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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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우석훈 박사의 책을 처음으로 읽어보았다. 순서대로 따지자면 88만원 세대를 먼저 읽어야 할 테지만 도서관에서 책이 들어오는 대로 읽다보니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것으로 쉽게 짐작 가능하지만, 우석훈 박사의 글은 정말 발랄하다. 발랄하면서도 학자의 글 답게 간결한 문장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꼭꼭 다 들어가 있는데, 그래서 아이쿠 어쩜 이렇게 글을 재미나면서도 똑똑하게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이 하는 말은 '어떻게 진을 짤 것인가?' 이다.  20대를 혁명의 현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진'이 필요한데 문제는 경쟁을 몸과 영혼으로 체화하며 성장한 20대는 연대의 추억을 전연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본 게 있음 배우기라도 할텐데, 연대했다던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이 이뤄낸 것들을 전리품마냥 자랑하며 20대를 구조적으로  착취하고 있으니 젊은이들이 연대에 대해 냉소적이 될 수밖에 없다. 또 한편으론 요즘 20대에겐 새로운 연대의 모델이 필요하다. 누구 말 듣기를 끔찍히 싫어하는 21세기 20대들에게 상명하달식 80년대 운동권 연대 모델 갖다줘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근데 이런 분석에 앞서 더 중요한 문제는 요즘 20대는 당췌 움직이질 않는단 거다. 착취당하는 20대가 들고 일어나야 당연한 이 상황에서 20대들이 택한 자기보호 전략은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쿨한척'하기 이기 때문이다. 쿨한척, '나는 이 비극이 아무렇지 않아'라고 가장함으로써 현실로부터 눈을 감아 버리면 연대를 할 필요도 없어져 버린다. 아무리 아파도 난 아무렇지 않아요.라고 도도하게 말하는 20대들.  뭐 같은 현실에서 틀을 깨고 남다른 사고방식으로 제 나름의 길을 찾은 사람들을 보며 이 냉소적인 20대들은 말한다. "그 사람들은 엄친아잖아요?" 이렇게 쿨하게 응대하면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사실도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사람은 엄친아.엄친딸이고 난 평범한 사람일 뿐이니까. 이 '쿨'병이 만연하는 한국사회에서 어떻게든 20대들의 '쿨'이라는 가면을 깨트리고 그들을 뜨겁게 만들어보려는 우박사의 노력은 도통 먹혀들지 않는다. 

     어쨌든 안 먹혀들긴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20대들의 진짜기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편의점 알바 노조 만들기라던지 하는 것이 전략으로서 제시되는데. 그람시 말대로 신자유주의 시대의 혁명은 장기전이 되어야 하기에 이런 조용한 혁명의 '전'과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과연? 이것이 현실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이다. 현 20대는 절대로 거리로 나설수 없다. 안전이 보장되는 온건한 운동이라면 모를까 혁명을 앞당기는 운동에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 20대가 가지는 의미는 이전 세대보다 처참한 현실에서 여러가지 바닥을 겪은 세대들이고 그렇기에 이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보다 젊은 세대의 운동에 대해서, 보다 진보적(최소한 한나라당은 아니라고 해두자) 정치정당에 대해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층은 된다는 거다. 교대 사대 나와서 임시직 교사 뛰면서 임용고사 3-4년 준비하고 졸업하고 정규직 취업은 꿈도 못꾸는 현실을 견뎌내며 이명박 뽑았던 손목을 끊고 싶다는 충동을 한번쯤 느껴본 바로 그 20대들이 그런 어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쿨한 20대가 좀 관대한 30대가 되도록 내버려 두고 혁명의 불씨를 10대들에게 찾아보는 건 어떨지? 비유를 해보자면, 천성은 바꿀수 없다는데, 요즘 20대들은 나고 자라고 배운게 지금의 모습인데 그걸 어떻게 바꿔서 혁명으로 가보자~~~! 하는건 너무 이상적이거나 허무맹랑하거나 그렇게 들린단 거다. 차라리 요즘 교복도 거부하고 두발자유화 거세게 외치는 10대들에게서 희망을 찾아보면 어떨까? 앞서 말했듯이 요즘 20대들 방바닥 긁는 백수생활, 히키코모리 생활하며 요즘 10대들에게 미안하단 소리는 하더라. 자기들이 나서서 들고 일어나지 못해서 이런 현실을 10대들에게 물려주는게 미안하다고. 그런 생각까지 하고 후대들까지 걱정하는게 참 가상하다만 어쨌든 이 방바닥 20대들은 절대 못일어난다는거고. 10대들이 들고 일어나면 서포트는 열심히 해줄 사람들이다. 내가 치울 똥 남에게 미루는거 같아서 미안하지만 어쨌든 현실이 그렇네. 

      책 마지막 챕터쯤 가면 우박사가 가르친 대학생들의 에세이 비스무리한게 나온다. 요즘애들 얼마나 똑똑한지 잘 볼수 있다. 다들 글도 참 잘쓴다. 솔직한 것도 20대 답다. 근데 글 잃다 보면 '.......그래서 ?' 란 말이 나오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이들은 똑똑하지만 지금의 20대가 왜 혁명의 주자가 되지 못하는지 잘 보여준다. 현실앞에 벌거벗고 서서 자신을 직면한는 용기는 갖추었지만 행동과 실천에 있어서는 글쎄요. 다. 

혁명은 피튀기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건데 조용한 혁명 준비가 곧 '조용한 혁명'도 가능하다는 소리처럼 들려서는 안된다. 그 부분이 명확했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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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산책 2009-12-30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88만원 세대>의 대안 제시로군여~ 새해 행복 많이 받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