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부인 김승옥 소설전집 4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0-70년대의 한국소설을 제대로 읽어본건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수능을 위해 혹은 논술을 위해 읽었던 책이야 이것 저것 있지만 내가 자발적으로 좋아서 고른 책..

60년대의 소설 속에 그려진 사랑이야기라고 하면 어떤 것일까

나는 80년대 중반에 태어나서 그 시절 이야기라면 정말 하나도 모른다

내 직전세대까지 받았다는 교련이나 반공 교육도 희미하게 느끼는 정도인데 60년대 이야기라니, 짐작도 안 가는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짐작을 하고 있었다.

아주 보수적이었던 20세기 초반 분위기야 쵸큼 알고 있으니, 60년대라고 하면 21세기 초반인 지금과 20세기 초반의 중간 정도 되는 사회이지 않았을까?

20세기초반보단 개방적이고

21세기 초반보단 보수적인

그런 사회분위기를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아니 근데 웬걸, 나의 짐작과는 다르게 이 책은 꽤나 강.하.다.

크게보자면 성에 대한 개방도에서 부터 사소한 것들에 이르기까지..

앞부분에 실린 '보통여자'에서 놀랐던 건, 결혼 전 여러여자들과 쉽게 관계를 가지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이었다.

보수적인 사회니 어쩌니 해도 돈주고 쉽게 여자를 사고 관계를 가지고 또 그러고선 선을 본 여자와는 예의를 갖추어 만나는 모습. 이런 건 뭐 시대랑 상관없는 거구나 ...싶었다.

또 60년대에도 맞벌이를 선호했다던가, 쌍꺼풀 수술을 많이 했다던가 하는 건 사소한 부분이지만 짐작과는 너무 달라 깜짝 놀란 부분들이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매력은 남자의 마음과 여자의 마음을 속속들이 뚫어보는 묘사들이다.

'보통여자'와 '강변부인' 두 편 모두 며칠동안에 일어난 일들을 서술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이 두 소설 모두 어떤 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의 심리를 따라가며 하나하나 묘사하는 스타일이다.

'보통여자'의 경우 여자주인공의 마음과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모두 서술하는데 (남자가 분량이 적다..)

여자의 마음이 그려질 땐 어쩜 저리 여자 마음을 잘 알까, 도대체 스물 여덟먹은 작가가 어찌 여자맘을 저리 아는걸까 탄복을 했고 (그 때는 인터넷도 없었다. 김승옥은 천재같다)

남자의 마음이 그려질 땐 아아 남자의 심리란 이런 것이구나, 그런데 그 세속적이고 노골적인 심리묘사의 리얼리티...그게 좋았다. (이 여자 저 여자랑 자고 다니고 심지어 점심시간에 잠시 여관에 들렀다 회사로 돌아가는 남자의 정신상태..꽤나 이것저것 생각하고 재면서 살고 있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나는 '보통여자'란 제목의 뜻...이거 완전 너무 멋진 영화한편 본 기분이었다..^^

이렇게 만족도 최고였던 '보통여자'에 비해 '강변부인'은 덜 좋았다.

보통여자에 비해 빠른 전개, 자극적인 사건들이 계속 터지는 강변부인 인지라, 읽는 속도도 빨랐고 재미는 있었지만 이건 정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생각 (이건 21세기에 일어나도 화제가 될 만한 수준의 사건들)

너무 야하단 생각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언어영역공부하면서도 느낀거였지만 예전의 한글로 씌여진 소설들은 뭔가 말이 이쁘다..

소리내어 읽으면 입안에 울리는 소리도 좋고, 소설이지만 운율이 있는것만 같다.

그리고 '남자'란 단어 대신 '사내'란 단어를 사용한다던지 하는 것들..이런 것들도 맘에 든다.

아아 완전 맘에 들었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9-0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마음.." 이라기 보다는 "그남자의 마음.." ,,, 일반화하면 실제와는 많이 차이가 나요.

LAYLA 2006-09-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책 속의 여주인공에게 몰입하다보니 ^.^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