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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에세이 1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전혜린이 천재라는 느낌은 없었다. 자의식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했단 사실이 그녀를 천재스럽게 보이게 만들지만, 냉정하게 말해선 천재가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하자 그 괴로움에 목숨을 끊은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글이 부족하다는 건 아니다. 총기가 번쩍이는 구절이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그 재능으로 그럴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 아무리 후하게 평가를 해주려 해도 뼈를 깎는 노력으로 현실의 남루함과 존재의 누추함을 이겨낸 다른 천재들에게 불공평한 일이라 차마 그녀를 천재라 부르진 못하겠다.
어릴 때 전혜린을 읽었다면 평이 더 후하였을텐데, 지금 내 나이 스물일곱은 그녀를 적당히 이해하고 적당히 냉소할 수 있는 나이인 듯 하다. 그녀의 넘치는 자의식을 이해한다. 그걸 추제하지 못하는 괴로움이 내 것 같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 비겁한 모습까지 사랑할 순 없다. 자살이 옳니, 그르니 하는 걸 떠나서 자신의 삶과 넘치는 재능 그리고 가족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한 그 모습이 참 안타깝고 그걸 넘어서지 못한 열정이 껍데기처럼 느껴진다.
닥치는 대로 좀 살아보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뭘 알겠냐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