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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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성공학이라는 분류에 속해 있지만 그냥 칼럼모음집이라고 보는 것이 더 좋을거 같고, 개인적으론 칼럼 중에서도 성공에 관한 칼럼이라기 보단 미국을 읽어내는 칼럼이란 감상이 강하다. 글의 소재나 성공의 이유를 캐는 과정이 거진 미국사, 미국의 대형 스캔들을 토대로 하여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의 비결보다는 칼럼의 소재가 당대 사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였는지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었다. (그냥 내 표현으로 하자면 '미국냄새 진동하는 글들'이다ㅋㅋㅋㅋㅋ)
예를 들자면, 책에 실린 첫번째 칼럼 True Colors 는 염색제 광고를 통해 전후 미국의 여성의 자아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로레알의 광고카피 "난 소중하니까요"는 1970년대 젊은 20대 여성 카피라이터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대성공의 이면에는 능동적 주체로 나서고 싶었던 당대 미국여성의 심리가 숨어있다고 한다. 수동적이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금발미녀를 내세웠던 이전의 염색약 광고들과 달리 로레알은 금발 중에서도 당찬 느낌의 금발모델을 선호하였으며 광고시간대도 독립적인 여성주인공이 나오는 프로그램 전후로 조정하였다.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의 심리를 간파하라'이지만 그 메세지보단 당시 미국사회 여권신장운동등의 흐름이 상품소비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읽어내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또 재미있었던 The Pitchman이란 칼럼은 주방용품사업으로 유명한 론 포페일이란 사람에 대한 글인데 글은 1880년대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였던 론 포페일의 조상(?)이 어떻게 주방용품사업에 뛰어들었는지, 그리고 수많은 주방용품사업자들 사이에서 론 포페일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하고 있다. 론 포페일의 성공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선택은 바로 1960년대 홈쇼핑 방송으로의 진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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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 포페일의 최고 발명품은 1960년에 출시된 벡-오-매틱이다. 이것은 모터가 달리지 않은 만능 절단기로 핵심은 테플론 코팅이 된 두개의 원형 틀에 달린 가늘고 날카로운 칼날이다. 일리노이 주 우드스톡에서 특별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이 칼날은 두 개의 원형 틀 위아래로 겹쳐졌고, 위쪽 원형 틀에 맞추는 방식에 따라 얇게 썰거나 네무로 썰 수 있었다. 원형 틀은 예쁜 플라스틱 받침대에 설치되었고 위에는 채소를 눌러주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한마디로 벡-오-메틱은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특히 채소를 누르는 힘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칼날은 특허를 받았지만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포페일브라더스의 판매원들은 하루에 쓸 채소를 갖고 나가 시연을 하며 판매했다. 문제는 벡-오-매틱의 성능이 너무 좋아 채소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는 데 있었다. 포페일브라더스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벡-오-매틱은 1분에 120개의 삶을 계란, 300개의 오이 조각, 1150개의 감자조각, 3000개의 양파조각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전만 해도 이것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양이었다. 결국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한 번에 100명이 아니라 10만 명 정도를 상대해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처음으로 간파한 사람이 바로 론 포페일이다. 1964년 여름, 론 포페일은 벡-오[매틱을 출시하자마자 멜 코리와 함께 론코를 세웠다. 이때 500달러를 들여 2분짜리 벡-오-매틱 광고를 찍은 그들은 지역 백화점에 전화를 걸어 재고를 떠안는 조건으로 벡-오-매틱의 입점을 부탁했다. 곧이어 그들은 지역 방송국을 찾아가 광고단가가 가장 낮은 시간대를 2,3 주일치 사들였다. 이제 남은 것은 제품이 잘 팔려나가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1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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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포페일의 성공비결은 '상품을 주인공으로'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상품의 기능과 장점을 잘 전달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메세지보단 미국사회에서 어떻게 방송을 통한 홈쇼핑이 확산되는지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사실 유명세에 비해 그닥 특별한 책이라는 감은 오지 않았다. 못쓴 글은 아닌데 그렇다고 이게 왜? 그렇게 전세계적 인기를 누려야 할 글인지에 대한 납득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 원서로 읽으면 착착 감기는 맛이 있으려나? 저자의 정보를 잘 정리하는 능력은 인정하겠다만 칼럼으로서 잘 썼다-는 감은 별로 없었는데 단 하나의 칼럼에만큼은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내 인생의 칼럼으로 꼽아도 될 만한 칼럼이었는데 제목은 Late Bloomers. 번역해서 '대기만성형 천재들'이다.
------칼럼을 직접 읽고 싶으신 분은 아래부분 읽지마세요! 칼럼에도 스포가 있을수 있다는!!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각인되는 천재의 이미지는 젊어서 에너지를 분출하는 피카소 같은 유형이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보단 인생을 모두 사용하여, 자신을 실험하며 나이가 들며 천재로 성장하는 유형도 있다는 글이었다. 전자는 피카소, 후자로 세잔이 거론된다. 피카소의 경우 20대에 그린 그림이 그의 후기작보다 약 5배 정도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세잔은? 그의 후기작은 초기작보다 약 16배 비싼 가격에 거래되며 그의 초기작에 대해서는 단순히 초기작이라서가 아니라 작품 그자체로서 솔까 '질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아 흥미진진해1!!!! 왜 왜 왜? 아티스트에 따라 작품을 만들고 천재성을 발휘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단 설명이 이어진다. 어떤 천재는 구체적 경험이 없이도 관념적으로 예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이것 저것 모두 경험해보고 거기서 하나 하나의 소스를 얻어서 다듬고 다듬으며 작품을 만드는 유형이 있는거고. 후자의 경우를 '만들어지는 천재'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천재성이 발휘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단 측면에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가 그렇게 천재가 되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후원과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피카소는 젊어서부터 성공하였기에 일곱여성을 사랑했고 뭐랄까 생활과 삶 자체가 에너지로 넘치고 참 글래머러스하게 살았다고 느껴지는데 세잔의 경우 성공하기까지 힘들고 지난한 과정을 거쳤기에 그의 일대기를 쓴 작품을 보면 그의 이야기보단 그를 도와준 '후원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다고 한다. 세잔은 다행히 좋은 후원자를 많이 만났고 그의 아버지는 평생 그를 금전적으로 지원했으며 죽을 땐 40만 프랑의 유산을 남겨주었다고 한다. 천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름답지 않나. 안그래도 요즘 세월의 힘에 매료되어 있던 나의 가슴을 때렸던 칼럼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 글이긴 한데 그 명성만큼의 완벽함은 아니었고, 미국이야기를 알고싶다면 참 좋은 책. 만약 그냥 이 책을 지나칠려는 분이시라면 저 '대기만성형 천재들'만큼은 발췌독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좋은글이니까! 첫번째 염색약 칼럼도 무척 재미있으니까 시간이 좀 더 있다면 그것도 마저 읽으시면 참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