지 않아.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스러지지 않아.

나는 당신과 함께 있는 게 좋아요. 당신이랑 함께 있으면 싫증이 나질 않아요. 서로 아무 말 안 하고 있어도 좋고, 서로 살을 비비고 있지 않아도 좋아요. 한방에 같이 있지 않아도 쓸쓸하지 않아요. 당신이랑 있으면서 한 번도 쓸쓸함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당신을 신뢰하고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당신이 가진 것 중에는 내 눈에 보이는 것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있어요. 나는 그 모든 걸 사랑해요. 물론 나는 당신의 결점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결점이 내 장점과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요. 당신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과 내가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서로 같지 않아요. 당신의 악마들과 내 악마들이 동시에 들이닥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당신은 스스로 보여주는 것보다 더 나은 사람이고 나는 그 반대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형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85
볼레스와프 프루스 지음, 정병권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가 이 아가씨에게 ‘세상은 무엇이고, 아가씨는 누구냐?‘고 진지하게 묻는다면 아가씨는 틀림없이 세상은 마술 정원이고, 마술로 가득 차 있는 성이며, 자기는 육체에 갇힌 여신이거나 요정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자벨라는 요람에서부터 초인간적일 뿐 아니라 초자연적인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았다. 잠은 오리털 이불 속에서 잤고, 비단옷과 뜨개질한 것을 입었으며, 흑단 혹은 자단 목재를 조각해서 속을 넣은 의자에 앉았으며, 크리스털 잔으로 마셨고, 식사할 때는 금만큼 비싼 은이나 자기 그릇을 썼다.
이 아가씨에게는 사계절이 없고, 항상 부드러운 햇빛,생생한 꽃들과 향기로 가득한 봄만 있다. 밤과 낮의 구별도 없어서 어떤 때는 한 달 내내 아침 8시에 잠자리에 들고, 점심은 새벽 2시에 먹는다. 지리적 차이도 없다. 왜냐하면 파리, 빈, 로마. 베를린 혹은 런던에서도 같은 사람들이고, 관습도 같고, 가재도구도 같은 것들이며 심지어 음식도 동일하다. 태평양산 해초, 북해에서 딴 굴, 대서양이나 지중해산 생선, 모든 나라에서 온 야생 고기, 전 세계에서 사 온 과일 등. 이 아가씨엑는 중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자에 앉을 때는 다른 사람이 부추겨서

히고, 접시도 다른 사람이 들어서 놓아주고, 거리에서는 다른 사람이 태워 가고, 계단은 다른 사람이 부축해서 내려가고 위로 돌라갈 때는 다른 사람이 들고 간다.
휘장으로 바람을 막고, 황마차로 비를 막고, 검은담비 모피로 추위를 막고, 햇빛은 양산과 장갑으로 막았다. 이렇게 사람들 위에, 자연의 법칙 위에 매일, 매달, 매년을 살았다. 그녀는 폭풍우를 두 번 만났다. 한 번은 알프스에서, 다른 한 번은 지중해에서. 당시 용감한 사람들도 겁에 질렸지만 이자벨라는 바위가 갈라지고 배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즐거운 듯 웃었다. 그것이 위험할 수도 있음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처럼. 이 아가씨에게 자연은 번개, 바위, 바다의 소용돌이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현상이다. 자연은 다른 때에는 이 아가씨에게 제네바 호수 위의 달을 보여 주고, 해를 가리고 있는 라인 강 폭포 위의 구름을 흩어지게 한다. 그것은 마치 무대 연출가가 하는 작업 같은 것이다. 신경이 예민한 귀부인들도 그것을 보고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 사람에게 죽을 때까지 고마워해야 할 거야. 내가 그 사람에게 미치지 않았다면 재산도 모으지 못했을 것이고, 가게 계산대 뒤에서 썩어 가고 있었을 거야. 그러나 그런 동경, 절망, 희망이 없으니 이제 슬퍼지겠지...어리석은 인생! 지상에서는 각가 가슴 속에 담고 있는 환상을 좇다가, 저세상에 가서야 그것이 미친 짓이었음을 알게 되겠지.

-마흔다섯이라...사랑을 하기엔 마지막 나이인데, 최악의 시기지.
-전문가들은 첫사랑이 최악이라고 하던데
-틀린 소리야. 첫사랑 다음에 백 가지 다른 사랑이 자네를 기다리지만, 백한 번째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어. 결혼해. 그것만이 자네의 병을 치료할 수 있어.

그는 항상 행동하는 사람이지요. 그는 머리나 가슴으로 무엇을 느끼면 그것을 바로 실행했답니다. 대학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을 때 대학에 들어갔고, 돈을 벌기로 결정했을 때 돈을 벌었잖습니까. 그래서 바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역시 물러서는 법 없이 아주 바보 같은 일을 저지르고 말아요. 그는 그런 사람입니다. 놀랄 것 없어요. 그의 안에는 두 사람이 녹아 있어요. 1860년대 이전의 낭만주의자와 1870년대의 실증주의자. 밖에서 보는 사람에겐 모순으로 보이지만, 그의 내부에서는 완벽한 일관성을 갖추고 있어요.

