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마광수 지음 / 해냄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마광수 교수야 워낙에 유명하니 대충 어떤 사람인진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앙드레 김 하면 그의 어깨가 부푼 하얀 양복을 떠올리듯 마광수 하면 야한소설과 긴 손톱을 떠올리는 정도의 수준이랄까. 그리고 크게 알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소설이 야해서, 그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들로 그가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난 애초에 그의 소설이 그리 야하리라 생각지 않았다. 그보다 야한 글이나 야한 동영상은 구하려고 하기만 하면 웹상에 넘쳐난다. 그랬던 내가 그의 에세이를 읽게 된 건 인터뷰집 '금지를 금지하라'를 읽고 그의 사상과 가치관에 흥미를 느껴서이다. 먼저 표지가 안이쁘다. 표지를 처음 보고 '이게 뭐야 정말 구리네'하고 누가 만들었나 습관적으로 책날개 펼쳐서 확인했더니 '표지그림:마광수'라고 찍혀있었다. 그의 그림세계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건 정말 구렸다. 인터넷 게임에 나올듯한 캐릭터랄까..책의 초반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중반부를 지나면서는 읽는게 힘들었다. 일단 이 책은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는 제목에 걸맞게 '자유'와 관련된 마광수 교수의 에세이를 다루고 있는 듯한데 원고가 91년도 2001년도 심지어 그가 대학시절에 쓴 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그 순서가 뒤죽박죽이라-분명 거기에도 어떤 의도가 있겠지만- 나로서는 좀 난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그 뒤죽박죽과 함께 비슷비슷한 논조와 내용의 에세이가 자꾸 반복되어서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충 반복되는 내용이라면 '일본에서 내 소설은 야한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교수라는 나의 위치때문에 마녀사냥을 당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문화적 촌티를 벗어야 한다.' '성에 대한 이중적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는 류의 이야기들이다. 즉 그가 재판과정에서 느낀 답답함과 울분 억울함등을 많이 다루고 있는데 그렇다고 그의 글빨이 그리 대단한것도 아니라서 (국문학과 교수라서 기대했는데 의외였다) 자꾸 반복되는 '그소리가 그소리'인 에세이들은 마치 작가가 독자들에게 징징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좋은 내용이 80퍼센트이고 반복되는 내용이 20퍼센트라고 하면 '20퍼센트 쯤이야' 싶지만 나로서는 상당한 고역이었다.  자유.라는 큰 주제 밑에서 에세이가 어떤 통일성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런 답답한 느낌이라면 좀 얇게 좋은 양질의 에세이만 싣는 것이 나았을거 같다는 생각.

이 책을 보면서 마광수 교수에 대한 호감이 많이 깍여나갔다. 역시 인터뷰만으로 어떤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는건 무리였다. 그의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사상은 꽤나 매력적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그런 사상과 마초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지 촘 신기하지만 (그는 유별나리만치 진보적인 사람이니까) 하여튼 그는 마초적이고 외모지상주의적이다. 나도 장동건 좋아하고 잘생긴 남자 좋아라 하지만 마광수 교수의 노골적인 외모지상주의는 잔인한 구석이 있다. 슬픈 구석도 있다. 진보적이라고 하면, 지식인이라고 하면, 똑똑하다고 하면 흔히 사람들은 외모는 별 게 아니고 내면이 중요하니 어쩌니 하는데 자유를 외치며 한편으론 아름답고 야한것이 좋다고 스스럼 없이 말하는 그의 그런 모습이 진정 야해보인다.

 

못생긴 여자가 여권 운동하는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그 여자가 남자에 대해 적개심을 표시할 땐

더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못생긴 남자가 윤리. 도덕 부르짖으며 퇴폐문화 척결운동 하는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그 남자가 성 자체에 대해 적개심을 표시할 땐

더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못생긴 여자들과 못생긴 남자들을 한데 모아

자기네들끼리 남녀평동하고 도덕 재무장하고

고상한 정신적 사랑만 하고 퇴폐문화 없애고

야한 여자. 야한 남자에 대해 실컷 성토하게 하면

 

그것 참 가관일 거야

그것 참 재미있을 거야

그것 참 슬픈 풍경일 거야

 

마초적인 부분이야 너무 많다.

중년 남성들 가운데 발기부전이나 조루증 등으로 고민하는 이들은 대개 근사한 마누라를 둔 사람이거나 마누라가 대학교수등 여류명사거나 또는 돈 많은 집 따링거나 할 때 남편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성적 기능을 상실해 버리기 쉽다. .....아무리 남녀평등이 부르짖어지고 있는 민주 사회라고 해도 사람은 자연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자연은 남성들이 여성을 지배하도록 만들어놓았다. 왜냐하면 남성이 성적으로 기고만장해야만 좋은 정자가 여성에게 주입되어 좋은 씨앗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졸여성보다 고졸여성들이 오히려 사랑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잇다. 그들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한 모성애적 내조와 관능적 치장에 인색하지 않다. 그러나 대졸여성, 특히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여성일수록 눈만 높아지고 여류 명사가 되고자 하는 허욕만 강해져.......

좋은 부분이 많은 책이었다. 밑줄긋기도 많았고. 하지만 그만큼 꺼려지는 부분도 많은 책이었다. 한 사람의 가치관이 이런 조합으로 이뤄질 수도 있구나. 라는 느낌. 그리고 그런 조합으로 전개되는 에세이를 보는 것도 초금은 신선했다. 보통사람.의 논리구조로는 튀어나올 수 없는 그만의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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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7-03-12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 마광수 교수.. 국문학계에서는 취급도 안 하게 된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