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김선주 세상 이야기
김선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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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류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사람일수록 구체적인 인간을 사랑하지 못한다. 개개인의 인간을 독립된 인간으로서 사랑하기 어렵다." 먼 이웃, 그러니까 피와 살이 느껴지지 않고 생김새나 성격이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로서의 누군가를 사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결점도 많고 고마워하지도 않으면서 자존심만 센 바로 곁의 인간을 도우면서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기분이 상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마음이다. -26쪽

개별 가정에서 자식이 부모를 보고 배우는 것처럼 사회 전체적으로 우리는 이 시대의 풍조나 정신을 보고 배우고 듣고 자랄 수밖에 없다. -29쪽

생텍쥐베리의 기도문을 다시 읽는다.

....주님이시여 제가 저 자신을 알려면 당신이 제 안에 고통의 닻을 내려주시는 것으로 족합니다. 당신이 줄을 잡아당기시면 저는 눈을 뜹니다....

고통을 통해 인간은 무엇인가를 깨닫는다. -51쪽

엊그제 우리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인사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한 집단의 조직적 행동이 화제에 올랐는데,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빨갱이 같은 놈들"이라고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특별히 나븐 사람이거나 빨갱이에 개인적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무심하게 습관적으로 말했을 것이다. 우리는 적대적인 세력은 무조건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면 간단하게 무찌를 수 있었던 시대를 살아왔다. -123쪽

경제적 독립이 없으면 정신적 독립도 없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정신적 독립을 하지 못한 사람이 학문의 길에서 어떻게 정진할 수 있겠으며, 경제적 도움을 주는 누군가의 간섭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138쪽

집안과 학벌을 따져 남 보기에 번드르르한 결혼을 하기보다 뜻이 맞고, 그러니까 가치관을 갖고 이 모든 일을 유쾌하게 같이 해나갈 만한 평생 친구를 구한다고 생각하면 현실적인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진다. -151쪽

한 인간의 변천사는 한 시대의 변천사다. -191쪽

남녀 사이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다. 직업과 학문, 예술에 걸었던 열정도 사랑이다. 나라와 겨례, 혹은 어던 이상을 위해 뭉쳤던 뜨거운 순간들도 사랑이다. 사회적 이슈에 몸과 마음이 아플 정도로 헌신했던 터질 것 같은 순간들도 사랑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런 순간들을 뒤로하고 헤어져야 할 때가 온다. 사랑의 순간이 뜨거웠을수록 이별의 고통은 크다. 왜 사람들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랑의 순간들까지도 훼손하는 것일까?

우리는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서먹서먹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주춤추춤 다가간다. 그 아름다웠던 순간들, 인생에서 많지 않았던 그 뜨거운 사랑의 순간들을 잿빛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우리는 이별을 맞아야 하고 고통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모든 사랑했던 순간들에 대한 예의고 또한 이별의 예의다. -193쪽

판사의 자질은 판결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선거를 통해 뽑지 않는 법관에 대한 검증은 판계에 대한 국민의 철저한 감시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사법 감시는 법관의 권위를 실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좀더 고민을 하면서 객관적이고 정의로운 법해석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215쪽

시인이란 가장 먼저 울기 시작해 가장 마지막까지 우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성인, 언론인 등 말과 글을 다루는 게 직업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221쪽

대학에 떨어지면 또 어떤가. 1년의 등록금을 미리 가불해 1년 동안 세계를 배낭여행하는 것이다. 찌들었던 청소년기를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돌아와 그때 천천히 장래를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남학생들의 병역 문제는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이나 유학생에게만 병역 연기를 해주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고졸 남학생도 몇 년 정도 연기될 수 있어야 한다. -225쪽

"고양이야....여기 생선 있다....담 넘어와라"-315쪽

인간칠십 고래희라 팔심을 산다해도 잠든날과 병든날과 걱정근심 다제하면 단사십도 못사나니-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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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0-09-0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죠...^^

LAYLA 2010-09-11 00:01   좋아요 0 | URL
바른생각과 세월의 연륜이 고루 느껴져서 참 좋았어요 :)

라로 2010-09-0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별엔 더욱 예의가 필요해요!!!
이 책 또 담으면 안되는구만,,ㅠㅠ

LAYLA 2010-09-11 00:01   좋아요 0 | URL
책이 참 이뻐요 종이질도 좋구요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