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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CEO 특강 2 - 글로벌 리더 EBS CEO 특강 2
『EBS CEO 특강』제작팀 지음 / 마리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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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중소기업체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장벽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보통 직원이 20~30명 되는 중소기업일 때는 사장이 모든 직원들을 다 파악하고 일일이 지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조직이 100명 정도가 되면 사장이 직원들에게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는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옛날 방식대로 사장이 직원들한테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는 겁니다. 아까 고성과 조직의 기본이 되는 첫째 조건이 시스템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회사가 커지면 리더 한 사람이 조직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조직을 끌고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이 장벽을 잘 못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본인 스스로 답답한 겁니다. 그래서 간섭을 하게 되고, 그러면 성장할 수 있는데도 멈춰버리고 맙니다. 쉽지 않겠지만 우선은 시스템으로 돌아가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비로소 조직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77p, 삼양사 고문, 조병린

 
   

시스템.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사람 그리고 시스템을 잘 운영하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며 CEO라는 직업에 대해 가지게 된 새로운 정의이다.   

어떻게 해야 사람을 잘 부리고 어떻게 해야 비용을 절감하고 등등을 대학에서 열심히 배우며 CEO에 대해 단순히 '단기 이익을 최대한 뽑아내는'직업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교과서는 장기적 시각과 주인의 마음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전문경영인의 몸값을 결정하는 건 최근 실적일 뿐이니 냉혹한 돈의 세계에서 주인과 같은 마음 운운은 진짜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말이지 않은가. CEO의 업무는 자기를 고용한 회사의 매출을 최대한 올려주는 것이고 수단은 상관없다 생각했고. 내가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그리고 합법적인 이윤창출의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내 생각은 물론이요 교과서도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는 CEO가 주인과 같은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리인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스톡옵션을 어떻게 줘야하는지를 따로 가르치기도 한다. 그런데, 주인과 같은 마음이란 무엇인가? 정말 CEO는 경영전문지식이 부족한 주인을 대신하는 자리인걸까? 이 책을 읽어보니 그렇지 않은듯. 주인의 마음이 어떤지는 바로 저 위의 밑줄긋기 박스가 잘 보여주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성에 차지 않는 마음. 이 책에 나오는 CEO들을 보며, 저런 맘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바로 CEO라는 직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모두 해당분야에서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CEO의 자리에 오른, 말 그대로 조직과 '시스템'의 바닥에서 정상까지 종단으로 질주하며 살아온 사람들인데 그래서 그들의 경험이 묻어나는 인터뷰를 보면 자신이 창립한회사 혹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들과는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를 '내 것'이라고 보느냐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보느냐에 따른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CEO들이 우선하는 것은 가치와 비전을 조직에 내재화시키고 좋은직장을 만드는 것. 돈이라는 걸 결과로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본다면 CEO들의 본업무는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기름칠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좋은 CEO냐 아니냐는 여기서 판가름 나는 것이지 않을까. 무조건 비용과 마켓쉐어에만 목매어 직원들 쥐어짜는 사람과, 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시스템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사람. 누가 좋은 경영자일지. 

경영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며 소유자와 경영자가 분리되지 않은 한국재벌들을 생각해 봤다. 그리고 현대와 삼성 두 기업에서 모두 일했던 사람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현대는 회장이 구속되면 회사가 다 올스톱한다. 회장의 최종지시 없으면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우왕좌왕하고 '일'이 터지면 '일'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삼성은 회장이 구속되어도 다 잘 돌아간다.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똑같이 소유자가 경영을 하는 상황에서 그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단순히 기업문화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창업주부터 다르지 않았나 싶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날 때부터 사람을 부리고 윗사람으로서 행동하는 게 당연했던 이병철과 바닥에서부터 주인의 마음으로 악착같이 올라선 정주영. 전자는 태어날 때부터 시스템운영엔 훨씬 능할수 밖에 없는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이병철의 "의심나면 쓰지 말고 썼으면 믿고 맡겨라"는 말은 그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솔직히 CEO가 되겠다고 경영대에 입학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 그런 꿈을 가지고 입학했다 그러면 풋-하는 반응이 나온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고 어떤 정석이 존재하지도 않는 길이다 보니 무작정 CEO가 되겠다고 하면 무슨 뜬구름잡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의미에서 CEO가 되겠다-는 꿈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냥 열심히 살다보니 CEO가 된 것이지 원래 꿈은 CEO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기 분야의 일을 정말 사랑하고 즐기는 이들을 보며 어느 분야에서건 일을 즐기는 자는 당해낼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진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일이 즐거운 직장인들은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살펴볼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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