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8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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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보다 높은 곳에 가 본 적이 없는 걸. 여자는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과 같아." 이사벨이 교훈적인 어조로 말했다.

- 그렇다면 그분 취향이 정교한 게 다행이네
- 사실 정교하지. 그래서 널 신부로 택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취향이, 사실은 정교한 취향이 구겨진 걸 본 적 있어?
- 난 남편의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할 위인은 결코 되지 않을거야.

이 말을 듣고 랠프가 격한 말을 했다.

- 아 그것 참 제멋대로인 생각이군. 너답지 않아! 넌 그렇게 측정되어야 할 사람이 아니거든. 넌 따분한 딜레탕트의 비위나 맞추는 것보다는 더 나은 일을 해야 할 사람이야.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다고 해서 어려운 세상살이가 더 쉬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에겐 삶에 대한 분명한 시각이 있었고 그는 그것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했다.

저를 싫어하는 건 전적으로 그분 자유겠죠. 전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오히려 사람들이 절 좋아한다면 저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야 할 거예여. 기자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정도가 아니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없거든요. 기자라는 직업이 바로 그런 거예요. 여기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 결혼한 여자에게 사랑을 호소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요?
- 좋은 남자들은 모두 그런 짓을 한답니다. 당신도 결혼하면 알게 될 텐데!

난 몇 년간 그 사람을 연구했기 때문에 그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 그의 인간 됨됨이는 훌륭한 사업 설명서처럼 뚜렷해. 그는 지성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지성을 높이 평가해. 반면에 지성을 갖추었다고 과장하지는 않아.

이사벨, 살아 있는 게 더 좋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사랑이 있으니까. 죽음도 좋지만, 죽음에는 사랑이 없어.

가급적 당신의 인생을 지켜야 돼요. 일부분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까지 잃어선 안 돼요. 겉으로 보이는 상황,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 세상의 형편없고 우둔한 짓거리 따위를 걱정하는 건 당신 자신에 대한 모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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