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에 논문을 서브미션 하고 어느새 7월 중순인데 시간은 금방 지나간 것 같으면서도 나는 그 사이 또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었다. 논문을 내니 수정하라고 하고, 틈틈히 집안일을 돕고, 커피 브루잉 중급 시험을 통과하고, 글도 쓰고, 사람들을 만나도 등등 등등 등등. 특히나 지난주에는 나의 개인공간과 시간이 없는 인텐스한 4-5일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와 급한 일들을 시차없이 계속 해치웠는데 그래서 그런지 금요일 오후 무렵엔 거의 정신이 나갔다. 내리는 비를 피하려 신은 크록스 웨지힐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이제 앞으로 굽있는 신발은 신지 말자 다짐하며, 지하철에서 쏟아지는 잠을 피하지 못해 노약자석에 앉아 끝없이 졸고 내릴 곳을 지나쳤다. 집에 겨우겨우 돌아가니 저녁 7시도 되지 않았던거 같은데 나는 바로 침대로 기어들어갔고 다시 눈을 뜨니 아침 8시였다. 형광등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더 대단한것은 그러고도 한참을 더 잤다는 것이다. 정오가 지나 몸을 일으키긴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골골 골골 골골 진통제를 두 알이나 먹고 하루를 완전히 휴식에 바쳤다. (누군가는 시간을 버렸다 할 것이다) 오늘 겨우 기력이 돌아오는 걸 느끼며, 내가 그렇게 힘들고 지쳤던 이유가 단순히 육체적 무리 때문은 아니라 생각했다. 쌓였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내가 혼자 있을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자 마자 댐이 무너지듯 쏟아져 나온게 아닐까 싶은. 혼자인게 이렇게 좋고, 밥을 먹지 않고 커피와 마카롱과 수박만으로 며칠을 보내고, 잠과 스마트폰과 책만 허락되면 만족하는 이 삶이 인간의 삶으로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 과한 예민함은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하며. 초식동물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너도 이 정도니? 그래서 인간의 삶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갔니? 고향집 아기염소는 배가 고프면 우유를 내놓으라고 매애애 매애애 우렁차게 운다. 사람이 있으면 자기를 이뻐하라고 고개를 사람의 몸에 거의 부딪히듯 자기 머리를 들이민다. 차 뒷자석에 실어주면 만족하여 조용히 몸을 반쯤 일으키고 앉은 자세로 고고히 앞을 바라본다. 그걸 보면 사실 나는 초식동물보다도 못한, 초식동물보다도 더한 인간인지도. 어쨌든 돌아온 기력으로 또 다가오는 삶을 살아야한다. 인간의 수명이 염소보다 길어서 더 꾸역꾸역 살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염소 방울이보다 더하고 못한 인간인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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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7-28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생 많았어요!!! 토닥토닥
크록스 웨지힐 비올 때 신으면 얼마나 미끄러운지 알아요!! (경험자~ ^^;;) ㅠㅠ 수정하라는 것은 다 했어요? 이제 끝난 건가요??? 아~ 제발!! 어쨌든 푹 쉬세요~~~.

LAYLA 2020-07-29 16:10   좋아요 0 | URL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계속 했는데 이번엔 QR코드를 논문에 박아넣으라고 ㅠㅠ 중국은 논문에도 QR코드를 넣나봐요. 그래서 또 그 버전으로 수정해야 하네요. 오늘 다 해치우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