그들에게는 의지가 부족합니다. 의지의 병...이 병이 전체 계급에 퍼져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 칭호, 존경, 심지어 여자 복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들에겐 추진력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새로운 야심 있는 사람들의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보쿨스키는 사람들을 잘 안다. 그래서 자주 그들과 자신을 비교한다. 어디에서든 도처에서 그는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점원으로 일할 때도 밤에는 잠을 안 자고 공부했고, 가난을 이기고 대학생이 되었고, 비 오듯 쏟아지는 총탄 속에서도 군인으로 살아남았고, 추방되었을 때에도 점토로 지은 오두막에서 눈을 맞으면서도 학문을 연구했다. 그에게는 항상 미래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하루하루 먹고사는 데 급급했다.

나는 물러서지 않아! 갈증이 심한 사람은 우물에서 물러나지 않아. 죽어야 한다면 마시면서 죽겠어.

만일 보쿨스키가 그런 여행가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10년 동안 땅속에 살면서 수백만 달러를 모은 광산가였다면! 그러나 그는 상인에 불과하다. 그것도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상인이지 않은가! 그는 영어도 모르고, 그에게는 늘 벼락부자 티가 난다. 그것도 젊은 날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손님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었던 사람이 아닌가. 그런 사람은 기껏해야 좋은 조언자, 심지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방문객이 없을 때에 한해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남편으로 만나면 매우 불행해질 것이고, 애인으로는....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다.

심지어 동물들 중에도 인간들과 같은 그런 비열한 동물은 없지. 자연계에서는 서로 마음에 드는 암컷과 수컷끼리 짝을 이루게 되지. 그래서 짐승들에게는 바보가 없어.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나는 유대인이니까 기도교인을 사랑해선 안 되는 거야. 그는 상인이니까 백작 아가씨를 사랑할 권리가 없는 거야. 자네는 돈이 없으니까 여자를 가질 권리가 없는 거야. 자네들의 그 잘난 문명이라는 것이 그런 거라네...!

-성격이라고요? 그는 사랑에 빠질 사람이 아닌데.
- 그 성격 때문에 그가 파멸하는 거요. 10만 킬로그램의 눈 덩어리도 가볍고 엷은 눈송이로 나뉘어 떨어지면 가장 작고 연약한 풀조차 상하게 하지 않지요. 그러나 눈사태로 내려오는 10만 킬로그램의 눈은 가옥을 파괴하고 사람들까지 희생시킵니다. 만일 보쿨스키가 일생 동안 일주일 단위로 다른 여인들을 사랑한다면, 그는 꽃봉오리처럼 보일 것이고, 생각도 자유로워질 것이고, 세상에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수전노처럼 사랑의 자본을 모았는데, 그 결과는 우리가 보다시피 어떻습니까? 사랑은 나비와 같은 매력을 가질 때 아름다운데, 오랫동안 가사 상태에 있다가 깨어나면 호랑이처럼 되어, 보는 사람도 재미가 없지요. 입맛이 좋은 사람과 배가 고파서 속이 뒤틀린 사람은 다르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인의 초상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8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지금보다 높은 곳에 가 본 적이 없는 걸. 여자는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과 같아." 이사벨이 교훈적인 어조로 말했다.

- 그렇다면 그분 취향이 정교한 게 다행이네
- 사실 정교하지. 그래서 널 신부로 택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취향이, 사실은 정교한 취향이 구겨진 걸 본 적 있어?
- 난 남편의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할 위인은 결코 되지 않을거야.

이 말을 듣고 랠프가 격한 말을 했다.

- 아 그것 참 제멋대로인 생각이군. 너답지 않아! 넌 그렇게 측정되어야 할 사람이 아니거든. 넌 따분한 딜레탕트의 비위나 맞추는 것보다는 더 나은 일을 해야 할 사람이야.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다고 해서 어려운 세상살이가 더 쉬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에겐 삶에 대한 분명한 시각이 있었고 그는 그것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했다.

저를 싫어하는 건 전적으로 그분 자유겠죠. 전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오히려 사람들이 절 좋아한다면 저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야 할 거예여. 기자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정도가 아니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없거든요. 기자라는 직업이 바로 그런 거예요. 여기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 결혼한 여자에게 사랑을 호소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요?
- 좋은 남자들은 모두 그런 짓을 한답니다. 당신도 결혼하면 알게 될 텐데!

난 몇 년간 그 사람을 연구했기 때문에 그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 그의 인간 됨됨이는 훌륭한 사업 설명서처럼 뚜렷해. 그는 지성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지성을 높이 평가해. 반면에 지성을 갖추었다고 과장하지는 않아.

이사벨, 살아 있는 게 더 좋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사랑이 있으니까. 죽음도 좋지만, 죽음에는 사랑이 없어.

가급적 당신의 인생을 지켜야 돼요. 일부분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까지 잃어선 안 돼요. 겉으로 보이는 상황,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 세상의 형편없고 우둔한 짓거리 따위를 걱정하는 건 당신 자신에 대한 모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