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바캉스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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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첫 한 두 꼭지는 아주 신났다. 경쾌했다. 김영하를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에세이스트로서의 역량을 꼽는다면, 역시 김영하에 견줄 사람이 없긴 하지. 그런 생각을 하며 독자로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중반부를 넘어서고부터는... 여행보다는 김영하의 내적인 고뇌나 탐색 자아성찰 등에 더 무게가 실리고 글도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게 아니라 땅을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과연 김영하는 이 글을 신이 나서 썼을까? 이 경력에 돈이 궁한 것도 아닐테니 쥐어짠 글은 아닐거라 생각하지만 과연 작가가 신이나서 술술 써내려간 글이 맞는지 의문스러운 꼭지들. 물론 모든 글이 그렇게 쉽게 쓰여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여행에 대해 쓴 에세이라면 더군다나 '바캉스 에디션'이라는 깜찍한 꼬릿말도 달려 있다면 독자가 기대하는 건 작가가 쓰고 싶어서 쓴 글이지 땅을 파며 만들어 낸 글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정말 좋은 한국 에세이를 읽고 싶었던 바람은 다시 한 번 쓰러진다. 에세이는 쉬운 장르인듯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한 권으로서 완결성을 가지는 멋진 한국 에세이를 찾지 못했다.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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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1-0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땅을 파고 들어가는 느낌!!! 하튼 레일라님 짱이야!!!ㅎㅎㅎㅎㅎㅎㅎㅎ

어쩄든 혹시 한 권으로서 완결성을 가지는 멋진 한국 에세이를 찾으시거든 꼭 글을 올려주세요. 저는 그런 것을 구분하는 능력부족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