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태리의 시골 며느리
김미화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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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의 세계를 알 기회가 없는 집순이 이태리 아줌마로 살았다. 그러면서도 집 안의 진짜 이태리 사람들과 온전한 식구가 되지 못하는 나는 늘 집 밖의 사람이었다. 몸은 집 안에서 나갈 수 없고, 마음은 집 밖에서 들어오지 못하는 삶이었다. -7쪽

도대체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게 없었다. 그의 집이 농사를 짓고, 그가 운전기사라는 것만 알고 시집가는 셈이었다. 어떤 이에게는 내가 농사짓는 사람하테 시집간다고 했더니, 미쳤냐고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내 주위 사람 거의 대부분이, 내가 나보다 못한 남자하고 결혼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상했다.
나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 별 볼일 없는 여자라는 것을. 한때 아닌 것처럼 착각하며 보내기도 했지만 빈 깡통같이 살았다. 수준 이하의 가정교육을 받았고, 집안 형편도 별로 좋지 않았고 ... 대학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학력고사 점수를 받았는데, 운이 무진장 좋아 실기시험으로 합격을 결정하는 서울예술대에 들어갔고, 술 취한 듯 지내다 졸업했다. 그 뒤로도 우왕좌왕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살았을 뿐이다. 그런 내가 무슨 기준으로 그보다 더 나을 수 있는가. 스물한 살부터 서른일곱 살까지 한 길로 꾸준히 운전만 한 그가 누구하고 비교해야 부족한 사람이 되나.-52쪽

투어리더 일은 내가 그 전에 했던 어떤 사회생활보다 사람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일반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늘 자신의 얼굴을 감춘 가면을 쓰고 관계를 가지게 되지만, 여행 중에는 어떤 직업의 사람들이건 그 가면들이 벗겨진다. 직업이란 가면이 벗겨지면, 비 오는 날 숨어있던 단단한 껍질 밖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는 달팽이같이 본래 그 사람의 모습이 나오게 된다. 그러면 지금까지 가졌던 직업에 대한 내 선입견이 다 사라지고 속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그 어떤 직업의 대단함보다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 아름다움의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나보다 그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은 사람이었다.-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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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8-1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어때요???막 궁금,,ㅎㅎㅎㅎ

2012-08-20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3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3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