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개정판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어쨌거나 그 애는 불행해
-저 때문에 불행하다는 건가요? 제가 그 사람의 행복을 망치고 있는 거예요? 아, 제가 너무 못나서...
-그런 게 아냐. 너 때문이 아니라 그 애 자신 때문이야. 삶이 우리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면, 삶의 탓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인생살이가 어디 우리 뜻대로만 되더냐? 우리의 노력이란 보잘것없는 거야.

나는 그 여자 마틸드를 사랑했어. 그녀의 목소리, 재치, 웃음, 세상에 대한 시선, 세계를 많이 돌아다니며 살아본 사람 특유의 숙명론적인 태도를 사랑했어.

나는 조금 괴롭다고 해서 모든 걸 망쳐버리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어. 헤어지는게 괴롭다고 해서 계속 함께 살다가 평생을 망쳐버리는 사람들 말이야... 그래 내 나이쯤 되면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지. 그들이 아직까지 함께 사는게 뭐 그리 대단한 건줄 아니..? 그들은 보잘것없는 거멀못에 의지하고 있는 거야. 자기들의 생기 없는 삶에 기대고 있는 거라고. 온갖 타협을 거치고 갖가지 갈등을 이겨낸 결과가 고작 그것인 셈이지. 그들은 자기들의 사랑, 꿈, 친구 등 모든 것을 땅에 묻었어. 그리고 이제 곧 그들이 묻힐 차례가 될거야. 그들은 일종의 은퇴자야. 모든 것에서 은퇴한 사라들이지. 그들은 자기들 나름의 만족감에 빠져 있어. ‘우리는 꿋꿋하게 잘 버텨왔어‘라고 말하고 싶겠지. 하지만 그렇게 잘 버텨온 대가가 뭐지? 아쉬움, 회한, 상처, 비겁자라는 낙인이야. 그런 것들은 아물지 않아.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스러지지 않아.

나는 당신과 함께 있는 게 좋아요. 당신이랑 함께 있으면 싫증이 나질 않아요. 서로 아무 말 안 하고 있어도 좋고, 서로 살을 비비고 있지 않아도 좋아요. 한방에 같이 있지 않아도 쓸쓸하지 않아요. 당신이랑 있으면서 한 번도 쓸쓸함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당신을 신뢰하고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당신이 가진 것 중에는 내 눈에 보이는 것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있어요. 나는 그 모든 걸 사랑해요. 물론 나는 당신의 결점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결점이 내 장점과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요. 당신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과 내가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서로 같지 않아요. 당신의 악마들과 내 악마들이 동시에 들이닥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당신은 스스로 보여주는 것보다 더 나은 사람이고 나는 그 반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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