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죽을 각오 없이 일본에서 만화가 되기
배준걸 지음 / 작은씨앗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굶어죽을 각오 없이 라는 제목, 그리고 가볍고 널럴해 보이는 표지와는 달리 읽는 내내 가슴을 지긋이 누르는 듯한 느낌의 책이었다.

맨손으로, 일본어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꿈을 위해 일본으로 떠난 저자가 3년만에 일본에서 만화가로 데뷔하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어릴 때 보았던 정주영의 성공담+공부잘하는 요즘 청소년 성공담 정도의 분위기를 풍긴다.

정주영만큼 치열하게 무작정 부딪히고, 요즘 젊은이들처럼 적극적으로 밝게 공부하는 모습.

책은 대부분이 만화이기 때문에 1시간에 걸쳐서 다 읽을만한 분량이었다.

첫 3분의 1정도를 읽고서 든 생각은, 굶어죽을을 각오 없이. 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일반인들은 굶어죽을 각오를 하고서도 못 견딜 과정을 거쳤군. 이란 거였다.

하루종일  전단지 돌리기 알바를 하고 일본의 밑바닥 인생들이 모인 6인 1실 기숙사에서 형이 편의점 알바하고 얻어온 유통기한 지난 음식 먹으며 만화가를 꿈꾸는 모습. 6인 1실 기숙사에 책상따위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만화가라는 꿈을 잃지 않는다는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굶어죽을 각오 없이'라는 말이 나오는건 저자가 한국에서도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했기 때문인듯하다. 6형제의 막내라고 하는데 얼핏 가정사가 불행했다는 눈치를  준다. 형과 함께 군대 휴가 맞춰 나와서 같이 노가다를 했다고 하니..대학을 갈 때도 '한국에서 가장 학비가 싼 미대'라서 간 것이라 한다.

더 이상 잃을 게 없어서 인지 그저 바라는  것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던진다.

일어 배울 돈이 없자 자원봉사자를 찾아가 말을 배운다. 마치 공부로 성공한 10대의 '이렇게 공부하면 성공한다'류의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건 이런 부분 때문이었다. 일본은 더치페이 문화라서 길거리 헌팅으로 돈도 적게 들이고 일본사람과 대화하며 일본어를 배울수 있다는 류의 이야기. 이 부분은 좀 어이가 없기도 했었다. 정말 여자가 좋아서 헌팅한줄 알았더니 단지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라니..

일본에서 정말 만화가로 데뷔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좋은 책.

그냥 일반적인 사람이 봐도 별 4개 정도는 될 것 같다. 직접 체험한 생생한 일본인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라던지 일본만화업계 이야기, 어시스던트 시스템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청소년들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요즘 청소년을 위해 출간되는 성공담 이야기란게 대부분 아이비리그 진학한 수재들이야기 혹은 유엔사무총장의 성장기 처럼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하고 좋아보이는 위치에 이른 사람들 이야기인데 이 책은 학력 국적 모두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남이 뭐라고 할지라도. 저자는 한국에서 '만화는 천한것'이란 소리를 들었다한다)승부해 좋은 결과를 거둔 모습을 그려줘서 신선했다.  책상에 앉아서 거둔 성공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혀서 얻은 성공이란 것도 아이들에게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고.

무엇보다 정말 좋아하는 걸 향해 달려나가는 게 뭔지 보여줘서 그게 좋았다. 그게 위태롭고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했다. 보통 사람은 '대안'이란 걸 생각해놓고 살지 않는가. 이 사람은 대안이 없다. 비자기간 만료되기 전에 데뷔하는 걸 목표로 삼고 출국하는 날 새벽까지 만화를 그리고 있다. 보는 사람은 위태롭지만 그런 절박함이 에너지가 되어서 나오는가 보다. 어쨋든 해피엔딩.^^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RINY 2007-03-30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들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란 말에 공감해요.

moonnight 2007-03-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단합니다. 어쨌든 해피엔딩. 이라니 다행이네요. 대안이 없다는 게 에너지가 되는 사람.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그런 절박함이 없는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게 왠지 미안해집니다.

LAYLA 2007-04-01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역시 읽으셨군요 ^.^

달밤님 어쨌든. 해피엔딩이니까요..작가 스스로도 운이 90%라고 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