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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최은영의 소설에서는 서사가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근사하고 멋진 문장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이걸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는 생각도 든다. 서사보다 주인공들의 정서와 상처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이다. 서사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고,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건 우리 흔한 인간들의 상처와 말 못하는 마음들을 자신만의 나직한 단어들로 조용히 조용히 레이스처럼 뜨는 것이 아니었을지. 그리고 그 감정의 거미줄을 햇살에 비추어 반짝이는 아름다운 순간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지. 시인이 쓰는 소설도 있다. 시의 한 구절 같은 아름답고 깊은 문장들을 엮어서 소설을 쓰는 사람들. 그에 비하면 최은영의 문장은 평범하다. 오히려 과하게 아름다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듯 하다. 비유를 하자면 똑같은 크기의 조약돌을 하나하나 깔아 만든 길 같은 소설이다. 독자들이 그 길 위에 혼자 서서 거미줄의 반짝임을 느낄 수 있도록...그리고 결과물을 보자면 시인이 쓴 소설보다 최은영의 소설이 더 시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소설집이라 해야 할지 시집이라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직 젊은 작가이니만큼 다소간의 빈틈이 눈에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설이란 프레임을 이렇게 자신의 몸에 맞게 구부리고 비틀 줄 알는 작가에게 그런 빈틈은 큰 흠이 되지 않는다. 예민함과 상처의 나이를 지나고도 꾸준히 좋은 작품 발표해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