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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평점 :
이 책은 아름답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근접한 언어라지만 번역을 뚫고도 전해지는 이 아름다움을 보면 11년간 작가가 다듬고 다듬었다는게 과장은 아닌듯 하다. 단어 하나하나를 고심하여 배열하고 정돈하였음이 느껴진다. 사실 서사에는 큰 줄거리가 없다. 한 한량 유부남이 온천장에 놀러갔다가 그 곳의 어린 게이샤를 만나는데 한량이 큰 열정 없이 심드렁한데 비해 게이샤는 뜨겁게 그를 쫓아다니고 사랑한다는... 그러다가 또 다른 어린 여자 또한 그 남자 한량에게 은근슬쩍 마음을 보인다는... 일본 만화에서 평범하고 별 볼것 없는 남자주인공을 미소녀가 얼굴 붉히며 좋아하는것에 대해 정말 현실성은 하나도 없지만 중2쯤 되는 아이들의 망상이려니 싶어 그러려므나 했었는데, 사실 이는 일본인들의 정서속에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진(?) 나름 유서가 깊은 판타지이자 망상이었음을 이 소설로서 확인하게 된다. 이 민족은 이런 허무맹랑한 말도 안되는 판타지를 예쁘게 예쁘게 포장하여 노벨문학상을 타 낸 민족인 것이다...! 이렇게 리뷰를 쓰니 무척 가벼워보이고 이 책도 좀 우스워보이지만 사실 책을 읽을 때는 덜덜덜 떨면서 읽었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워? 하는 마음으로. 읽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